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 | 군포·안양 ④ 예술길
Korea Travel | 군포·안양 ④ 예술길
  • 글 임효진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4.05.1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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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 박물관…“집은 노래 불러야 한다”

김중업은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로 거장으로 불린다. 당대 내로라하는 건축물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를 기리는 박물관이 지난 3월 28일 안양예술공원 내 개관했다. 김중업 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건축가를 기리는 박물관으로 그가 설계한 유유산업 안양공장을 재단장 해 박물관으로 쓰고 있다. 이 건물은 우리나라 현대 제약산업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 김중업이 설계한 건축물의 모형이 전시돼 있어 한자리에서 다양한 건축물을 관람할 수 있다.

1959년 개관해 1997년까지 공장으로 사용하던 문화누리관은 현재 카페, 레스토랑, 뮤지엄샵 등의 편의 시설을 제공하며 현대와 소통하고 있다. 보일러실은 어울마당으로 재단장해 전시, 공연, 강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유산업의 공장 굴뚝도 그대로 보존해 안양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박물관 건물에는 도면 및 건축물 모형 등 100여점의 작품과 유물이 상설 전시돼 한국 근현대건축계에 큰 업적을 남긴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 설계도면이 진열돼 있어 그의 생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 시대정신을 잊지 않았던 김중업.

기자는 사실 박물관을 찾기 전까지 그를 알지 못했다. 건축물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를 알고 나니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역사적인 배경을 반영해 지은 건축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 가령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산부인과는 생명을 상징하는 자궁과 성기의 모양을 본 따서 설계했다. 대표 작품 중 하나인 프랑스 대사관은 현대 건물 양식에 기와 모양의 지붕을 얻어 대사관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민주화와 경제 발전 외에 어떤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1970~1980년대 우리에게도 예술의 뿌리를 넓혀가던 그가 있었다. 문화가 융성했던 유럽 국가들을 부러워했는데, 그를 알고 나니 더 이상 유럽인들 앞에서 기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김중업이 설계한 유유산업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중업은 프랑스 문화공로훈장과 슈발리에 칭호를 부여받으며 세계적인 건축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서울 동빙고동 호화 주택촌 사건, 와우아파트 부실 공사, 청계천 주민의 성남시 이전 파동 등 당시의 건축행정과 부도덕함을 매섭게 질타한 것이 화근이 돼 1971년부터 8년 여간 프랑스와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 이후 1979년 10·26사건 이후에야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명성 위에서 호의호식하는 삶이 아닌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삶을 살았던 김중업.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던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살아낸 그가 후대에 더욱 존경받는 이유다.

· 주소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103번길 4
· 입장료·전시 시간 : 상설 전시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전시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 ‘집이란 사는 이에게 종알거리고 때로는 아양도 떠는 것’

김중업(1922~1988)
서구 유학파 1세대로 프랑스 모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에게 사사하고 서구 모더니즘을 받아 들이면서 한국의 정체성을 살려낸 대표적인 인물이다. 평양에서 태어나 1941년 일본 요코하마 공업고 건축과를 졸업하고, 1946~1952년까지 서울대 공과대학 조교수로 있었다.

1952년 한국 현대건축가로는 최초로 유럽에 진출해 프랑스 르코르뷔지에 건축연구소에서 4년간 강의하고 귀국 후 1956년 홍익대학교 건축미술과 교수가 됐다. 1971년부터 8년간 프랑스 파리 및 미국 프로비던스에서 활동했으며 1972년 파리건축대학 대학원을 졸업, 1971~1975년까지 프랑스 문화부 고문건축가를 맡은 바 있다.

1976년에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미술대학 교수와 하버드대학 객원교수가 되는 등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크게 활약했다. 대표작은 건국대학교 도서관, 서강대학교 본관, 주한 프랑스 대사관, 한국미술관, 육군미술관, 삼일빌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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