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게 하는 여름 밤하늘 은하수 전설
가슴 설레게 하는 여름 밤하늘 은하수 전설
  • 글 사진 김호섭 기자
  • 승인 2014.08.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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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STAR

여름철 밤하늘은 은하수에 얽힌 수많은 전설과 낭만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현실은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더 많다. 어느 날 캠핑갔다가 밤에 쏟아질 것 같은 은하수를 봤다면 그날은 운이 좋은 날이다. 만약 텐트 안에서 자려고 누웠는데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면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눈앞의 바비큐와 야외 스크린 때문에 ‘별 보기’를 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출발 전에 아이들에게 ‘오늘 밤에 별 보자’는 언질을 해두자. 아이들은 아빠는 잊어도 별과 만나는 시간은 잊지 않는다.

▲ 강원도 화천 광덕산 위로 떠오른 은하수.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별과 관련된 아름다운 전래동화, 견우와 직녀. 견우는 소 키우는 청년이고, 직녀는 옷감 짜는 처녀로 옥황상제의 손녀이다.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일은 안하고 놀러만 다녔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화가 나서 둘을 은하수를 경계로 떨어뜨려 놓았다. 전설 속의 은하수(銀河水)는 강물이다. ‘견우와 직녀’는 두 남녀가 떨어져 지내다가 일 년에 한 번 음력 7월 7일(칠월칠석)에 까마귀와 까치가 놓은 오작교(烏鵲橋)를 건너 해후를 하고 동이 트면 헤어진다는 슬픈 전설이다. 그래서 칠석일 전후로는 두 남녀의 해후와 이별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는 속설이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설이 아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전후로 시작되어 일본에까지 전파된 전설이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강의 중에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뜻밖에 아는 학생이 별로 없다. 여름 가족 캠핑 때 부모님이 자녀를 위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들려주면 좋겠다.

▲ 몽골 고비사막에서 찍은 우리 은하의 중심부(궁수자리 부근).
저 별에는 과연 누가 살고 있을까

이미 언급한 것처럼 여름철 밤하늘은 은하수에 대한 기대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우리는 은하수를 올려다보며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러나 은하수를 언제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이 맑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뭣보다 달이 없어야 한다.

아이들과 별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저 별은 지구에서 몇 광년 떨어져 있고, 별의 나이가 몇 살쯤이고, 구성성분은 어떤 거라는 물리적인 설명보다는 ‘저별엔 누가 살까?’라는 상상력의 물꼬를 터주는 게 흥미를 배가시킨다. 누가 사는지 궁금하면 직접 가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쪽에서 지구를 알아보고 다가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아직 실현은 안 됐지만 우리의 상상력을 계속 자라게 하는 도구는 여럿이다. 영화가 대표적이다. <콘택트 (Contact, 1997)>는 별쟁이들에겐 바이블과 같은 영화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하고, 조디 포스터와 매튜 매커너히가 주연한 SF영화다. 천문학의 대중화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칼 세이건 박사가 직접 쓴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애로웨이 박사(조디 포스터)는 베가인이 보내준 시공간 이동장치의 설계도를 토대로 만든 기구에 탑승하고 항성 간 여행을 하게 되는데 그 대상별이 바로 직녀성(Vega)이다. 거문고자리에 있는 매우 밝은 직녀성은 지구로부터 26광년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미래에 인간의 우주선 제조 기술이 광속에 다다르거나, 또는 영화에서처럼 시공간을 뛰어넘는 장치가 개발되면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될 후보별 중 하나다.

▲ 백조자리 부근의 은하수에는 붉은색 성운이 많이 있다.

‘별 영화’보고 아이와 상상의 세상으로 풍덩

영화는 끝부분에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천문대를 방문한 어린 학생의 질문에 대한 애로웨이 박사의 대답을 통해서다. 학생은 “외계생명체가 과연 있을까요?”라고 물어본다. 애로웨이 박사는 “글쎄 그건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이 드넓은 우주에 우리 인간만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 아닐까.”라고 말한다. 여러분은 과연 어떻게들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영화 이야기가 나온 김에 SF관련 영화 이야기를 부언해 보고자 한다. SF영화는 ‘Science Fiction’ 즉, 직역하면 ‘과학 공상’이다. 그러므로 SF영화라 함은 공상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영화를 통칭하는 말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우주가 등장하는 영화가 대부분 SF영화로 분류된다. 2013년에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그래비티 (Gravity, 2013)>는 대단히 사실적인 영화이다. 실제 지구궤도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등장하고 허블우주망원경이 주요 소재이며 그것을 수리하러 우주로 날아간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강원도 춘천 소양호 위로 떠오른 은하수.

지극히 사실적이고(어쩌면 실제보다도 더!)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화지만 그래도 SF영화로 분류된다. 독자 중에서 다큐멘터리는 별로 흥미가 없는데 우주공간에 대한 사실감 넘치는 영상이 보고 싶다면 이 영화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캠핑 가서 보는 영화를 아이들이 알아서 정하게 하지 말고 한 번쯤은 ‘아빠가 엄선한 영화’로 가족이 함께 관람한다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가족 간에 대화거리가 넘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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