휴양림 중 최고의 오토캠핑 시설을 갖춘 서해의 포근한 별천지
휴양림 중 최고의 오토캠핑 시설을 갖춘 서해의 포근한 별천지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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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Night In The Campsite__part1 서천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

서해안에 접해 있는 서천에는 일몰의 장관을 감상하며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해오름관관농원캠프장을 비롯해 국립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 춘장대해수욕장 야영장 등의 캠프장이 있다.

이중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 내에 자리한 오토캠핑장은 사계절 따뜻한 온수와 전기시설을 사용할 수 있어 캠퍼들에게는 충남지역 최고의 캠프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4월 초 따스한 봄 햇살이 가득한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으로 하룻밤의 꿈같은 캠핑을 떠났다.

4월 초 서천으로 가는 길은 꽃샘추위의 여파로 산자락 곳곳이 눈 풍경이다. 고속도로 변에 자리한 서산의 목장은 4월이란 시간이 무색해질 정도로 온통 눈밭이다.

인간의 오만함과 자만심이 부른 지구의 오염은 이제 대지는 물론이고 기후마저 변화시킬 조짐이다.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누출에 관한 뉴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차는 서산을 벗어나 종착지인 서천의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으로 내달렸다.

동서천IC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서천으로 빠져나와 휴양림을 찾기 전 첫 번째 찾아간 곳은 한산면 지현리의 건지산성이다.

백제 부흥운동의 중심지로 알려진 건지산성은 일명 주류성으로도 불리며 의자왕의 아들 부여풍과 복식, 도침 등이 백제 유민을 규합해 복원 운동을 벌이던 곳이다.

역사 기록에는 복신과 도침 사이의 내분이 일어나 실패하고 말았지만 끝까지 나당연합군에 항전하던 백제인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지현삼거리에서 613번 지방도로 들어서 산성 이정표를 따라 건지산의 고개로 올랐다. 고개 밑에 차를 세우고 따스한 봄 햇살이 비추는 오솔길을 따라 산성으로 올랐다.

평탄하게 이어진 산성 오름에는 봄 햇살을 맞아 수선화와 할미꽃이 활짝 꽃을 피웠다. 고결함과 함께 거만함을 뜻한다는 수선화의 꽃말처럼 봄의 야생화는 순결하면서도 강인한 빛깔을 자랑한다. 아마도 이는 시린 겨울 바람을 이겨낸 것에 대한 자연의 보상일 것이다.

토성의 흔적을 따라 오르는 길은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좋을 만큼 여유롭고 편안하다. 길은 한적하고 힘들지 않아, 봄 햇살에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며 사색이 주는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산성 위 전망대에 오르니 발아래로 모시 생산지로 유명한 한산면 일대의 너른 들판과 추동지, 봉선지 등의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산면의 모시는 씨줄과 날줄의 폭이 좁지만 습기를 흡수하고 발산하는 기능이 뛰어나 여름철에 많이 입었으며 고려시대 송나라와의 교역 상품 중 최고 품목으로 꼽히곤 했다. 또한 「택리지」에는 ‘한산의 모시가 최고’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하는 진상품이기도 했다.

건지산성은 주변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백제의 부흥 군이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항전했던 것이다. 너른 들판 가운데 우뚝 솟은 곳이라 사방에서 침입하는 적의 동태를 살피기에는 이만한 요충지가 없었을 것이다.

건지산성의 산성 길을 따라 걷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건지산 아래 자리한 한산모시관이다. 모시의 직조기술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설립된 한산모시관은 모시에 관련된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는 서적과 모시를 짜던 베틀과 도구, 모시제품 등이 전시돼 있다.

또한 전통 공방에서는 모시가 만들어지는 전 공정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으며 250여 점의 향토문화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평일임에도 모시관에는 옛 추억을 더듬어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나일론이란 소재가 개발되면서 현대인에게는 의류에 대한 소중함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모시로 만든 옷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모시전시관 한쪽에 마련된 판매장에는 현대인의 감각에 맞춰 형형색색의 빛으로 물들인 모시옷들이 전시돼 있었다.

한산모시관을 둘러보고 인근 기산면 영모리의 문헌서원을 찾았다. 목은 이색의 학문과 덕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문헌선원은 한창 재정비 중이다.

목은 이색선생을 모신 문헌서원을 둘러보고 첫날밤의 숙소인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서천읍에서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해송이란 이름이 뜻하듯 크고 작은 소나무들이 자라 쪽빛의 저수지와 조화를 이룬다.

휴양림 입구의 주차장 뒤쪽에 마련된 오토캠핑장에 차를 세우고 하룻밤을 지켜줄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의 캠프장은 캠퍼들이 ‘꿈의 궁전’이라 칭할 정도로 깨끗하며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사시사철 온수를 사용할 수 있는 샤워장과 수세식 화장실, 싱크대가 설치된 취사장 그리고 전기장판이나 기타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배전함까지.
 
또한 각각의 사이트에는 담화를 나누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나무 테이블까지 설치돼 테이블이나 의자가 없더라도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다.

널찍한 사이트에 코베아의 ‘아웃백’을 설치하고 잔디밭에 테이블과 의자, 화로를 펼쳐 제법 근사한 공간을 마련했다.
 
이어 캠프장의 평안한 밤을 다독여줄 만찬으로 서해의 명물인 주꾸미와 피조개를 준비했다.

봄철 서해에는 산란을 위해 주꾸미들이 연안으로 접근하면서 수확량이 늘곤 한다. 특히 4월의 주꾸미는 내장에 알이 가득 차 보령과 서천에서는 주꾸미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주꾸미는 불포화 지방산과 DHA를 함유하고 있어 간장 해독 기능이 뛰어나며 혈중 콜레스트롤 수치를 줄여준다.

또한 주꾸미의 먹물에는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타우린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봄철 건강식을 대표하는 식재료라 하겠다.

화로대 위에 그릴을 얹고 도톰한 주꾸미를 올리자 강한 불길에 이내 몸을 움츠려들고 만다. 강한 불길에 ‘지글지글’ 타는 소리를 내던 피조개가 하나 둘 입을 벌리기 시작한다.

조개의 입이 벌어지며 몸속에 담겼던 진한 바다 향이 캠프장을 물들인다.
 
연한 비린 내음 같은 향과 조갯살이 익으며 전해지는 고소한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입맛을 당기는 고소한 향에 술잔을 따르고 초고추장을 한 접 발라 조갯살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은 도로에서 뚝 떨어진 한적한 캠프장이라 차들의 소음이나 매연, 네온사인의 어수선함이 없다. 때문에 캠프장 내에서 그 어느 곳보다 많은 별과 하늘을 품을 수 있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하늘에는 은하수가 장관이다. 카시오페아자리와 페르세우스자리 등 어둠이 깊어질수록 별은 더욱더 자신의 얼굴을 뽐내며 꺼지지 않는 포근한 불빛을 선사한다.

물론 그 얼굴이란 것이 이미 몇 백 년 전의 것이긴 하지만 그 별의 아름다음이 있기에 우린 밤하늘에 매혹되고 때론 그 속에 몸을 누인다.


‘다닥다닥’ 숯이 제 몸을 불살르며 마지막 정열을 쏟아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캠핑의 꽃을 화로에 피우는 모닥불이라고 한다. 모닥불은 그 열기도 좋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고 때론 과거로의 긴 여행을 떠나게 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우린 진한 커피 향 같은 모닥불의 불길 속에 자신을 투영하며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모닥불이 모두 꺼지기를 기다려 텐트 밖으로 화로를 빼낸 후,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최근 바람을 막기 위해 텐트 끝에 스카프가 달리고 천이 더욱더 조밀해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환기 문제다. 겨울철도 그렇지만 봄철 역시 텐트에서 잠을 잘 때는 화로나 가스 랜턴을 밖으로 빼놓고 자야 한다. 또한 석유난로나 화목난로를 사용할 경우 환기에 각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날 위험이 높다.

서천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의 아침은 지난밤 열기를 재충전한 따사로운 햇살의 안내를 받으며 시작된다. 지난밤 밀린 설거지는 싱크대가 놓인 취사장의 따뜻한 온수로 해결할 수 있으며 1박 2일간 맨땅에서 나뒹굴던 아이들의 몸은 사계절 따스한 물이 나오는 샤워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

때문이 사람들은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의 캠프장을 ‘5성급 캠프장’이라 부른다. 즉 별 다섯 개가 붙을 만큼 시설이 좋다는 말이다.

테이블과 의자를 접고 텐트를 걷어 트렁크에 넣은 후 휴양림 산책에 나섰다.

오토캠핑장에서 임도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느티나무와 해송이 수놓아진 숲길이다. 길 양쪽으론 야생화 단지와 놀이터 등이 자리해 아이들과 같이 걸으며 지난겨울 모친 고초를 이겨낸 꽃들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4월 초라 얼굴을 내민 새싹들이 분주히 얼마 남지 않은 꽃의 향연을 준비하는 것이다.

산책로와 이어진 임도를 따라 산길을 한 차례 올라 다목적체육시설로 내려섰다.

봄 따스한 햇살에 취해 해바라기가 된 사람들처럼 새와 짐승들도 분주히 겨울의 젖은 몸을 말린다. 이 태양이 주는 에너지는 추위라는 1차적인 문제를 넘어 새로운 희망과 순환이란 메시지를 선사한다.
 
‘돌고 도는 세상’이란 말처럼 자연은 늘 순환의 미학을 통해 새롭게 변신하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데는 갈대나 벼가 그렇듯이 자만하지 않는 마음과 늘 자신을 숙이고 주변과 동화되는 삶이 중요하다.

자연 속에 하나가 되기보다 자연을 내 속으로 끌어넣으려는 우리의 아집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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