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명소와 사찰을 걸으며 보내는 1박 2일 송년 캠핑
부안의 명소와 사찰을 걸으며 보내는 1박 2일 송년 캠핑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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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송년 캠핑①_고사포야영장

사라지는 일몰을 감상하며 한해의 대소사를 정리하자  

서울→외곽순환도로→서해안고속도로→부안IC→새만금전시관→고사포야영장→적벽강→수성당→채석강→호랑가시나무군락지→고사포야영장(1박)→내소사→서울


▲ 고사포야영장에서 만난 일몰. 겨울 고사포의 일몰은 삶을 초월한 듯 초연하고 부드럽게 바다 속으로 빠져 들었다.
12월, 30여일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면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흐름을 깨닫게 된다. 지난 한해 가족과 함께 한 시간들을 둘러보면 그리 좋은 아빠가 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연말 망년회 등 잦은 모임도 많은 탓에 더욱더 나쁜 아빠가 되었다면 주말 캠프장을 찾아 아이들과 가족만의 송년 캠핑을 떠나보자.


해마다 12월이 되면 늘 떠오르는 생각 중에 하나가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하지 말았어야 할 실수가 무엇이었는가? 이다. 365일이란 기간 중 이제 30여 만이 남았다는 생각을 하면 그동안 뭘 하고 지냈는가 싶다. 때문에 12월의 캠핑은 남들이 잘 찾지 않는 조용한 산자락 아래나, 멋진 일몰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한해를 정리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변산반도 한쪽에 자리한 고사포해수욕장은 국립공원 지역 내에 취사나 야영이 금지되는 타 지역과는 달리 사계절 이용이 가능한 곳으로 멋진 일몰을 감상하며 조용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더욱이 사람들로 북적이던 여름철에 비해 한가롭고 소나무가 찬 바닷바람을 막아줘 따뜻한 캠핑을 즐기기 좋다.  캠핑의 즐거움은 야외에서 보내는 하룻밤의 추억이다. 하지만 그 추억이 먹고 마시는 일이 전부라고 한다면, 어느 순간 그 캠핑은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 될 수 있으며 아이에게 조차 외면 받는 캠핑이 되고 말 것이다. 가족이 함께 캠프장으로 떠나 각자 흩어져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그것은 함께 떠날 이유가 없는 셈이다.

▲ 단풍이 든 채석강. 책을 층층히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이 특이하다.

캠핑의 즐거움은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함께 공유하는 데 있다. 때문에 캠프장 주변의 즐길 거리나 문화재, 역사의 현장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담아오는 것도 중요하다.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에서 빠져나와 30번 국도를 타고 변산반도로 향했다.

변산반도국립공원이란 이름 탓에 높은 산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변산반도를 대표하는 변산은 겨우 5백 미터에 지나지 않은 낮은 산이다. 30번 국도를 타고 들어선 변산반도의 첫 번째 방문지는 새만금전시관이다. 정부는 군산과 부안을 잇는 33km의 방조제를 통해 만들어진 용지를 이용, 서해안의 명품 복합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다. 2020년 1단계 작업이 끝나면 23.000ha의 간척지를 얻게 된다.

▲ 새만금전시관에 전시된 미니어처. 앞으로의 관광 개발 계획을 모형으로 만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관 내부는 앞으로 개발될 땅의 모형을 전시해 놓은 미니어처 외에 새만금이 가져다 줄 꿈같은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기 전에 반드시 홍보영상을 보아야 한다는 안내자의 이야기에 밝은 청사진만을 제시하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영 눈살을 찌부리게 한다.

새만금전시관을 나와 인근에 자리한 고사포해수욕장을 찾았다. 새만금에서 가깝기야 변산해수욕장이 가깝지만 고사포의 소나무 숲이 주는 포근함이 떠올라 변산해수욕장을 지나 고사포로 향했다. 해송의 품안에 자리한 고사포야영장은 서너 팀만이 자리했을 뿐 너무나 한산하고 조용하다. 야영장 제일 안쪽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다. 바닷 바람이 불긴 했지만 한겨울의 냉혹함에 비하면 그저 선선할 정도다.

일몰을 즐기며 한적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고사포야영장

▲ 해가 지고 난 후의 고사포야영장.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여름철에 비해 조용하고 한가롭다.
텐트를 치고 거실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 등을 세팅한 후, 다시금 주변의 적벽강과 채석강, 수성당을 찾아 나섰다. 변산반도의 서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30번 국도를 따라가다 제일 먼저 닿게 된 곳은 적벽강이다. 야영장에서 30번 도로를 따라 가는 길옆으론 부안군이 트레커들을 만들어 놓은 마실길이 이어져 걷는 이들도 많다. 소동파가 즐겨 찾았다는 중국의 적벽강에서 유래한 변산의 적벽강은 붉은색 암벽과 절벽이 조화를 이룬 곳으로 해변의 모래사장을 따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갈대 숲 사이로 난 마실길을 따라 적벽강을 둘러보았다.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벽이 자연의 신비한 손길을 느끼게 한다. 적벽강에서 계단을 올라 칠산바다를 수호하는 개양할미를 모신 곳인 수성당을 찾았다. 일종의 해신당인 이곳은 바닷가에 있는 해신당이 그렇듯 여성 신을 모시고 있다.

▲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30번 국도 옆으로 최근 부안군이 조성한 트레킹 코스가 나 있어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변산반도의 앞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여울골에 자리한 수성당는 1800년대 이전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개양할미는 나막신을 신고 바다를 건너며 수심을 재 어부들을 보호하고 풍랑을 다스린다고 한다. 수성당 앞에 과일과 떡, 소머리를 올리고 한창 굿판이 벌어졌다. 내용을 들어보니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49살에 불귀의 객이 된 영혼을 달래는 굿이다. 풍랑이나 해일은 바닷사람들이 늘 지니고 사는 위험이겠지만,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너무나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새삼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잘하라는 말이 떠올라 수성당의 굿판을 구경하다 다시금 적벽강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바닷가의 풍경하면 떠오르는 횟집들과 먹을거리 촌을 지나 채석강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을 찾았다. 전라도의 식당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간단한 찌개거리 하나에도 반찬은 10가지가 넘는다. 조린 갈치에 새콤한 나물까지 곁들인 반찬에 배를 채우고 채석강으로 걸음을 옮겼다. 채석강은 이태백이 술을 마시다 강물의 달을 잡으려 했던 채석강과 비슷한 풍경이라 해서 그 이름이 붙었다. 층층으로 갈라져 나긴 기암들과 오색의 단풍이 햇살을 받아 따뜻함까지 느끼게 한다. 마치 수천 권의 책을 쌓아 올린 것 같은 모습의 절벽을 둘러보고 일몰 시간을 고려해 마지막으로 인근의 호랑가시나무군락지를 찾았다.

▲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하루에 두 차례 섬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하는 밤섬.
천연기념물 제122호로 지정된 변산면 도청리의 호랑가시나무군락지는 호랑가시나무자생지의 북쪽 한계선으로 군락을 이뤄 서식하는 곳은 이곳뿐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호랑가시나무는 국내에는 4종 만이 서식할 뿐이다. 예전에는 호랑가시나무가 귀신을 쫓는 나무라고 해서 음력 2월 영등날에는 나뭇가지를 꺾어 정어리 머리에 꿰어 처마 밑에 걸어두기도 했다고 한다. 주변의 시설 공사가 한창인 군락지를 둘러보고 지는 해를 보기위해 고사포야영장으로 돌아왔다.

12월의 일몰은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던 여름의 일몰과 달리 차분하고 쓸쓸하다. 또한 안간힘을 쓰고 매달리지도 않는다. 그저 체념한 듯 묵묵히 마지막 열기를 식히다 서서히 사라질 뿐이다. 바다와 작은 언덕 너머로 고개를 숨기는 고사포의 겨울 일몰은 더욱 씁쓸했다. 너무나 평범했기에 화려함이 주는 여운이 없는지도 모르지만, 고사포의 일몰은 미련을 버린 사람의 모습이며 생을 초탈한 자연이다.

모닥불을 쬐며 지난 한해를 정리해 본다

▲ 고사포야영장에 텐트와 테이블 등을 설치하고 주변의 볼거리를 찾아 나섰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일몰의 풍경을 감상하며 화로대에 불을 붙였다. 밤이 되자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더욱더 크게 들린다.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일법한 별들이 뿌연 안개에 가려 달빛만 잔잔할 뿐 전혀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의자에 기대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파도 소리에 귀를 열고 한해를 되집어 본다. 아귀다툼의 세상이라지만 꼭 이기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모습이 괜한 공허감을 불러 일으킨다.

뒤돌아보면 후회할 일들을 거침없이 행했던 한해, 신이 아닌 이상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의 다툼조차도 하찮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밀려갔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지난 한해의 나쁜 기억들을 모두 담아 보낸다.

일주일의 피로에 무겁기만 한 눈꺼풀을 겨우 열고 늦은 식사를 마쳤다. 해송의 짙은 향기가 바닷바람을 타고 뜻하지 않은 삼림욕까지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테이블을 접고 마지막으로 내소사를 찾았다.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 한해의 복을 기원하고픈 사람의 간사한 마음에서 비롯된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된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을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100년이 넘은 전나무 700여 그루가 버티고 선 숲길은 맑은 공기가 주는 신선함과 햇살이 전해주는 부드러움에 걷고 싶은 느낌이 절로 나는 곳이었다. 길 양쪽에 늘어선 나무들이 사찰을 지키는 호위병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는 느낌은 융단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더욱이 노랗게 물든 전나무 숲길 옆으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의 화려한 색채가 더해져 조화로운 미를 선사한다. 

▲ 사찰 입구의 전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내소사는 매년 변산반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둘러가는 곳 중 하나다.
내소사 대웅전의 정교한 꽃살무늬 문짝과 후불벽화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백의관음보살상을 둘러보고 용 모양이 특이한 동종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려 동종은 본래 청림사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긴 것으로 살아있는 듯한 용의 모습과 정교한 표현이 눈길을 끈다.

내소사를 둘러보고 야영장으로 돌아와 텐트를 걷었다. 늘 하는 캠핑이지만 12월의 캠핑은 더더욱 감회가 새롭다. 해가 바뀔 때마다 늘어나는 나이도 나이지만, 커가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공간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때까지라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바로 캠프장에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고사포야영장

변산면 운산리 441번지에 자리한 고사포야영장은 여름철이면 피서객으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그외 시즌은 한가롭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야영장 내부에는 취사장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여름철에는 샤워장도 운영한다.

야영장은 해안 일대의 소나무 숲 전체로 산불경방기간에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야영장 바닥은 고운 모래가 깔려 이용하기 좋으며 바닷가가 지척이라 일몰을 감상하며 하룻밤을 보내기 좋다. 연중 선착순으로 사용이 가능한 곳으로 야영장 내에는 400여 동의 텐트를 칠 수 있다. 다만 겨울철에는 샤워장을 폐쇄하고 1개 화장실 외에는 동파를 염려해 단수한다. 야영장 이용료는 성수기는 1만 1천원(비수기 9천원)이며 샤워장은 1회 1천원이다. 전기는 사용할 수 없으며 산불경방기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문의 063-582-7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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