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 치명적인 유혹이 숨 쉬는 곳, 뉴칼레도니아
피싱 | 치명적인 유혹이 숨 쉬는 곳, 뉴칼레도니아
  • 글 사진 김지민 입질의 추억운영자
  • 승인 2014.07.01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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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열두 달이 봄인 축복의 땅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알려지기 시작한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령의 작은 섬나라다. 일 년 열두 달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후로 2~5월 우기를 제외하고 연중 어느 때나 낚시하기에 천국인 곳이다. 여행하기도 좋아 신혼여행지로 찾는 사람이 제법 늘었다. 하지만 관광객이 지나는 곳은 뉴칼레도니아의 숨은 대자연 앞에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 일데빵 천연해변으로 가는 길.

아직 관광 상품이 많지 않아 여전히 사람 손이 타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관광, 휴양, 그리고 액티비티가 공존하는 뉴칼레도니아의 진면목을 파고들면 정말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축복의 땅, 지상 낙원으로 대변되는 뉴칼레도니아 트롤링낚시와 뉴칼레도니아의 숨은 여행지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 내셔널지오그라픽에 나올 법한 일데빵.

처음 만나는 트롤링낚시

부라이는 수도 누메아에서 북쪽으로 약 200km가량 떨어진 작은 고장으로 프랑스 식민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또한 다랑어, 상어, 자이언트 트레발리 등을 낚을 수 있는 바다낚시의 고장으로 해마다 많은 낚시 마니아를 불러 모으고 있다. 이날 우리 부부는 낚시 전문가를 만나 트롤링낚시라는 신세계를 체험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낚시를 접하며 살았다는 그다.

이제는 직업이 돼 수도인 누메아와 부라이를 오가면서 관광객에게 낚시체험 제공에 매진 중이다. 나 역시 한국에서는 갯바위 낚시를 전문으로 했지만 트롤링낚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트롤링은 서양권에서 유행하는 낚시로 청새치, 다랑어, 상어 등을 낚는 매우 과격하고 생동감 넘치는 낚시 장르를 일컫는다.

▲ 투박한 낚시 장비를 보아 대상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 상어 낚시용 바늘.

새벽 3시, 호텔을 출발한 차량은 두 시간 반을 달려 부라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어서 가이드는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고 소박하게 꾸민 정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어느 어촌 마을에서 먹는 가정식이나 다름없었다. 고소한 버터와 진한 커피, 그리고 프랑스령답게 투박한 바게트가 제공됐다. 조촐한 식사인데도 그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성이 들어간 화단과 가축들. 이국적인 야자수가 드리운 정원. 여기에 집고양이 두 마리가 낯선 이방인의 다리에 비비적거리며 애정표현을 했던 그날의 아침. 잔잔한 여운이 남기에 부족함이 없다.

▲ 먹이로 착각하게 만드는 인조 미끼.

▲ 잡은 고기는 이웃과 나눠 갖고 남은 건 스테이크 재료로 쓴다.

몸통만한 고기를 낚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어

이윽고 배에 시동을 걸고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커플과 함께 보트에 올랐다. 상쾌한 바닷바람에 묻어 온 짠 내가 코 끝에 전해질 무렵 배는 에메랄드 빛 바다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바다는 얼마 못 가 짙푸른 색으로 변해버렸다.

수심이 갑자기 깊어졌기 때문이다. 계속 보고 있자니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이제 곧 있으면 고대하던 트롤링낚시가 시작된다. 숙련된 성인 남자도 끌어올리기 벅찬 물고기를 직접 낚아야 한다는 생각에 설렘 반 두려움 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장비는 투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이드는 인조 미끼를 바다에 던진 후 속력을 낮춰 천천히 몰기 시작했다. 분명 인조 미끼도 배에 이끌려 수면을 가르고 있었을 터.

▲ 아름다운 카누메라 해변에서 휴가를 나볼까.

그것을 물고기가 미끼로 착각하고 덤벼들다가 걸려들게 하는 것이 트롤링낚시다. 그러니 입질을 받는 데 까지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입질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다. 이때부터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끌어내야 하는데 평균 무게 15kg에 달하는 거구와 싸워야 하니 어지간한 성인 남자는 한두 마리 낚고 넉다운 되는 게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단순히 쌀 한 가마니를 끌어 올려도 물속 저항 때문에 힘겨운데 그런 무게를 가진 녀석이 발버둥 치며 힘쓴다고 상상해보라.

▲ 필자가 낚은 1.5m짜리 와후피쉬.
▲ 미지의 생명체와 대결 중인 낚시 가이드.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던 뉴칼레도니아 바다

보이지 않는 물속 생명체와 필사적으로 싸웠던 5분여.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100m 전방에서 낚인 녀석은 슬슬 힘이 빠졌는지 50m 앞까지 끌려왔다. 나의 승리가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팔의 근력이 달려 끌어내는데 시간이 지체됐다. 그게 화근이었다. 갑자기 낚싯줄이 느슨해지더니 갑자기 힘을 주고 있던 낚시줄이 가벼워졌다. 여전히 물고기는 낚시 줄에 매달려 있는데 어째 좀 무게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순간 50m 전방에서 수면이 폭포수처럼 튀어 올랐다.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몰려든 상어 떼였다. 설마 설마 하며 뱃전으로 낚시대를 당겼다. 그러나 수면 위로 올라온 와후피시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상어의 습격을 받은 물고기의 몸통은 날카로운 이빨 자국만이 남아 형체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 중간에 상어의 습격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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