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별 사진 한번 찍어볼까?
나도 별 사진 한번 찍어볼까?
  • 글 사진 김호섭 기자
  • 승인 2014.09.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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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STAR | 광활한 우주를 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9월의 밤하늘은 아쉽기만 했던 여름철 은하수를 마음껏 볼 수 있고 본격적인 가을의 별자리도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더불어 아름다운 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필자는 이따금씩 별 사진에 대한 메일을 받곤 하는데 의외로 별 초보 아빠들이 별 사진을 단지 수동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 직접 찍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요즘은 카메라가 한 두 대쯤은 있으니까 그 종류나 기종이 무엇이든 간에 ‘나도 한번 별 사진 찍어볼까?’하는 바람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초보 아빠의 별 사진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 똑딱이카메라로 찍은 밤하늘 사진 (ISO400 / F5.6 / 20초노출)

똑딱이로 도전하는 별 사진 찍기
별 사진(천체사진)의 종류는 다양하다. 단순히 간단하게 별이 점으로 찍히게 하는 점상 사진 외에 1분 이상의 장 노출을 통해서 별을 제법 밝고 많이 찍을 수 있는 피기백 촬영, 카메라를 오랫동안 고정시켜놓고 연속으로 수 백 장의 사진을 찍어서 이어붙이는 일주사진, 토성이나 목성 등 천체망원경이 있어야 찍을 수 있는 행성 사진이나 화려한 성운과 성단을 찍는 딥스카이(deep sky)사진 영역이 있다. 이 중 일반인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사진은 점상 사진이나 일주 사진이다. 점상 사진은 사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찍을 수 있다.

대부분의 DSLR은 별사진을 찍기에 용이하다. 관건은 똑딱이 카메라. 자동 기능이 강화된 똑딱이 중에는 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종도 있고, 없는 기종도 있다. 똑딱이라도 이왕이면 최신형이 별 사진 찍는데 유리하다. 그 이유는 최신형일수록 장노출에 대한 노이즈 대비가 좀 더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별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는 구형이냐 최신형이냐가 아니라 수동 기능 여부에 달려 있다. 기능 선택 모드 다이얼에서 ‘M’ 으로 놓자. 수동 기능이란 뜻이다. 여기서 수동 기능이라함은 노출시간과 카메라의 조리개(렌즈의 밝기조절), 그리고 ISO감도 등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는 뜻.

밝은 낮에는 그냥 자동모드로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지만 빛이 부족한 밤에는 노출시간이 길어야 하기 때문에 자동모드로는 별을 찍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가지고 있는 똑딱이의 ‘M’자 여부가 똑딱이 카메라로 별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없는지 결정한다. 누군가는 “스마트폰도 요즘은 천만화소가 넘으니 별 사진을 찍을 수 있나요?” 라고 묻는데 별 사진은 화소의 문제가 아니라 노출 시간의 문제이다. 수동기능으로 세팅하는 세 가지 기본 사항은 노출시간, 조리개, 그리고 감도(ISO)이다.

▲ 별 사진을 찍고 있는 필자.
노출시간, 조리개, 감도의 수동 설정
기본적으로 감도(ISO)는 800에서 1600을 설정한다(구형이면 더 낮춘다). 그리고 노출은 20초에서 30초 정도를 세팅한다. 조리개는 가장 밝은 조리개에서 한 단계 정도만 어둡게 설정한다. 즉, F2.8짜리 밝기의 렌즈면 F3.5또는 F4.0으로, F3.5밝기의 렌즈면 F4.5또는 F5.6정도로 세팅하자. 가장 밝게 설정하면 그만큼 같은 시간에 빛을 많이 받아들이니까 더 유리한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비네팅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비네팅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풀 개방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 사진의 네 귀퉁이가 중앙부보다 어둡게 나오는 현상이다.

어떤 분은 일반 야간 사진을 찍으면서 조명을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 조리개를 조이고(F11 또는 F16으로 세팅)찍기도 하지만 조리개를 너무 조이면 아예 별이 찍히지 않으니 반드시 풀개방에 가깝게 세팅하는 것을 잊지 말자. 세팅하는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ISO800 / F4 / 20초 이런 식이다. 자동카메라는 바로 F4라든가 20초 같이 사람이 인위적으로 설정하는 기능이 없다.

마지막으로 노출을 수십 초 주기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삼각대이다. 삼각대가 없다면 사진이 흔들리기 때문에 별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옵션사항 중 외부 스위치(릴리즈)가 있다면 구해보고, 없다면 타이머 셔터 기능이 있는지 알아보자. 이 타이머 기능에는 보통 10초가 기본 값이지만 카메라 중에는 2초 타이머 기능이 있는 제품도 있다. 옵션 사항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콤팩트 카메라로 별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초점을 잡는 일이다. 모든 콤팩트카메라는 자동초점(AF)이다. 그러나 별은 카메라가 이해하는 무한대보다 훨씬 먼 곳에 있기 때문에 초점 검출 방식이 뭐가 됐든 정확한 초점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세팅이 완벽하더라도 여러 번 찍어서 그 자리에서 확인해 보는 것이 습관이 돼야 한다. 고급형 콤팩트 카메라에는 수동초점 기능이 있는 기종도 있지만 대부분 고가이다. 카메라는 역설적이게도 수동기능, 즉 사람이 인위적으로 세팅할 수 있는 기능이 많을수록 고가다.

이제 장비에 대한 숙지가 끝났으면 별을 찍으러 가보자. 주변에 조명이 있으면 그 근처에서는 별 사진을 찍기 힘들다. 제대로 한번 찍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외부조명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 DSLR로 찍은 여름밤하늘 사진 (ISO3200 / F4.0 / 25초 노출)

가을엔 똑딱이로도 은하가 찍힌다

별이 떠있는 밤하늘 아무 곳이나 찍어도 별은 찍히니까 그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그 화각 안에 확실한 별자리 한 두 개쯤 들어오게 찍으면 기쁨이 배가 된다. 9월의 밤하늘은 저녁식사 직후부터 몇 시간 동안은 천정부근에 십자가 모양의 백조자리가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백조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형상이니 마치 십자가처럼 보인다. 그중 꼬리 쪽의 별이 더 밝음을 알 수 있다. 백조자리 위쪽(가을에는 서쪽)에는 여름 별 중 가장 밝은 직녀성(베가)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 다음이 W자 형상의 카시오페아 자리이다. 카시오페아 자리는 가을철 별자리에 속하므로 밤 10시 이후 좀 늦은 시간에 동북쪽 하늘을 보면 누구나 찾을 수 있다.

카시오페아자리 우측으로 기다란 안드로메다 자리가 보인다. 안드로메다 자리에는 유명한 안드로메다 은하가 있고, 육안으로는 식별이 쉽지 않으나 사진을 찍어 확대하면 별이 아닌 약간 뿌옇고 반짝이지 않는 희미한 쌀알 모양의 덩어리가 보일 것이다. 그것이 지구로부터 최소 200만 광년 떨어져있다는 안드로메다 은하다. 20초의 노출만으로도 쉽게 찍히므로 도전후의 결과물에 대해서 아이들이 신기해 할 표정을 상상해 보라. 그 결과물이 어떻든 함께 보며 즐거워 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훌륭한 아빠의 자격이 차고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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