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어 패대기는 금물, 쓰레기는 되가져가자
잡어 패대기는 금물, 쓰레기는 되가져가자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5.03.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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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 낚시인이라면 꼭 지켜야 할 바다낚시 에티켓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바다낚시 인구가 다른 나라보다 많은 편이다. 추산되는 낚시 인구는 500만 명이라는데 한 번이라도 낚싯대를 쥐어 본 사람을 모두 합한 수치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낚시를 즐기는 인구는 얼마나 될까? 필자 생각에는 10만 명 가까이 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 정도 수치도 한정된 바다에서는 포인트 경쟁이 일어나기에 충분하다. 백발 지긋한 노인이 나루터에 걸터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사색에 잠기는 풍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

▲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중.

이렇게 운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낚시 현장에서 가끔 진상을 만날 때가 있다. 적어도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낚시인이라면 꼭 지켜야 할 바다낚시 에티켓’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어린 고기는 죽이지 말고 방생하자
낚시를 다니다 보면 뜻하지 않게 원치 않은 일을 겪거나 불쾌한 장면을 본다. 제발 ‘이것’만큼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 중 하나가 먹지도 않을 물고기를 잡어라며 죽이는 행위다. 정말 볼썽사납다. 방파제에서는 드물지만, 갯바위에서는 자주 목격할 수 있다.

▲ 물웅덩이에서 죽어가는 어린 돌돔.

▲ 복어는 알다시피 독이 있는데, 갯바위에 패대기 쳐놓으면 갈매기가 먹고 죽는 일도 있다.

▲ 미역치. 잡어로 꾼들의 화풀이 대상 중 하나다.
잡어를 소중히 여기는 생활 낚시꾼은 방파제에 몰리지만, 전문 낚시꾼은 갯바위 위주로 출조하다 보니 감성돔이나 벵에돔 같은 대상어를 낚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몰상식한 꾼들은 ‘낚시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잡어가 잡히면 갯바위에 패대기쳐서 고의로 죽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갯바위에 고인 물웅덩이에는 언제 버려둔 건지도 모를 물고기가 썩어간다. 기분 전환하려고 갯바위를 찾았는데 코끝을 찌르는 악취를 만나면 낚시는 집중이 안 되고 기분도 찝찌름하다.

어떤 꾼은 참돔이나 벵에돔을 낚으러 왔다가 팔뚝만 한 부시리가 계속 물어 귀찮게 하자 아예 잡아다 칼로 아가미를 찌른 뒤 다시 바다에 던져 넣기도 하였다더라. 그러한 일화를 매우 자랑스럽게 말해서 실소하기도 하였다.

갯바위 바로 앞에서 선상 낚시는 삼가자
현장은 조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보트 위 꾼들이 서 있는 방향만 봐도 조류가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보통 릴 찌낚시는 조류 상류 방향으로 던져 하류에서 입질을 받는 식이다. 나는 10시 방향으로 넉넉히 캐스팅했지만, 몇 초도 안 돼 밧줄에 채비가 닿아 걷어 올려야 했다. 밧줄을 통과해 흘리기에는 무리였다. 찌를 밧줄 밑으로 통과하여 흘리면 선상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흘린 채비와 엉킬 위험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 보트 낚시와 방파제 낚시는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감정만 상하기 십상이다.

사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보트 낚시가 그리 달갑지 않다. 감성돔이든 참돔이든 찌를 쭉쭉 흘려야 입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흘리는 반경이 넓으면 넓을수록 입질 확률도 올라간다. 하지만 밧줄로 선을 그어 버리면 방파제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찌를 흘리라는 걸까?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카고낚시나 선상낚시를 무시하는 경향이 적다. 서로 간에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장르가 충돌하면 일단은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는 쪽을 먼저 배려해주었으면 좋겠다. 비탈길에서 두 차량이 만났을 때 아래쪽에 있는 차가 양보해주는 게 에티켓인 것처럼 말이다.

막무가내로 끼어들지 말자
때는 화사한 봄날. 여수 가막만에서 감성돔 낚시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한창 낚시 중인데 멀리서 배 한 척이 왔다. 설마 했는데 갯바위에 밧줄을 묶더니 전방 15m쯤에 닻을 내렸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내 눈을 의심할 만큼 뻔뻔했다.

▲ 빌붙는 낚시에 당하고 이날 필자는 꽝조사가 됐다.

일행은 새벽 일찍 도착해 찌를 흘려놨는데, 뒤늦게 온 배가 버젓이 그 자리를 침범해 찌를 흘리는 것이다. 우리가 던지는 곳을 완전히 가로질러 던지고선 우리와 눈 한번 안 마주쳤다. 심지어 우리가 밑밥을 뿌리는 지점에다 채비를 던지고선 자기는 밑밥 한번 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들은 ‘빌붙는 낚시’를 우스갯소리로만 알았는데 실제로 내 앞에서 벌어지니 어안이 벙벙했다. 결국 우리 일행은 한 사람도 고기를 잡지 못했다. 그 사람이야 현지꾼이니 언제든지 낚시할 수 있지만, 서울에서 온 나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남의 채비 자르는 건 양반, 남의 고기를 챙기는 사람은?
이번에는 선상 낚시 이야기다. 선상 낚시를 하다 보면 옆 사람, 뒷사람과 채비가 얽히는 일을 피할 수 없다. 일단 채비가 엉키면 누구 잘못이랄 것도 없이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는다. 상대가 채비를 풀면 ‘죄송합니다’ 혹은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는 게 예의다.

▲ 낚시에 자기 구역이랄 건 없지만, 타인의 전방에다 내 채비를 던지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 대각선 캐스팅에 주의하자.

그런데 가끔은 말도 없이 상대방 채비를 잘라버리는 경우가 있다. 하루는 우럭 낚시 중이었다. 뒷사람과 채비가 엉켰나 보다. 뒤에서 ‘줄 푸세요.’ 하기에 풀었다. 그리곤 한참을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일찌감치 내 채비를 끊고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던 것. 게다가 내 채비에 매달린 고기까지 챙기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자신의 낚시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배려심이라곤 하나 없는 이기적인 꾼의 자화상’을 느꼈다.

선실 매너가 실종된 바다낚시
낚시를 하다가 몸도 녹이고 쉴 겸해서 선실에 들어올 때가 있다. 하지만 빽빽하게 드러누워 있는 일부 꾼들 때문에 앉을 수도 없는 일이 종종 있다. 새벽에 출조할 때는 자리가 비좁아 섣불리 눕지 못하니 서로가 바짝 붙어 앉아 가지만 철수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대부분 대자로 뻗어 자는데 운 좋으면 발 냄새나는 입구 쪽에 쭈그리고 앉아 가고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밖으로 쫓겨나 옆 사람 담배 냄새만 죽어라 맡으며 가야 한다.

▲ 추운 겨울, 장거리 항해임에도 자리가 없자 밖에서 잠을 청하던 필자의 아내.

▲ 비좁은 선실에 떡하니 자리 차지하고 자는 꾼들.

여유가 있으면 다리를 쭉 뻗고 자도 상관없다. 하지만 바깥 날씨가 추운 겨울이라면 선실에 들어와서 쉬는 건 당연지사다. 겨울에는 새벽공기가 무척 찰뿐더러 밖은 파도가 튀어 낚시를 시작하기도 전에 옷이 흠뻑 젖기도 한다.

▲ 이런 운동이 모든 유어선에 확산하되었으면 좋겠다.
정원을 초과해 배를 운행하는 선장도 문제다. 해경이 검사하러 오면 몇몇 손님을 밖으로 빼돌리거나 조타실 쪽방 옆 창고에 숨어있으라고 한다.

해경이 들어와 인원을 세는 동안 구석에 숨어서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데 돈 몇 푼 때문에 안전과 불편 문제를 손님에게 떠넘기는 건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다. 비흡연자는 아랑곳없이 선실 내에서 흡연하는 행위도 문제 중 하나다.

한국은 낚시 산업이 발달한 나라지만, 꾼들의 의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바다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 없다고.’ 그러나 나는 그 말에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물론 매너와 인심까지 겸비한 멋진 낚시꾼도 많지만, 고기 욕심과 이기심으로 에티켓이 실종된 이도 종종 보아왔다. 지금까지 몇 개의 사례를 통해 바다낚시 에티켓을 이야기했는데 혹시라도 자신이 여기에 해당된다면, 앞으로는 잘 좀 해보자. 모두가 즐거운 낚시를 위해.

▲ 거제도 안경섬에서 갯바위에 섞어가는 물의 악취를 맡으면 낚시했던 기억이 있다.

▲ 버려진 양심들.
▲ 낚시를 마치고 쓰레기를 수거했다.

▲ 선착장과 방조제에서도 낚시 에티켓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

▲ 차귀도 목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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