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함께 있는가?
누구와 함께 있는가?
  • 글 사진 최상식 기자
  • 승인 2014.09.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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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씨의 캠핑 이야기

혼자서 배낭을 메고 산과 바다를 여행하던 이십대 초반에는 내게 누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느냐보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보는지가 더 중요했다. 삼십 중반을 코앞에 둔 지금 지난 여행을 돌아보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보다는 그때 본 하늘, 구름, 바람, 바다의 모습들 같은 자연이 더 기억난다.

하지만 사람이란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각이나 취향이 변하는 모양이다. 내가 같이 여행하게 된 사람들과 어우러진 시간 속에서 점점 나는 같이 공간을 호흡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찰나의 풍경을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을 여행에서 느낀다. 지금 내게는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고 캠핑을 하는지가 중요해졌다.

미술감독인 지연과 시나리오 스쿨 동문인 혜원, 혜원이의 후배인 유경이와 나까지 넷이었다. 지연과 다른 두 사람은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서로 어색함 없이 어울렸다. 해안에는 바람이 강해 불안했지만 우리가 찾아간 오름에는 바람이 없이 잠잠했고 하늘의 구름마저 아름답게 흐르고 있었다. 두 동의 텐트와 다른 장비를 각자 챙겨서 우리는 땀을 흘리며 오름 능선에 올랐다. 도시의 빌딩숲에만 있다가 접한 자연이라 그런지 막내인 유경은 특히나 풍경에 빠졌다. 장비를 세팅하고 다들 캠핑의자에 앉아 멀리 주변을 바라보면서 앉았다. 석양을 보면서 마신 와인과 맥주는 달콤했고 별이 수놓던 밤하늘엔 종종 별똥별이 떨어졌다.

서로가 오고가는 대화는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밤이 깊어가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본 풍경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준다고 해도 그 공간에 대한 기억과 그때의 기분이 전해지기는 어렵다. 해가 뜨거나 지면 사라질 찰나의 드라미틱한 풍경이라면 더더욱 같이 있는 사람들만 공유할 수 있다. 이른 새벽에 텐트 밖으로 나와 조금씩 떠오르는 해가 한라산과 오름에 내려앉은 어둠의 실루엣을 걷어내려 하고 있었다.

우리는 삼나무 숲이 드넓게 펼쳐진 대지가 보이는 능선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풍경의 타이밍과 우리의 행운이 겹쳐진 시간이었다. 산 아래로 깔려있던 안개가 햇빛에 아스라이 퍼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그건 운해의 장엄함과는 다른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그 풍경은 해가 떠오르면서 사라졌지만 우리들의 기억과 카메라엔 남았다. 이런 순간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아침 해에 안개가 사라지자 다시 캠핑 장소로 돌아와 장비를 모두 챙겨 차에 실고 삼나무향이 전해지던 임도를 빠져 나왔다. 이 날의 캠핑은 내게 긴 여운을 남겼다. 그만큼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이리라. 이제 누군가와 함께 캠핑이나 여행을 떠나면 늘 이때처럼 좋은 사람들과 같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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