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를 이용한 트레킹과 금강을 이용한 낚시와 카약도 가능
▲ 여름철 성수기 외에는 한적한 캠핑을 즐기기 좋은 적벽강오토캠핑장. |
전국에 많은 캠프장과 야영장이 있지만 적벽강오토캠핑장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이는 드넓은 잔디밭이 주는 편안함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건물이나 시설물 등이 없다는 점이다. 휴양림의 야영장이라면 데크나, 방갈로, 화장실 등의 시설물이 있거나, 캠프장이라면 수세식 화장실에 샤워장 등의 편의시설이 있겠지만 이곳은 영 이런 최신 시설물들과는 거리가 멀다.
금산IC를 빠져나와 수통리로 가는 길은 곳곳에 대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금강 상류에 자리하다보니 적벽강오토캠핑장 역시 4대강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통마을에서 오토캠핑장으로 가는 길은 불도저와 쇼벨, 굴삭기 등의 중장비 기계들이 한참이나 맨 땅을 다지고 있었다.
캠프장으로 들어서니 평일임에도 서너 팀이 자리를 잡고 드넓은 잔디밭을 이용해 여유로운 호사를 즐기고 있다. 야영장 양쪽으로 띄엄띄엄 자리 잡은 텐트들은 서로에게 피해를 줄 염려도 없을뿐더러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게 자유롭게 텐트와 타프를 세팅 할 수 있었다. 거실형 텐트를 설치하고 그 앞에 화로와 테이블을 펼쳤다.
아이들과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적벽강오토캠핑장 ▲ 가족 간에 가벼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포도주.
늦가을이라 밤이 되면 쌀쌀해지는 것을 고려해 텐트 내 거실공간에 세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따뜻한 오후 햇살을 맞으며 강변의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놓치기 아쉬워 화로와 테이블 등을 밖으로 빼냈다. 가을바람에 갈대가 이리저리 휘날리는 강변에는 두루미 한 쌍이 먹이를 찾아 연신 강바닥을 뒤지고 있었다. 만추가 되면 급해지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시린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동물들도 활동이 분주하다.
적벽강오토캠핑장의 널찍한 잔디밭에는 화장실 두동과 서너 개의 수도꼭지가 달린 취수대 두 곳, 전선을 연결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 함이 전부다. 때문에 여러 팀이 한꺼번에 캠핑을 즐기려한다면 취사장과 화장실에선 줄을 서는 예의를 지킬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멋지고 번듯한 시설을 원하는 캠퍼라면 적벽강오토캠핑장은 그리 추천할 만한 캠프장은 아니라 하겠다.
하지만 캠프장 옆 금강으로 나아가 낚시나 카약 등의 레저를 즐길 생각이라면 적벽강오토캠핑장은 그 어느 곳보다 한적하고 편안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더욱이 여름철 성수기가 지나고 나면 더더욱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있다.
한적한 오후 햇살에 취해 마음껏 해바라기가 되었다. 나른한 오후 햇살에 잠이 쏟아져 주변의 산책로와 적벽강, <대장금> 촬영지를 찾아 나섰다. 캠프장에서 다시 수통마을로 나와 적벽교를 건너 강가를 따라 이어진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나서자 강가에 우뚝 솟은 기암과 단풍이 장관이다. 바로 양쯔강의 붉은 벽을 닮았다는 ‘적벽’으로 단풍이 든 붉은 벽은 세상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장관이다. 때문에 옛 선인들은 이 적벽 아래 배를 띄워놓고 시를 읊으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고 한다.
▲ 아침 안개에 갇힌 적벽강오토캠핑장. 물안개는 적벽강 캠핑의 즐거움을 벗어나 이상향에 와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
적벽강오토캠핑장의 산책로는 적벽교에서 강을 따라 가는 길과 수통2리 마을 회관 옆 <대장금> 촬영지에서 시작되는 길로 나눌 수 있다. 적벽교를 건너 601번 지방도를 따라 <대장금> 촬영지인 수통2리 마을 회관 옆 세트장으로 차를 몰았다. 수통2리 촬영지에는 주인공인 ‘장금이’가 궁에서 쫓겨나 밭을 갈던 곳과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며 애달픈 감정을 삵이던 ‘이영애바위’, 정자 등이 남아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드라마의 추억이 서서히 잊혀지면서 세트장도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지만, 캠핑을 즐기며 함께 둘러볼만한 곳이다. 특히 정자 위에서 바라본 금강의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쪽빛 물살이 시원함을 선사함과 동시에 산자락의 붉은 단풍은 만추의 열기를 느끼게 한다. 또한 반짝이는 은빛 물결의 일렁임은 금방이라도 물속으로 들어가 카약이라도 띄워 놓고 풍월이라도 읊게 만든다. 때문에 드라마 제작팀이 처음 이곳을 발견했을 때 저마다 탄성을 자아냈다고 한다.
▲ 중국에서 그 이름을 따온 적벽.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다. |
오후 햇살에 캠프장의 잔디밭이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며 텐트 위로 서서히 습기가 내려앉는다. 랜턴을 키고 찬 공기를 어루만지며 적벽강이 선사하는 희뿌연 밤의 풍경에 빠져들었다. 금강의 물안개는 캠프장의 모든 것을 포근한 안식의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랜턴 이외에는 별다른 조명이 없다보니 캠프장 주변은 온통 별들의 라이브 무대다. 포근한 이불처럼 캠프장 전체를 덮어버린 별들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욱더 밝아지는 법이다. 가을하늘에 가장 반짝이는 별인 견우성이 안개 속에서도 뚜렷한 자태를 뽐낸다. 어릴 적 별이 빛나는 밤이면 별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기억들이 새롭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런 소박한 꿈들에 대해 무뎌지고 무덤덤해지는 것은 아닐까? 화롯불 앞에 앉아 밤하늘의 별이 보내는 긴 시간의 편지들을 읽으며 밤을 보낸다.
▲ 물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가을바람에 잠시 고개를 내민 산자락.
▲ 밤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텐트에도 찬 이슬이 내려앉았다.
속세를 벗어난 이상향을 느끼게 하는 물안개
적벽강오토캠핑장의 아침은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하는 희뿌연 안개의 세상으로 시작됐다. 물안개로 인해 캠핑의 아침은 구름 위에 앉아 있는 신선이 된 기분이다. 동양의 이상향은 현실적인 평안 속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서로가 조화롭게 사는 행복한 세상이라면 서양의 이상향은 선의 세상, 젖과 꿀이 흐르는 행복한 천국을 의미한다.
꽁치 조림에 무말랭이, 계란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나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잔뜩 이슬을 머금은 텐트도 말려야 하기에 잔디밭으로 나가 연을 날렸다. 도심에서야 전봇대와 전선으로 마음껏 연을 띄울 수도 없지만 넓은 잔디밭이 특징인 적벽강에서는 그저 바람결에 연을 띄우기만 하면 된다. 연은 파아란 하늘을 가로지르며 이리저리 춤을 춘다. 연이 바람을 가르며 자유로운 영혼의 춤을 시작했다.
멀리 액운을 띄워 날려 보내는 것에서 시작된 연날리기는 사실 우리의 전통적인 세시풍속 중에 하나다. 연을 날리기 위해선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결국 아이들에게 연날리기는 하나의 놀이며 운동인 셈이다. 체력의 저하를 보이는 요즘 아이들에게 연날리기는 중요한 체육활동이 될 수도 있다.
▲ 금강에서 피어오른 밤안개는 캠프장을 희뿌연 안개 속의 세상으로 바꿔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
텐트를 또한 주머니에 넣고 테이블과 의자를 차곡차곡 실은 후, 서울로 차를 몬다. 1박 2일이란 시간은 사실 그리 긴 시간은 못된다. 이중 텐트를 치고 다시 짐을 정리하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캠핑의 즐거움은 그리 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설치에 해체에 소요되는 그 짧은 시간의 노력조차도 거부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더욱 무의미하고 삭막해지지 않을까. 휴식과 색다른 체험, 이런 조미료 같은 시간이 있어 우린 그나마 행복함에 젖는가보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말처럼 이제는 이 기운을 받아 새로운 캠핑을 기다리며 또 다른 한 주를 시작해야겠다.
캠핑장 내에는 화장실과 취수장, 전기콘센트 등이 갖쳐줘 있으며 그 외에 별다른 편의시설은 없다. 가족들이 함께 찾기 좋은 캠프장으로 1박 2일에 1만 5천원이다. 전기료 5천원은 따로 내야 하며 사전에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문의: 041-753-3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