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게도 쉴 시간을 주자
겨울, 숲에게도 쉴 시간을 주자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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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 Column__생명의 숲

생명의 숲은 이 겨울 또 다른 봄을 준비한다

곰이나 개구리 등의 동물들이 추운 겨울을 맞아 겨울잠을 자듯이 캠프장의 나무와 풀들도 겨울이면 몸을 움츠리고 잠을 잔다. 봄에 꽃을 피운 나무는 가을에 열매를 맺어 씨앗을 날리긴 하지만 곧바로 새싹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이는 가을에 핀 새싹이 추운 겨울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이상 고온현상으로 인해 이른 봄이나 늦가을에 때 이른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지만, 대부분의 식물과 나무들은 겨울이면 긴 수면에 들어간다. 이런 수면기간을 통해 꽃과 나무의 씨앗들은 시린 추위를 이겨내며 강한 생명력을 얻게 되고, 봄이 되면 새싹을 피워 대지를 숨 쉬게 한다. 결국 추운 겨울은 나무와 꽃들에게는 생명의 싹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성장과정인 셈이다.

어머니가 열 달이란 긴 시간 동안 뱃속에서 아이를 키워내듯이 대지도 긴 겨울동안 자신의 품속에서 생명의 씨앗을 품고 키워낸다. 결국 숲의 생명들은 모두 대지의 아들이며 딸들인 셈이다. 모든 생명의 존재는 제 각기 자신만의 달란트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나무와 풀들 역시, 자신의 달란트를 가지고 마음껏 그 재능을 발휘하며 사람들에게 맑은 공기와 햇살을 선사하는 셈이다.

숲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때론 기나긴 수면의 시간이 필요하다. 12월 막 잠에 빠져들려는 숲과 대지의 수면을 방해하는 것은 사람들이다. 겨울 잎을 모두 떨어뜨린 나무는 불필요한 것을 모두 내던져 버린 맨몸이다. 이 때문에 겨울의 숲은 약간의 불씨에도 불이 나기 쉬우며 때론 강추위에 동해 피해를 입기도 한다.

때문에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국립공원이나 자연휴양림에서는 11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화로나 그릴의 사용을 규제하기도 한다. 때론 취사는 물론이고 등산로를 통제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이런 규제를 통해 숲은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지 모른다. 겨울철 휴양림이나 국립공원 야영장에서 캠핑을 하다보면 정말 죽은 듯이 숨을 죽이고 있는 숲을 느끼게 된다.

가끔씩 찾아오는 참새와 까치들의 날개 짓과 울음소리마저 없다면 캠프장은 온통 적막이다. 휴식, 나의 휴식을 위해 숲을 찾았듯이 숲도 휴식을 위해 찾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주자. 밤새 소란을 피우기보다는 차분한 숲의 휴식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돼 우리도 휴식을 취해보자. 아마도 그것이 캠핑을 떠나는 진정한 목적이 될 것이다.

아마도 그 고요함 속에서 생명의 소리와 숨을 쉬는 새싹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작은 숨을 쉬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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