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는 시린 겨울을 날 양식이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시린 겨울을 날 양식이 필요하다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amping Letter_생태 캠페인

가을은 자연의 모든 것을 정점에 이르게 한다. 하늘은 어느 때보다 파랗고 산은 그 어느 때보다 붉고 선명하다. 또한 나무와 꽃은 서서히 제 몸을 갈무리하며 한해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캠프장에 온 아이들은 이맘때면 늘 나무 밑에 떨어진 밤나무 껍질과 도토리 등을 줍는데 여념이 없다. 그것은 책에서 본 사진이 아니라 진짜 배기인 실물이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도토리나 밤이 열리는 참나무나 밤나무를 찾기 위해선 인근의 야산이나 수목원 등을 찾아가야 한다. 나무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있었든 개구리나 제비, 메뚜기 등도 이젠 책을 통해서나 만날 수 있을 뿐 우리 주위에서 실물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예전 묵을 담가 먹었던 도토리는 이제 산에서 줍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으며 잣이나 산나물은 뜯는 것조차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유는 산짐승들이 먹을 양식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조치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이 빚어낸 결과 탓이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생각’은 산나물을 채취하더라도 어린잎은 물론이고 뿌리째 캐가는 잘못을 저지르게 됐으며, 캠프장에서도 자연을 접하기 보단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을 만들었다. 사실 산나물이나 도토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먹을거리는 아니다. 피자에 비유한다면 주재료인 밀가루나, 피망, 쇠고기도 아니다. 하지만 다람쥐나 청설모에게 있어서 도토리와 잣은 시린 겨울을 보내기 위한 양식이며 쌀이다. 산자락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 역시 밤이나 도토리, 잣 등은 작은 소일거리의 수단이며 겨울철 주식을 대신할 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시민에게 이런 것들은 옛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먹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이 아닌 만큼 가져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 생명들을 위해 욕심을 버리고 필요한 만큼만 가지라는 말이다. 캠프장에서도 나만의 안위를 위해 땅따먹기를 하듯 널찍하게 자리 잡기보다는 또 다른 캠퍼들을 위해 다소 양보하는 미덕을 갖자. 캠핑은 자연 속에서 주변의 생명들과 함께 호흡하는 법을 배우는 아웃도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