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사이트
여인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모래언덕
여인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모래언덕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4.11.12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NDREW’S TRAVEL NOTE | 그레이트 샌드듄 국립공원

앞을 보고 옆을 봐도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는 모래 능선이 첩첩산중처럼 펼쳐진다. 사방이 온통 모래인 이곳에 있다 보면, 미지의 세상 속으로 마음이 끌려들어 가는 느낌이 들어 혹시나 어린왕자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마저 든다.

황금빛 모래언덕이 장관인 콜로라도주 남부의 그레이트 샌드듄 국립공원은 북미에서 제일 큰 모래언덕이다. 최고봉은 200m를 훌쩍 넘어 언덕이라기보다는 얕은 산이나 진배없다. 전체 면적도 여의도의 10배가 훨씬 넘으니 흔히 생각하는 조그만 모래언덕이 아니다.

이곳을 점령한 것은 400년 전 스페인 군대였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70년 전, 미기병대 대위 파이크(Pike)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이 지역에 주둔하면서 그레이트 샌드둔 모래언덕을 발견했고, 연방정부에 바로 보고했다. 멀리서 볼 때는 아무 감흥 없는 모래 언덕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언덕이라기보다 영험한 산처럼 느껴진다. 실로 모래 언덕 뒤로는 높은 로키산맥의 준령이 근엄한 자세로 버티고 있어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기도 한다.

이런 거대한 모래언덕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란처럼 여전히 명확한 탄생설이 가려지지 않은 뜨거운 감자다. 누가 이 거대한 모래 언덕을 만들었을까. 첫 번째 설은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3000만 년 전 로키산맥이 융기하면서 동쪽의 산그레 테 크리스토 산맥과 서쪽 샌 후안 산맥 사이인 이곳에 계곡이 형성됐다. 이 계곡에 비와 바람에 의한 풍화와 침식으로 인해 토사와 모래가 쌓이다 보니 오늘날의 모래언덕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설은 서쪽 샌후안 산맥에서 불어오는 모래알을 동반한 강한 남서풍이 동쪽의 높다란 산그레 테 크리스토 산맥에 부딪히면 바람은 넘어가고, 모래는 무게감을 이기지 못하고 산맥 밑으로 떨어져 모이고 모이다 보니 오늘날의 모래언덕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배경은 기후다. 기후가 매우 건조하고 강우량 역시 콜로라도주에서 제일 낮은 곳이라 바람이 뽀송뽀송한 토사나 모래를 운반하기에 아주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탄생설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지만 사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다는 탄생설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 더 쉽게 매료되기 마련이다. 처음 그레이트 샌드듄을 찾은 사람들은 모래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곤 한다. 거대한 모래언덕 봉우리가 양지와 음지의 입체감을 이용해 볼륨 있고 부드러운 곡선의 풍광을 만들어내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인을 본 것처럼 황홀경에 빠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필자도 하얗고 고운 모래를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모래언덕 정상을 향해 구불구불 이어진 능선을 따라 앞서 올라가고 있었다. 멀리서보니 줄지어 올라가는 등반객의 모습이 조그만 개미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산을 오르듯이 힘차게 오르려고 했지만, 발걸음을 떼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떼어 보지만 늪처럼 푹푹 빠지는 발 때문에 도통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운동선수들이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체력강화 훈련을 받는 느낌이 이럴까.

이곳이 바람이 모여서 쉬다가 가는 곳일까?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바람이 쉴새없이 불어 닥친다. 헉헉거리며 입으로 숨을 들이 쉬다보니 입 안은 금세 설탕 같은 모래알갱이가 어기적어기적 씹힌다. 멀리서 볼 때는 그 부드럽고 평화로웠던 능선이 성난 바람을 맞으니 아수라장이다. 모래언덕을 오르면서 쉼없이 몰아치는 바람과 맞서다보니 모래가 쓸려 내려와 만들어졌다기보다는 바람이 모래를 싣고 와 만들어놓았다는 설에 더 믿음이 간다. 필자를 극한까지 몰아세우는 것 같았다.

지금도 쉬지 않고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조금씩 이곳의 지형을 바꾸어 나가는 중이다. 시간이 얼마 지난 후에 다시 방문해보면 그레이트 샌드듄은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길 것이다. 또한 아무리 많은 사람이 다녀간다 한들 이곳의 풍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연이 왕인 이곳에서 인간은 미약한 존재일 뿐이기 때문이다. 모래 위에 움푹 파놓았던 사람들의 발자국은 바람 한 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앤드류 김(Andrew Kim)|(주) 코코비아 대표로 커피 브랜드 앤드류커피팩토리 (Andrew Coffee Factory) 와 에빠니 (Epanie) 차 브랜드를 직접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 전문 쇼핑몰(www.acoffee.co.kr)과 종합몰(www.coffeetea.co.kr)운영하며 세계를 다니면서 사진작가와 커피차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