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amping travel__북유럽 여행기①
▲ 북유럽 모터 카라반 여행은 색다른 방법의 여행이었으며 또 다른 즐거움을 심어준 혜택이었다.
어릴 적 꿈꾸던 여행의 로망, 모터 홈에 시동을 걸다
북유럽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은 첫 유럽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던 비행기에서였다. 젊은 시절에 해보지 못했던 유럽여행에 대한 꿈을 이루고자 또 다른 여행을 꿈꾸었다. 그리고는 좀 더 휴식 같은 여행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이에 나는 많은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한 북유럽을 떠올리게 됐으며 매연의 도심이 아닌 신선한 산소를 내뿜는 진정 살아있는 숲으로 떠나고 싶었다.
▲ 북유럽 여행을 계획하며 우리는 나름대로의 루트를 그려보았다. |
정반대로 목적지가 북유럽이라는 이유에서 문제가 되는 것도 있으니 바로 해당 국가에 대한 정보가 극히 빈약하다는 점이다. 서, 남유럽은 영화와 텔레비전 등을 통해 몇몇 주요 도시 등의 이름을 들어보기도 했지만 북유럽은 전혀 얘기다 달랐다.
사실 내가 북유럽의 아는 도시라곤 고작해야 수도가 전부였으며 이에 부랴부랴 가이드북과 인터넷을 통해 나의 구미를 당길만한 도시를 물색했다. 그 결과 북유럽 여행의 목적지로는 각 국가의 수도 외에 안데르센의 고향인 오덴세, 아름다운 전원마을을 가진 헬싱보리, 산타클로스의 고장이라 불리는 로바니에미,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인 레고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이 있는 빌룬트, 북유럽 여행의 백미인 피오르, 관광의 거점이 되어줄 베르겐 등이다.
▲ 모터 카라반 뒤편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 |
결국 북유럽 여행의 콘셉트를 북유럽의 자연을 마음껏 만끽하며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자는 목표아래 캠핑용 차량과 캠프장으로 정했다. 매사에 경험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법, 어쨌거나 큰 사고 없이 유럽 자동차 여행을 무사히 끝냈으니 한층 자신감이 붙었다. 또한 북유럽을 모터 카라반으로 여행한다는 설렘도 앞섰다. 캠핑용 차량과 캠프장 그리고 북유럽의 자연이 가져다 줄 조화를 설명하자 일행들도 모두 찬성이다.
▲ 북유럽의 캠프장은 다양한 편의시설과 더불어 여유로운 캠핑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
생각해보라, 광활한 자연 속에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달리다 숙소를 찾아 헤매거나, 끼니를 때울 걱정을 할 필요 없이 바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즐거움을. 모터 카라반만 있다면 언제든 마음먹은 대로 편히 쉬어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는 대지의 신인 가이아(Gaia)의 허락을 구해 인간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채로 흐트러뜨림 없이 얌전하게 하룻밤 신세를 지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전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작품에서 늘 주창해오던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란 것을 이처럼 내가 직접 체감할 수 있게 될 날이 올 줄은 미처 몰랐다.
▲ 북유럽여행은 다양한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행복하고 가장 추억이 남는 여행이었다. |
렌터카 회사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어떤 차량을 사용하게 될 것인지를 놓고 한껏 소리 높여 떠들어대기 바빴다. 그간 인터넷을 통해 수도 없이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게 되니 모두 비슷해 보여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업었다. 그만큼 우리는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북유럽과 캠핑용 차량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 여행 중 접하게 된 광활한 평야지대의 모습. |
수많은 모터 홈 중에는 대형버스 크기에 텔레비전과 소파, 침대까지 없는 게 없는 녀석도 있었다. 그야말로 원룸을 차에 고스란히 옮겨다 놓은 것이다. 언뜻 봐도 이정도의 내부시설을 갖춘 차량이라면 대여 비가 엄청날 것이 자명하니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서류에 서명을 하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찾아간 우리의 모터 홈도 딱히 부족할 건 없었다. 냉장고에 침대, 욕실 겸 화장실, 옷장과 각종 수납장 그리고 싱크대 등, 한 달여의 기간을 함께 할 ‘움직이는 집’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다만 여섯 명이 침실이 아닌 거실로 사용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 단점이긴 했지만 없는 살림에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우리가 쓰게 될 차량을 확인한 후, 약 10분간 모터 홈 사용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운행 시는 좌석이지만 밤에는 침대로 사용하는 시트를 조립하는 방법, 히터와 가스레인지, 냉장고에 대한 사용법을 파악하고 나니 이제 진짜 북유럽 여행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혹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했지만 짧은 영어로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설령 못 알아듣더라도 DVD로 만든 사용설명서를 주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모터 홈에 올라 직접 운전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의 호기는 모두 사라지고 운전석에 앉자마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 자동차 여행의 경험이 있었기에 떠밀리다 시피 가장 먼저 운전을 하게 됐지만 나도 이렇게 큰 차를 운전해본 적은 없었다. 운전경력 10년을 자랑하는 필자지만 승합차는커녕 RV를 몰아본 적도 없으니 긴장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나름 연장자에 경험자이기에 나를 의지하고 있는 일행들을 위해 용기를 내 차에 시동을 걸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손으로 기어를 넣고, 왼쪽 발을 클러치에서 떼며 오른쪽 발로는 가속페달을 밟으니 스르르 움직이다.
“와, 움직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운전을 해보는 사람도 아닌건만 모터 홈이 움직인다는 게 스스로도 얼마나 놀랍던지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는 환상과 모험으로 가득찰 것이라 생각했던 북유럽으로 향했다.
▲ 모터 카라반 전용 캠프장. 사이트 별로 차량을 구획해 놓았으며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
▲ 북유럽의 낭만적이면서도 시끌벅적 했던 북유럽의 항구. |
저작권자 © 아웃도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