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반가운 손님, 혜성
밤하늘의 반가운 손님, 혜성
  • 글 김호섭 기자
  • 승인 2015.02.27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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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STAR | 혜성 이야기

가깝게는 ‘별에서 온 그대’로부터 조금 멀게는 ‘별은 내 가슴에’, ‘해를 품은 달’, 더 멀게는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나 ‘별을 쏘다’까지 우리나라 드라마는 ‘별’자가 들어가는 작품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목으로 사용된 ‘별’은 천문학적이지 않고, 다분히 은유적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별’사랑은 유별나다.

▲ 소형 쌍안경으로도 관측 가능한 러브 조이.(장승혁 촬영)

한국에서는 우주를 소재로 차용한 영화의 흥행도 좋은 편이다. 1000만 이라는 관객 기록을 세운 ‘인터스텔라’의 흥행 성적은 미국 본토보다도 인구대비 훨씬 높아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현된 장면은 상대성이론이라는 21세기 과학계 최대의 이론에 따랐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현실적 가능성이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적 차원에서, 또는 유달리 별을 좋아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맞물려 흥행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국민이 과학적이든, 인문학적이든 별에 대한 호기심이 얼마나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이청준의 소설 ‘별을 보여드립니다’는 한 천문학도를 통해 우리의 삶과 가족과 사회적 인식에 대한 애틋한 감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삭막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마음속에 별을 꿈꾸며 살아간다.

시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훨씬 더 많은 작품에서 ‘별’을 직접적인 소재로 차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나 ‘서시’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서시’에서는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엄청난(?) 시적 표현이 나온다. 필자도 바로 그 표현을 겨울만 되면 큰개자리에 있는 ‘시리우스’를 보면서 문득 떠올리곤 한다. 때로는 새벽에 뜬 금성이 ‘바람에 스치는 별’이 되기도 한다.

이참에 독자 여러분들은 천문대를 방문해서 좀 더 사실적인 ‘별’공부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에겐 충격을 안겨줄 정도로 신세계를 보여줄 수도 있고, 상상했던 것과는 달라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다. 각자의 상상의 나래에 따라 실체적인 별세계는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천문대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캠핑을 하거나 어쩌다 한적한 야외에서 밤을 맞이하게 된다면 별을 보며 문학적인 표현, 또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 올려보는 것도 의미있는 별 밤을 만드는 방법이다.

먼 혜성까지 우주선을 보내는 이유
별쟁이들은 이따금 이런 말들을 한다. “OO이 없었으면 밤하늘이 정말 심심할 뻔 했어”. “OO이 방문을 해주니까 항상 같은 하늘인데도 밤하늘이 더욱 볼만한 것 같아”. 여기서 ‘OO’은 무얼 말하는 것일까? 정답은 ‘혜성’이다.

혜성이 없는 밤하늘은 수십 년이 지나도 매년 같은 별자리만 반복되는, 별쟁이들에게는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밤하늘일 것이다. 그러나 이 혜성 덕분에 별을 영접하는 별쟁이들은 늘 기쁜 마음으로 먼 곳으로부터 온 방문객을 반긴다.

▲ 러브조이 혜성의 변화. (김호섭 촬영)

별은 늘 그 자리에서 변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으므로 별을 제외한 다른 대상에서 밤하늘 보는 재미를 찾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혜성과 유성이다. 작년 2월호에서 이 두 천체에 대해 언급을 했으므로 참고하기 바라며, 이번 호에서는 그중에서도 혜성에 대해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고자 한다.

최근(2014년 11월)에 추류모프-게라시멘코라는 목성 근처에 있는 혜성 위로 유럽우주연합(ESA)이 보낸 우주선 로제타가 자위성인 필레(Philae)를 혜성 표면에 내려보내 무사히 안착시키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중력이 거의 없는 작은 혜성을 향해 그 먼 곳까지 무사히 당도하는 것 자체도 힘든데, 자위성까지 무사히 착륙시킨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혜성까지 우주선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략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혜성은 태양계 형성 당시의 구성 물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초기 태양계의 형성과 진화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두 번째로는 지구의 생명기원과 관련하여 혜성의 먼지 성분 속에 포함된 아미노산이 지구에 생명체를 탄생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추측 때문이다.

수 십 억 년 전 거대한 불덩어리였던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는 어떻게 출현했을까 하는 것은 과학계의 오랜 수수께끼였다. 근거 있는 주장 중 하나가 바로 혜성으로부터 왔다는 설이다. 혜성이 태양과 가까워질수록 꼬리가 발달하게 되고, 이 꼬리 속의 부스러기에는 아미노산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런 부스러기들이 지구로 떨어져서 어떤 유기적 합성으로 생명체가 탄생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별쟁이들을 설레게 하는 러브조이 혜성
최근에는 러브조이(C/2014 Q2)라는 밝은 혜성이 출현하여 전 세계의 천문인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밝을 때는 5등급 이하까지 밝아지는데, 이는 소형 쌍안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망원렌즈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쉽게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다만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워서 사진을 찍기 위해 밤하늘 어디를 봐야 하는지가 문제다. 약간의 별자리 공부를 하고, 인터넷에서 이 러브조이 혜성에 대한 검색을 해보면 많은 자료들이 혜성의 현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혜성의 이름은 발견자의 성을 붙이는 것이 관례다. 지난 2009년에 한국인 최초로 혜성을 발견한 이대암 선생의 성을 따서 혜성의 이름에 ‘YI’를 붙였던 예가 있다. 이번에 방문하는 러브조이 혜성도 역시 호주의 천문인인 ‘러브조이’씨가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참고로 러브조이 씨는 혜성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5개의 혜성을 발견하여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그 5개의 혜성이름이 모두 ‘러브조이’이다.

그렇다면 여러 개의 ‘러브조이’ 혜성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천문학에서는 발견자의 이름 외에 학명을 별도로 붙인다. 앞에서 언급한 ‘러브조이’혜성의 학명은 ‘C/2014 Q2’이다. 앞의 ‘C’는 장주기 혜성을 의미하며 대략 200년 이상의 주기를 가지면 붙인다. 그 이하의 짧은 주기를 가진 혜성을 단주기혜성이라 부르며 앞에 ‘P’자를 붙인다. 나머지는 2014년의 8월(Q)에 발견된 2번째 혜성이란 뜻이다.

혜성 중에는 한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비주기 혜성도 있다. 아주 드문 예로 주기 혜성이었으나 태양에 빨려 들어가거나(2013년 겨울의 ‘ISON혜성’), 행성에 충돌하여 소멸되는 경우도 있다. 1994년 태양을 돌아서 외곽으로 날아가던 슈메이커-레비9 혜성은 목성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빨려 들어가 태양계 최대의 충돌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되어 큰 화제를 모은 C/2014 Q2 LOVEJOY 혜성은 주기가 8000년으로 알려져 있다. 주기가 8000년이니 이번에 관측을 못하면 8000년을 기다려야 한다. 사실상 비주기 혜성이나 다름없겠지만, 우주의 시간 개념으로는 그 정도도 그리 길다 할 수도 없다. 우리의 삶이 짧을 뿐이다.

▲ 러브조이 혜성. (신범영 촬영)

혜성은 무엇으로 구성됐을까

혜성의 본체는 핵으로 불리는데, 핵은 얼음의 주성분 외에 암석질 또는 유기질의 먼지를 포함하고 있다. 아마 만질 수 있다면 표면은 푸석푸석할 것이다. 그래서 혜성의 핵은 ‘지저분한 눈덩이’에 비유되기도 한다. 핵의 평균 직경은 수백 미터 정도로 작고, 특별히 큰 것이 드물게 수십 km이상이 되기도 한다. 더러운 물질들로 구성되어 있어 대부분의 핵은 검다. 그러나 태양에 가까이 올수록 핵 내부의 물질들이 태양풍이라든가 기타 화학적 반응에 의해 주로 녹색을 띄게 된다.

태양으로부터 먼 곳에서는 저온으로 핵이 완전히 얼어붙어 있으므로 지구상에서는 단지 소행성 형태의 천체로만 보인다. 하지만 혜성이 태양에 가까이 오면 태양으로부터 복사되는 열에 의해 그 표면이 증발하기 시작한다. 증발된 가스와 먼지는 매우 크고 희박한 대기가 되어 핵의 주위를 구형으로 감싸게 되는데, 이를 ‘코마’라 부른다.

또한 태양으로부터의 복사에너지와 태양풍에 의해 태양과 반대쪽 방향으로 꼬리가 만들어진다. 혜성의 꼬리는 날아가는 반대방향에 형성되는 흰 빛의 ‘먼지꼬리’와 이온화된 기체로 구성된 푸른빛이 도는 ‘이온꼬리’가 있다. 이온꼬리는 기체와 먼지보다 태양풍의 영향을 크게 받고, 태양의 인력보다는 자기장에 따라 운동하므로, 태양의 거의 반대편에 수직으로 뻗게 된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되지 않으며 사진으로 장노출의 사진으로 찍어야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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