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말 3박4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하나캠핑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 돗토리를 다녀왔다. 해외를 다녀왔으니 여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특별한 건 캠핑과 함께 했다는 점이다. 돗토리에서 즐기는 캠핑은 어떤 맛인지 전해본다.
캠퍼들의 여행. 떠나요, 돗토리로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세 시간을 달려 동해항에 도착.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만큼 날씨는 흐렸지만 처음 만난 일행들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캐리어 대신 배낭을 짊어지고 모인 모습이 영락없는 캠퍼들이었다. 간단한 출국심사를 마치고 일본으로 데려다 줄 DBS훼리에 몸을 싣는다.
저녁 7시, 항구를 벗어나 먼 바다로 항해를 시작한다. 선내에 여러 시설이 있어서 기대했지만 파도가 심하게 치는 바람에 멀미가 와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대로 침대에 고꾸라졌다. 그렇게 꼬박 10시간을 넘게 자고 일어나니 첫 기착지인 사카이미나토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동해-사카이미나토를 왕복하는 DBS훼리. 일행들이 탑승하고 있다.
▲ 가을볕에 익어가는 벼. 요나고 지방의 특산물이다.
모리노쿠니(森の国) 캠핑장 숲의 나라라는 뜻을 가진 캠핑장. 일본 3대 명산인 다이센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캠프사이트 한 곳당 알파인텐트 2~3개는 족히 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공간이 확보되어있고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체험·놀이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광활한 잔디밭은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라 가족 단위 캠퍼들에게 인기가 좋다. 또 캠핑장 내에서는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오꼬노미야끼, 야끼소바 등을 맛볼 수 있다. |
다이센 트레킹과 캠핑
사카이미나토항에 내려 캠핑장으로 이동하면서 마주친 풍경은 아주 잘 정돈된 시골 풍경이었다. 특히 누렇게 익어 넘실대는 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돗토리현 일대를 또 다른 말로 요나고 지방이라고 표현하는데 요나고의 한자 표기가 米子(미자)이고 쌀이 많이 나는 지방이라고 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가이드의 설명 덕분에 이동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벌써 배 안에서 친해졌는지 일행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캠프 사이트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펼쳤다. 잔디도 깔려있고 제법 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드는 이곳은 1박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 모리노쿠니 캠핑장에 도착. |
▲ 가볍게 즐기는 다이센 트레킹 |
트레킹을 마치고 캠핑장으로 돌아와 슬슬 저녁 식사를 마련했다. 현지 마트에서 구입한 식료품으로 만드는 음식은 일본에서 캠핑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다. 또 한편으로는 일본 캠퍼들과의 교류를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캠핑 페스티벌 행사 때문에 캠핑장을 전세로 빌린 것이라 생각에만 그쳐야 했다. 대신 함께 온 일행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목을 다질 수 있었고 별을 바라보며 캠프파이어를 즐기는 시간을 통해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 함께하는 캠프파이어 |
▲ 모리노쿠니의 밤. |
다이센 |
돗토리 이모저모
셋째 날 아침.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철수준비를 한다. 햇볕에 텐트를 말리는 손길들이 분주해 보였다. 어제 트레킹이 일정에 포함되어서 생각보다 캠핑장에서 보낸 시간이 짧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날이 선선해 캠핑하기 좋은 계절이여서 떠나기가 더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말끔하게 캠프 사이트를 정리하고 관광 일정에 나섰다.
첫 목적지는 ‘아카가와라’. 이 곳은 에도, 메이지 시대 때 상인들이 창고로 쓰던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지금은 각종 공방, 찻집, 상점 등으로 변모된 곳으로 특히 일본에서 보기 힘든 인도식 사찰과 간장을 만드는 오래된 양조장이 기억에 남았다. 이곳 어딘가 찻집에서 맷돌로 갈아 마시는 커피를 맛봤는데 시럽 대신 단팥을 내주는 것이 특이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쌀과 더불어 요나고 지방의 특산물인 배를 주제로 삼은 20세기 배 박물관. 이곳은 배의 역사와 전파과정을 전시해 두고 시식을 비롯해 각종 체험을 즐길 수 있게 꾸며놓은 곳이었다.
▲ 아카가와라의 명물 ‘맷돌커피’. |
떠나는 배 안에서 든 생각은 ‘짧은 일정과 별개로 알찬 시간을 보낸 것 같다’였다. 단순히 캠핑 때문에 해외여행을 한다는 건 ‘스시 먹으러 도쿄 간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캠핑에 관광을 접목한 이번 여행은 적절하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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