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단맛과 쓴맛…아마로네 와인
사랑의 단맛과 쓴맛…아마로네 와인
  • 글 진정훈 소믈리에 | 사진제공 금양인터내셔널
  • 승인 2015.03.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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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만 끝맛이 씁쓸한 아마로네

이태리 동북부 지역의 도시 베로나Verona는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데, 특히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의 과정은 당시 최고의 드라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이 창작된 1599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400여 년이 지났지만, 줄리엣 집의 발코니와 동상 옆에는 언제나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높은 인기 속에서 작품성까지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두 가문의 싸움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두 주인공의 죽음으로 결말을 나는 부분은 읽는 이 누구에게도 씁쓸한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베로나 도시의 북쪽 지역에서 나는 포도 산지인 발폴리첼라Valpolicella(포도산지가 많은 계곡이란 의미) 지역에는 알코올 도수도 14~17%로 높은 편이고, 단맛과 함께 쓴맛이 느껴지는 아마로네Amarone라는 와인이 생산된다. 아마로네는 쓰다는 뜻의 아마르amare에서 유래하였는데, 실제 맛은 조금 달다. 그러나 끝에 느껴지는 맛이 씁쓸한 고급 드라이 와인이다.

사실 아마로네는 기원전 3세기부터 제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르비나Corvina, 론디넬라Rondinella, 꼬르비노네Corninone 등 토착 포도 품종을 블랜딩해서 만들어지는데, 9~10월에 수확한 포도 중 최상의 상태인 포도알갱이만 엄선해서 3~4개월간 대나무로 엮은 발 위에서 말린다. 이 과정에서 수분이 40%까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당도는 증가하게 되는데, 이 포도 알갱이를 원료로 만든 와인이 아마로네이다.

아마로네 와인을 잘 만드는 대표적인 생산자는 토마시Tommasi, 알레그리니Allegrini, 마지Masi 등이 있는데, 이 중에 토마시는 1902년부터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이태리의 가장 유명한 드라이 레드 와인 중 하나이다.

이태리의 전 국무총리인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가 토마시 아마로네 애호가로 알려져 있으며, 이태리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를 비롯한 많은 배우와 운동선수들이 토마시 아마로네의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헐리우드의 유명 부부인 브레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토마시 아마로네 와인을 잔뜩 사들고 근처 별장에서 머물면서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도 더 황홀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아마로네 와인의 단맛과 함께 느껴지는 쓴 맛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겠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단맛과 쓴맛은 무척 재미있는 부분이다. 굳이 비극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사랑이 단맛과 함께 쓴맛이 공존한다고 볼 때, 아마로네 한 잔은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와인이다.

“저 은빛으로 빛나는 달을 향해 맹세하지는 마세요. 밤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저 달처럼 당신의 사랑도 변할까 두려워요. 그래도 기어이 하시려거든 그대의 심중에다 하세요.” 로미오와 줄리엣 두 주인공의 사랑이 변하기 전에 맞았던 결말이 씁쓸한지, 한 모금 와인의 맛이 입안에서 달라지는 끝맛이 더 씁쓸한 지. 오늘은 아마로네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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