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제주도 여행…하얀 해변과 푸른바다가 눈부시게 아름다워
다시 차를 몰아 우리가 다다른 곳은 표선의 소금막 해변. 제주에서 가장 넓은 백사장을 가진 표선의 해비치 해변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나 사람들이 많이 아는 곳이 아니라서 아직은 언제 가더라도 한적하고 조용하다. 그 하얀 해변과 푸른 바다를 보면서 희경은 바다로 혼자서 걸어갔다. 해변에 플랫슈즈를 벗어놓고 긴 백사장을 조용히 천천히 그리고 멀리까지.
20도가 조금 넘는, 약간은 무더운 날씨지만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멀리 걸어갔던 희경이 돌아왔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가려던 찰나에 물었다. 여기 잠시 앉아 가면 안 되겠느냐고. why not. 이렇게 바다와 해변이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캠핑용 의자를 가져와 파도가 밀려오는 끝부분쯤에 놓았다. 의자에 앉아 느낀 바다는 평안했다. 우리는 잠시 말이 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희경은 지금껏 해온 일과 자신의 적성,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 경제적 문제 등을 얘기했고 나는 그 무렵에 겪는 성장통이 아닐까 말했다. 발 아래로 파도가 밀려와서 발가락을 적시고 가는 게 마음을 어루만지며 “괜찮아, 괜찮아”하는 것 같았다.
모래 해변에 단지 의자 두 개 놓았을 뿐이었다. 풍경도, 풍경 속 바람도, 오월의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들도 모두 영화가 끝나지 않길 바라는 듯했다. 늦은 오후의 파푸아뉴기니 커피, 허기진 배를 채우려 갔던 요네주방의 명란크림파스타와 키마커리, 음식을 기다리며 맞았던 공천포의 바람, 해질 무럽에 간 한남다원에서 만난 녹차밭과 한라산의 실루엣 그리고 유이치 와타나베의 ‘sea side sunse’ 모두 좋았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다음에는 캠핑을 하자 다짐하고 헤어졌다. 희경에게도 나에게도 휴식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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