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KING | 네팔
일단 지르고 보자, 카트만두로!
몇 해 전 어디선가 히말라야 트레킹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아름다운 풍광과 소박한 사람들의 모습에 매료돼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실행에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도무지 꿈으로만 남겨둘 수 없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카트만두는 전력 사정이 좋지 않다. 민박집에 들어섰을 때 이미 전기는 차단된 상태였고 거실과 계단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다. 방에서는 헤드랜턴을 켜고 움직여야 했다. 뿐만 아니라 당분간 제대로 샤워를 하지 못할 것 같아 욕실에 들어섰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주인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최근 카트만두 날씨가 좋지 않아 태양열로 물을 데울 수 없었다고 하신다. 걱정이 태산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시작점, 나야풀
오전 10시 반이 넘어 포카라에 도착. 택시를 타고 트레킹이 시작되는 나야풀로 이동했다. 조금씩 귀가 먹먹해지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함께 온 포터와 식당에 들어갔다. 몽롱한 상태에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옆 테이블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행객이 앉아있다. 일행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눈길을 피하려는 순간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첫날 트레킹 코스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작은 마을버스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넓었고 경사도 심하지 않았다. 왼쪽으로는 계곡이 나있어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첫날이라 그런지 포터도 자주 쉬며 여유 있게 걸었다.
힐레에서 첫날 밤을
오늘 묵을 첫 트레킹 숙소는 힐레 지역의 ‘디팍’이라는 이름의 롯지. 우리는 이층으로 올라가 나란히 방을 잡고 배낭을 풀었다.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느껴졌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이곳도 차가운 물만 나온다. 어쩔 수 없었다. 머리라도 감아야지. 계속 이런 상황이면 어쩌나싶어 머리가 지끈거렸다. 비는 계속 내려서 양말도 속옷도 빨 수 없다. 9일 여정 중의 첫날인 데 말이다.
침낭 속에 들어가자 무서운 속도로 잠이 쏟아졌다. 숙소 밖은 적막할 정도로 조용했다. 눈을 감으니 오늘 걸어온 길의 장면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간다. 앞으로 무슨 일들이 생길지, 무사히 이 트레킹을 마칠 수 있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지금 서울의 밤은 이곳과는 다를 것이다. 나는 지금 네팔에 있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이제 본격적인 히말라야 트레킹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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