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캠핑
별빛 캠핑
  • 글 사진 최상식 기자
  • 승인 2014.07.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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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씨의 캠핑이야기 | 오래도록 남을 밤 깊은 제주 하늘의 풍경

제주에 살면서 좋다고 느끼는 순간 중 하나는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들을 마주할 때다. 매일처럼은 아니라도 비 온 뒤나 하늘을 뒤덮던 구름들이 흩어진 날이면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잠자고 있던 감성의 문을 톡톡 건드린다.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밤의 산록도로를 달리다보면 가끔 길 가장자리에 차를 세운 채 라이트를 끄고 별들을 구경하곤 한다. 지대가 높고 주변에 빛이 없어 유난히 반짝거린다.

어떤 날은 그 별들을 맘에 오래도록 담고 싶어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빛이 없는 공간을 찾아 밤의 드라이브를 다녀오곤 했다. 그 풍경을 더 마음 깊숙한 곳에 에 담고 싶을 땐 캠핑을 떠난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별빛 캠핑의 추억은 더 오래 기억되더라.

초여름 같았던 5월 말 평소에 캠핑을 좋아하던 지인이 제주에 왔다. 함께 별을 보러 나만의 비밀 포인트로 별빛 캠핑을 다녀왔다. ‘구름 조금’이라는 기상 예보를 확인하고 날씨가 좋기만을 바라면서 간단하게 장을 본 뒤 목적지로 향했다. 숲으로 난 임도를 따라 최대한 포인트 가까운 곳에 차를 대고 장비 역시 간단하게 챙겼다.

더위가 한풀 꺾인 오후의 느지막한 시간이라 숲의 공기도 적당했다. 나는 오랜만에 가는 목적지를 향해 일행과 함께 기억을 더듬어가며 발걸음을 옮겼다. 흙길로 이어지던 숲을 지나 제주의 숲길 여기저기에 길이라는 표시로 사람들이 걸어놓는 삼다수물병과 산악회의 리본들을 보면서 내가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구나 안심했다. 숲길은 다시 여러 갈래로 이어졌지만 기억 속 익숙한 풍경들 덕에 우리는 길을 잃지 않았다. 완만한 숲길을 지나 목적지의 정상부에 오르기 위해선 급경사의 오르막을 꽤 힘들게 올라가야 했지만 정상부의 탁 트인 풍경은 그 수고로움을 잊게 해주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르느라 티셔츠는 이미 땀에 흠뻑 젖었고 숨은 차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지만 다행히 해가 지기 전에 정상에 닿아 아름다운 여운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지난밤에 미리 냉장고에 얼려놓았던 캔맥주를 배낭에서 꺼냈다. 맥주는 마시기 좋을 정도로 녹아 있었고, 우리는 벌컥벌컥 맥주를 마시며 땀으로 젖은 몸을 달랬다. 맥주에 갈증이 풀리자 주변의 풍경이 더욱 여유롭게 다가왔다. 서쪽 하늘 구름 사이로 해는 시시각각 붉게 물들며 지고 있었다. 주황으로 다시 연보랏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우리는 감탄했다. 석양의 파노라마가 지나고 난 뒤 우리는 익숙한 솜씨로 텐트를 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곧 별이 눈에 들어왔다. 밤이 깊어갈수록 별들은 점점 더 반짝거렸고 마치 은하수처럼 별들 사이에 머물던 구름들은 머물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오래도록 나의 시선을 밤하늘에 머물게 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면서 나타나는 한라산과 오름의 실루엣은 낮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고요하고 은은하게 바라다 보이는 그 넓은 대지가 주는 밤의 풍경은 촘촘히 빛나는 별들과 함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새벽에 다시 나와서 좀더 많은 별을 담자던 얘기는 귀찮음으로 인하여 지켜지지 않았지만 한라산 너머 밤의 실루엣을 걷어내며 떠오르는 아침 해는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대지를 잠에서 깨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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