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이 사랑했던 젠틀맨의 샴페인…폴 로저 샹파뉴
처칠이 사랑했던 젠틀맨의 샴페인…폴 로저 샹파뉴
  • 글 진정훈 소믈리에 | 사진제공 금양인터내셔널
  • 승인 2015.04.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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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맛은 아주 단순하다. 나는 최고에 쉽게 만족한다!”

“샴페인, 승리할 때는 마실 만한 가치가 있고, 패배할 때도 필요하다.” - 나폴레옹.
뚜껑이 펑 튀어 나가면서 하얀 거품이 쏟아져 나오는 신나는 술을 우리는 보통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세계 어느 나라든 상류사회를 상징하고, 서양에서는 벼락부자라는 뜻으로도 사용하지만 주로 축하해야 할 날인 약혼, 결혼 등 기념일 등에 빠져서는 안 될 행복한 술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샴페인은 사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샹파뉴 방식으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에만 이름 붙여 판매할 수 있다. 샹파뉴 방식이란 샹파뉴 지역에서 병 하나하나에 2차 발효를 시키는 방법을 말하며, 다른 지역에서 이와 똑같이 만들더라도 메토드 샹프누아즈Methode Champenoise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없고, 메토드 트라디시오넬Methode Traditionnelle이란 문구 등을 사용한다.

샴페인의 의무적인 숙성기간도 최소 15개월 이상, 빈티지(생산연도)가 표시된 샴페인은 3~5년이기에 이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샴페인이 양조되는 곳도 한정되어 있고 사용되는 포도의 규정도 엄격하기 때문에 고급 와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높은 품질의 샴페인은 옛날부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나폴레옹뿐만 아니라, 사교계의 대명사인 마담 퐁파두르Pompadour(루이15세의 애첩)는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자를 아름답게 해주는 유일한 술’이라 했으며, 마릴린 먼로의 마지막 사진작가인 죠르쥬 바리스George Barris에 의하면 ‘마를린 먼로는 샴페인 350병으로 목욕을 했다는 소문이 있으며, 그녀는 샴페인을 즐겨 마시면서 샴페인으로 숨을 쉬었다고 전할 정도로 샴페인을 좋아했다’고 한다.

많은 유명인들 중에서 유독 한 샴페인만을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Sir Winston Churchill이다. 윈스턴 처칠이 오직 사랑한 샴페인은 폴 로저Pol Roger였다. 1908년 폴 로저 샹파뉴에 반한 윈스턴 처칠은 그 후 매일 이 샴페인을 즐기는 신봉자가 되었다. 그 후 폴 로저 가문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은 처칠 수상은 자신의 경주마 이름을 ‘폴 로저’로 지어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91세의 나이로 처칠 수상이 세상을 떠나자 폴 로저에서는 샹파뉴에 검은 띠를 두른 레이블을 부착해 처칠의 서거를 알리고 조의를 표했을 정도. 폴 로저 샹파뉴하면 윈스턴 처칠 경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1975년, 윈스턴 처칠 사후 10주년을 추모하며 건장하고 탄탄한 구조감과 중후한 성숙미가 돋보이는 최고의 상파뉴 ‘뀌베 써 윈스턴 처칠’을 탄생시켰고, 이 샴페인은 1975 빈티지 이후 2011년까지 12개 최고의 빈티지(생산연도)에만 한정 생산하고 있다.

윈스턴 처칠은 프랑클린 루즈벨트를 만나는 것은 처음 샴페인을 따는 것과 같고, 그를 아는 것은 샴페인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했다. 처칠과 루즈벨트의 관계를 볼 때 (당시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참전을 위해 처칠은 루즈벨트에게 수많은 외교를 펼쳤다), 샴페인이 처칠에게 어떠한 존재였는지 너무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젠틀맨의 샹파뉴’라는 호칭처럼, 유럽의 상류층과 로얄 패밀리의 사랑을 받아온 폴 로저는 1·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 윈스턴 처칠이 사랑했던 샹파뉴로 더욱 유명세를 떨치며, 2004년 1월부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한 공식 샹파뉴 공급처로 지정되어 왕실인증서를 받았다.

특히 2011년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샹파뉴로 영국 왕실에서 폴 로저 브뤼 리저브를 특별 주문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세기의 결혼식에 어울리는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내 입맛은 아주 단순하다. 나는 최고에 쉽게 만족한다!” - 윈스턴 처칠

세계의 유명인은 아니지만 그들과 똑같이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보냈다면 나 자신을 위한 샴페인 한 잔,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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