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상처가 나면 아프고 힘들어 한다
나무도 상처가 나면 아프고 힘들어 한다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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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 Column__나무를 사랑하자

추석도 지나고 캠프장에 가을이 찾아왔다. 상수리나무에 도토리가 열리고 울긋불긋 가을이 익어가기 시작했다. 캠프장 역시 10월이면 캠핑의 분위기가 가장 무르익는 시간이다.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 옷으로 인해 연한 황토색 물감을 칠한 텐트들은 독특한 그 구조와 색깔이 이내 눈길을 끌게 된다. 가을은 나무나 꽃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며 또 한해를 정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무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잎을 떨어뜨리고 열매를 맺어 새로운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캠프장에 나와 밖을 쳐다보면 가끔 톱이나 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에 상처를 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또는 나무에 슬링을 걸고 해먹을 매달아 온종일 그곳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 산 톱의 성능을 알고 싶다면 생나무가 아닌 죽은 나뭇가지를 이용하면 된다. 손톱이나 날카로운 곳에 긁힌 상처가 아프듯이 톱이나 칼로 인해 생긴 나무의 생채기 역시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자신은 아무런 생각 없이 무심코 톱을 사용했다고 할 수 있지만, 나무의 갑옷이라 할 수 있는 껍질을 파헤치고 긁는 순간 나무는 피멍이 들게 된다. 나무의 상부에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다발이 파괴되면, 이내 그 나무는 말라죽게 된다. 또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한 나뭇가지 역시 죽게 마련이다.

나무가 없는 캠프장은 여름철 땡볕을 피할 수 없어 연신 목욕을 해도 땀은 비오듯 할 것이다. 또한 나무는 광합성을 하며 주변의 열을 빼앗아 다른 곳보다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나무가 없으면 우린 숨을 쉴 수 없으며 숲이 없는 자연은 존재할 수 없다. 특히 그 숲에 의지하는 모든 것들은 이내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

나무에 해먹을 사용하는 것은 조금 덜한 편이긴 하지만 이것 역시 나무에게는 자신의 팔과다리를 옭아 메는 것과 같다. 해먹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나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매트리스나 일반 등산용 깔판 등으로 나뭇가지나 나무줄기를 감아준 뒤 슬링을 감도록 하자.

말 못하고 움직이는 나무도 숨을 쉬고 부지런히 자신의 생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나무 역시 이 대지를 살찌우는 생명의 존재인 셈이다. 캠퍼에게는 매연과 공해에 찌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숲과 자연이 있다지만, 나무에게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공간이 어디에도 없다. 다만 벙어리 냉가슴만 앓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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