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이벤트 | 놀자 놀자 놀자꾸나~
캠핑 이벤트 | 놀자 놀자 놀자꾸나~
  • 글 강다경 기자
  • 승인 2013.07.18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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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레인보우 아일랜드

S가 페이스북에 클래지콰이 공연 사진을 올리고 공연장에 오란다. 매주 혼자 놀았는데 하필 이번 주는 약속이 꽉 찼다. 새벽에 취소하기도 민망하다. 낮에 친구를 만나 레인보우 페스티벌에 트래비스가 나오는데 갈까 말까 망설이니 친구도 그런 데는 가야 한단다. 날이 더워 이 체력으로 밤을 지새며 놀기 힘들다며 반신반의 문자를 S에게 보냈다. 게다가 가격은 무려 여섯자리 숫자다. 공은 공허한데, 이게 다 내 노동력으로 산 공허라, 인내심과 무관심으로 갚아야 한다. 그래, 포기할 찰나, 햇볕이 좋다. 여름이 문 앞에 있다. 이제 곧 들이닥칠 거다. 곧 더워질 거다. 날뛰고 놀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당장 내일 사람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매곡동에서 지하철 타고 가평까지 갔다. 3호선, 중앙선, 춘천선을 갈아탔다. 중앙선, 춘천선 주말 열차는 자주 오지 않는다. 기다리다가 지친다. 그래도 갔다. 중도 포기의 유혹은 창밖의 풍경으로 달래려 애썼다. 가평에 2시간 만에 도착했다. 트래비스 공연은 8시. 이것마저 놓치면 내가 여기 온 목적이 없다.

가평역에서 택시를 타야나 하며 길을 건너 버스 정류장에 서자마자 버스가 왔다. “남이섬 선착장 가요?” 물으니 아저씨 대답이 경쾌하다. 몇몇 레인보우 페스티벌 고고씽 일행이 보인다. 이들은 얼굴이랑 옷이랑 몸에 덕지덕지 써놓고 있다. “저 놀러 가요!”라고. 버스에서 내려 편의점에 들러 선착장으로 가 배를 탔다. 남이섬에 도착했다.

굿타이밍으로 트래비스가 나오기 직전. 친구들은 알아서 종이비행기를 접어주셨다. 종이비행기 날리기는 그야말로 트래비스 무대의 하이라이트. 돗자리 펴놓고 악쓰고 ‘클로저’를 부르는 동안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즐겼다. 다들 제멋대로다. 누워 있고 껴안고 있고 뛰고 있다. “놀자, 놀자, 놀자꾸나”다.

자리를 옮겨 다음 공연장에서 고고스타가 나와 정신없이 뛰었다. “당신들 다 미쳤어!” “동의!” 라고 말할 새도 없이 뛰다가 돗자리 위에서 쉬고 있으니 친구들이 텐트 가서 자란다. 뉘엿뉘엿 텐트로 갔다. 캠핑타운 텐트가 하염없이 처진 캠핑장, 들어갈 때는 용케도 들어갔으나, 새벽 3시 화장실 나왔다가 길을 잃었다. 여기저기 사이트를 뒤지고 다녔다. 이 텐트가 저 텐트고 저 텐트가 이 텐트인데, 대체 바닥에서 이슬 맞으며 자야 하나. 한 시간 정도 헤매다 겨우 친구 이름을 나지막이 그러나 간절히 불러내 우리 텐트를 찾았다.

자려고 누웠는데, 옆 텐트에서 썸남썸녀가 안 자고 소곤거린다. 텐트를 가깝게 쳐 그들의 간지러운 속얘기가 여기까지 들린다. 참다못한 친구가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줘요” 해서 그들의 속얘기는 속으로 들어갔다.

해가 떴고 눈을 뜨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가 “기자 정신을 발휘해야지, 그래야 안 쫓겨나고 회사 다니지” 하며 나를 깨운다. 어쩔 수 없이 남이섬을 한 바퀴 돌며 여기저기 텐트를 찍고 돌아다녔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해 텐트만 찍고 화장실에 충전시켜두고 남이섬을 한 바퀴 돌았다. 청설모랑 까만 토끼랑 그림 같은 풍경은 내 마음속에 두는 것으로.

일요일 저녁 공연에는 관심 있는 몇몇 밴드가 나왔으나 체력이 다해 넬 공연은 포기하고 오후 네 시쯤 서울로 돌아왔다. 티셔츠와 파자마를 맞춰 입고 공연을 보러 와 잔디밭에서 노니는 젊은 부부와 그들의 아이 모습이 아주 예뻤다.

Information
6월 초 남이섬에서 벌어지는 음악과 캠핑이 어우러진 축제다. 올해는 영국 밴드 트래비스를 비롯해 페퍼톤스, 클래지콰이, 어반자카파, 넬, 데이브레이크 등이 남이섬을 찾았다. 아일랜드 스테이지, 레인보우 스테이지, 포레스트 스테이지 등에서 공연을 하면 자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은 A, B, C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A동은 자유롭게 텐트를 칠 수 있고 B, C동은 대여한 텐트를 치는 곳. 남이섬으로 입항하는 배값과 입장료를 포함한 3일권 티켓은 14만3천원, 1일권은 8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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