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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자가 걷GO | 인천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임기자가 걷GO | 인천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 글 임효진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협찬 폴라텍
  • 승인 2014.04.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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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실려 오는 갯내음 봄내음

풍경과 특색이 다른 2.5km 8개 구간
북적이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가만히 봄을 마중하러 가고 싶어졌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나만의 봄을 맞기에 섬만 한 곳이 또 있으랴. 살금살금 봄을 마중하러 가는 길인만큼 소란스러운 동행자보다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들이를 좋아하는 엄마가 떠올랐다.

▲ 인도교로 연결된 무의도와 소무의도.

한적한 월요일 아침, 엄마와 함께 인천광역시 중구 소무의도를 찾아 떠났다. 소무의도는 본래 무의도 끝에 있는 작은 섬이었지만, 2011년 인도교 개통으로 작은 육지가 됐다. 큰 섬인 무의도는 호룡곡산과 국사봉을 찾는 등산객들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고, 물이 빠지는 시간에 오면 무의도에서 실미도까지 걸어갈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에 비해 아직 소무의도는 많은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다. 인도교로 연결되기 전까지는 오로지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오갔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연결된 다리도 튼튼하고 넓지만 오로지 사람만이 걸을 수 있도록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물 빠진 바닷길을 지나 몽여로 가고 있다.
▲ 사색에 잠겨보는 조용한 산길.

소무의도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잠진도 선착장 가는 길목에 내렸다. 주말에는 잠진도 선착장과 닿아있는 용유임시역까지 공항철도가 운행돼 수도권에서 힘들이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있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30분마다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까지 운행되는 배를 타고 내려 소무의도 입구 광명항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다. 이 마을버스는 일명 ‘콜버스’로 불리는데 소무의도에서 다시 큰무리 선착장으로 갈 때 전화를 하면 광명항으로 데리러 온다. 어쩐지 버스가 정겹고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소박한 사치를 하는 기분이다.

▲ 집 앞 선착장에서 굴을 캐는 아낙네.

광명항에 내리니 드디어 소무의도로 이어지는 인도교가 나온다. 총길이 2.5km 8개 구간으로 나눠진 무의바다누리길은 인도교부터 1구간이 시작된다. 414m의 타원형 인도교는 그동안 주민들의 큰 불편 사항이었던 교통 문제와 급수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공됐다. 사실 표면적으로는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서지만 143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도교를 만든 이유는 큰 섬인 무의도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관광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서다.

관광지 개발에 박차를 가했으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것이다. 이날도 대만에서 찾아온 관광객을 만났다. 타이베이에 사는 스물네 살짜리 동갑내기 친구인 이이림씨와 체가혜 씨는 휴가를 내고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아름다운 곳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다가 소무의도를 알게 됐다”며 “바람이 많이 불어 날씨는 추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체가혜씨는 소감을 말했다.

▲ 부처깨미길에는 데크가 설치돼 있어 전망을 감상하기에 좋다.

멋진 조망 포인트 부처깨미길
마을 입구에서는 관리비 1천원을 받는다. 기자가 간 날은 관리사무소에 사람도 없고 주민도 없었다. 평일이어서 그런 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를 대절해 전남 여수로 관광을 떠난 날이었다고 한다. 매일 바다를 보고 사는 사람들이 바닷가 도시로 관광을 갔다니 바다는 그들에게 운명과도 같다. 육지에서 바다를 보러간다면 바다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찾아가는 과정은 지루한 여정일 뿐이지만 섬사람들에게는 네다섯 시간씩 버스를 타고 찾아가는 여정 자체가 설레고 즐거운 일이 아닐까.

▲ 오래된 집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주인 없는 빈집 같은 섬을 살금살금 둘러보기로 했다. 2구간 마주보는 길 아래 선착장에는 굴이 지천으로 널렸다. 아직 속이 차지 않았지만 찬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굴을 캐고 있는 아낙이 보였다. 섬은 공산품과 생필품이 귀해 아껴 쓰는 검소한 삶이 보편화됐지만, 밥상에 올라가는 반찬만큼은 아끼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구경하기도 힘든 특상품 산해진미가 대문 밖을 나서는 순간 발치에 와있기 때문일 것이다. 3구간 떼무리길을 걸어 올라가다보니 매화와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사뿐사뿐 발걸음 내딛는 곳마다 꽃망울이 터지는 때 다시 한 번 오고 싶어졌다.

▲ 산길을 걸으며 바다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 몽여해변 갯바위.

4구간 부처깨미길을 오르다보니 양지바른 곳에 소나무 군락이 있다. 왼쪽의 소나무들은 시원하게 뻗어 푸름을 자랑하고 있으나 어쩐 일인지 오른쪽 길의 소나무는 솔잎은 다 놓아주고 솔방울만 움켜쥔 채 남아 있었다. 엄마가 솔방울이 이렇게 많이 달려있는 것은 처음 본다며 잠시 길을 멈춰 섰다. 소나무는 2년 동안 솔방울을 달고 있는데 환경 변화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솔방울을 만들어 종족 번식이 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스러지기 전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는 것이다. 오른쪽 길의 소나무들은 최후를 맞이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 몽여해변길의 몽돌.

소나무를 지나 만난 부처깨미길은 소무의도에서 가장 멋진 조망 포인트가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만선과 안전을 기원하며 소를 제물로 바치고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그 옛날에는 먼 바다로 아비와 남편을 떠나보냈던 아낙네들이 이곳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빌었던 곳이다. 지금은 멀리 인천대교와 그 뒤로 솟아있는 높은 빌딩만이 여전히 이곳은 육지와는 다른 조금 특별한 세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 짧지만 구간마다 특색이 다른 무의바다누리길.

낚시와 백패킹의 파라다이스 몽여해변길
부처깨미길을 돌아가면 드디어 섬의 동쪽 단면을 볼 수 있다. 시간이 정오를 막 지났고, 동쪽으로 넘어와 햇볕의 양도 많아지니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잦아졌다. 5구간은 몽여해변길의 시작이다. 모래와 하얀 굴 껍질로 시작되는 몽여해변길은 몽돌로 가득하다. 물은 잔잔하니 마치 호수와 같고 몽돌 사이로 수정과 같은 돌이 반짝거린다. 이런 곳에서 휴가를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여기 와 본 누구든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몽여해변길은 텐트를 치고 백패킹을 하는 사람들의 파라다이스다. 그뿐만 아니라 우럭, 농어, 노래미 등이 많이 잡히는 낚시꾼들의 보고이기도 하다.

▲ 재미있는 조각상이 설치된 해녀섬길.

낚시와 백패킹을 위해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마을 어촌계에서는 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리어카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우리는 백패킹을 하지는 못했지만 바닷물이 빠지는 시기에 마침 지나던 길이라 하루 두 번 드러난다는 두 개의 갯바위 몽여를 보고 잠시 바다의 속길도 걸어보았다. 몽여해변을 지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들과 피서를 즐겼다는 6구간 명사의 해변길로 이어진다. 명사의 해변길은 바다를 내려다보는 해안절벽과 기암괴석, 하얀 모래사장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곳이다. 대통령의 휴가지로서 손색이 없다.

▲ 마을 주민들이 전남 여수로 관광을 떠난 섬은 조용했다.

▲ 갈매기의 날갯짓에 봄기운이 묻어났다.
해녀들이 전복을 따다 잠시 쉬어갔다는 해리도가 보이는 7구간 해녀섬길을 지나 8구간 키 작은 소나무 길로 향한다. 휘어짐이 좋아 소의 코걸이로 사용했던 노간주나무가 보인다. 노간주나무는 열매를 예닐곱 개 따서 소주에 넣어두면 진토닉 맛을 낸다.

안산의 하도정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며 잠시 땀을 식혔다. 소무의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지만 길이 짧고 완만해 하이힐을 신고 올라온 관광객들도 곳곳에 보였다. 8구간을 따라 내려오면 처음 시작했던 곳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키 작은 소나무가 보인다.

이 날은 물이 들어와 있어 해안트레킹은 할 수 없었지만 물이 빠진 날 트레킹을 하게 되면 옛날 해적들이 바위모양을 보고 장군과 병사들로 착각해 섬을 구했다는 설화가 있는 장군바위를 만날 수 있다.

오래된 키 작은 소나무가 영험한 산신령이 되어 마을을 굽어 살펴주고, 강직한 장군바위가 수문장이 되어 적으로부터 마을이 안전하도록 지켰기에 소무의도 주민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며 풍요롭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엄마는 섬을 나서면서 산도 오르고, 바다도 보고, 둘레길도 걸을 수 있어 일석삼조라며 친구들과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나는 꽃이 만발한 봄날 다시 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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