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ampingㅣ스위스 캠핑 ④ 로이커바트 스포츠아레나 캠핑장
World Campingㅣ스위스 캠핑 ④ 로이커바트 스포츠아레나 캠핑장
  • 글 사진 조민서 기자
  • 승인 2013.06.21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나그네가 되어

▲ 별이 환상적인 캠핑장의 밤 풍경. 우리는 마치 별이란 걸 처음 보는 사람들처럼 목이 아플 때까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체르마트로 이동하는 날이다. 렌트한 첫날 채워준 기름으로 다니다가 고속도로 입구에서 처음 주유소에 들어갔다. 이곳은 주유소가 많지 않고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데다 주말에는 아예 열지 않는다. 눈에 띌 때 미리미리 기름을 보충해두지 않으면 낭패 보기가 쉽다.

카 트레인을 타고 30분 이상 땅 속을 달려 아래 지방으로 가뿐히 공간이동을 했다. 체르마트는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청정지역이기 때문에 테쉬까지 이동할 경우 터미널 부근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한 뒤 마터호른 고타드반 기차를 타고 체르마트로 가야 한다. 체르마트 역 앞에는 기차 도착시간에 맞춰 각 호텔에서 나온 마차와 전기자동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호텔이 가까워 걸어가기로 했다.

▲ 스포츠아레나 캠핑장 사이트는 계단식으로 되어 있으며 아래쪽에 편의시설이 있다.

▲ 지친 트레킹 길에 타프를 쳐놓고 잠시 망중한.

홀로 우뚝 솟은 도도한 아름다움으로, ‘알프스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터호른. 마을 어디에서건 그 자태를 감상할 수 있었다. 풍경도 아름답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맑은 날이 많은 체르마트는 여행자들에게 환상의 도시로 손꼽힌다. 오랜만에 호텔에서 묵기로 했지만 트레킹을 해야 하기에 호텔 구경은 저녁으로 미루고 대충 짐을 던져놓고 밖으로 나왔다.

수넥가 전망대에서 스위스의 대표 음식인 뢰스티로 점심을 먹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로트호른으로 올라가서 남편 스탠 씨가 가장 보고파 했던 마터호른을 눈으로, 가슴으로 실컷 감상했다. 로트호른까지 올라가려면 1인당 68프랑을 지불해야 하는데 산악자전거나 패러글라이딩을 하지 않을 거라면 굳이 비싼 돈 들여서 올라가지 말고 대신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를 추천하고 싶다. 수넥가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작은 호수가 나온다. 쾌청한 날에는 호수에 마터호른이 비쳐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이날은 아쉽게도 구름이 살짝 가려서 그 장면은 볼 수가 없었다.

▲ 햇살 좋은 날에는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이 장관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구름 때문에 볼 수 없었고 예쁜 아이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 로트호른으로 올라가 마터호른을 눈으로 가슴으로 실컷 감상했다.

온천에서 트레킹의 피로를 풀다

다섯 시간 넘게 트레킹을 했더니 체력이 고갈돼 걷기가 힘들어 잠시 쉬어가려고 타프를 쳤다. 마터호른을 앞에 두고 서있는 빨간 실 타프가 아름답게 보이니, 역시 가져오기 잘했다. 햇빛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이런 작은 그늘은 얼마나 반가운 존재인가.

꽃으로 장식된 목조 가옥 샬레를 지나 반호프 거리를 걸어 호텔로 돌아오니 어느덧 땅거미가 진 저녁시간이었다. 무리다 싶은 트레킹 덕분에 온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며칠 만에 누워보는 포근한 잠자리인가. 모처럼 푹신한 침대에서 달게 잘 수 있었다.

▲ 트레킹을 마치고 스위스 전통 목조 가옥 샬레를 지나 체르마트 시내로 내려왔다.

▲ 체르마트에서 로이커바트로 가는 길에 특이한 가로수가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체르마트에서 2박을 해야 했는데 하루에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도시여서 계획을 급하게 변경했다. 일정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자동차 여행의 묘미 아닐까. 새로운 목적지는 로이커바트. 갑작스런 결정이라 정보가 부족했지만 이미 스위스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는 상태라 두렵지는 않았다. 체르마트에서 로이커바트까지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로이커바트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걸어서 30분 정도면 전부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는 캠핑장이 딱 하나밖에 없다. 스포츠아레나 캠핑장은 예약을 하지 않고 갔지만 자리는 충분히 있었다. 책에도 두 장 남짓 짧은 설명만 되어있고 원래 가려했던 곳이 아니라서 사전 정보도 부족한 상태였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도착해서 본 풍경에 입이 딱 벌어져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디에서도 이런 풍경은 본 적이 없었다. 바위산이 이렇게 멋있을 수도 있다니. 캠핑장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바위산은 해발 2,322m의 젬미고개다.

편의시설과 멀리 떨어져 불편하지만, 늘 그렇듯 제일 위쪽에 텐트를 쳤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이라서 타프도 빠지지 않고 쳤다. 타프가 만들어주는 작은 그늘이 소중하므로.

그동안 수많은 전망대를 섭렵한 까닭에 젬미고개 전망대는 패스하고 캠핑장을 둘러본 다음 온천에 가서 오랜만에 수영도 하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로이커바트에는 알펜테르메와 부르거바트, 두 개의 대표적인 온천센터가 있다. 우리가 갔던 알펜테르메는 호텔에서 운영하는 온천으로 시설과 분위기가 좋다. 아이들 출입이 금지되며 투숙객 전용 잔디밭도 있다. 부르거바트는 우리나라의 워터파크 같은 온천인데 아이들 동반이라 사람들이 훨씬 많다.

▲ 스포츠아레나 캠핑장에 도착해서 본 풍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로이커바트 시내는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마트에서 저녁 장을 보고 캠핑장으로 돌아오니 한가하던 캠핑장에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 저녁이라서 타프를 걷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텐트 안에서 밥을 먹는데,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동안 아껴둔 김치를 넣고 부대찌개를 끓였다. 속이 확 풀리며 이틀 만에 먹어보는 하얀 쌀밥과 찌개가 꿀처럼 맛나게 술술 넘어갔다.

잊을 수 없는 로이커바트의 별밤
산악마을의 밤은 다른 곳보다 일찍 찾아온다. 온천욕을 하고 와서인지 몸이 노곤해서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자리에 누웠다. 설거지 하러 아래까지 내려간 남편을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았다.

두 번째의 감동. 또 입을 벌리고 할 말을 잃었다. 로이커바트의 밤하늘은 상상하지 못했던 신세계였다.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스위스는 해가 너무 늦게 져서 밤하늘을 거의 보지 못했다. 우리는 마치 별이란 걸 처음 보는 사람들처럼 신기해하면서 목이 아플 때까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냥 잠들었다면 이런 풍경을 놓치고 갈 뻔 했으니, 행운이었다. 캠핑장 시설은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이 풍경 하나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었다.

▲ 스포츠아레나 캠핑장은 스포츠 센터와 함께 운영된다.

▲ 로이커바트에 있는 온천 센터 부르거바트는 아이들 동반이라 사람이 많다.

젬미고개에 아침햇살이 밝게 걸렸다. 스위스의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더 조용하고 마음도 여유로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로이커바트였다. 때로 예정에도 없던 낮선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나그네처럼 우연히 와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지만 이곳에서의 하룻밤은 우리 부부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7월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캠핑 준비물
캠핑과 트레킹으로 심신이 지친 캠퍼에게 로이커바트는 편안함을 줄 수 있다. 온천은 아이들을 동반하지 않았다면 알펜테르메를, 아이들과 함께 가면 부르거바트가 좋다. 수영복과 수건, 세면도구는 따로 챙기고 비치타올과 가운이나 남방을 가지고 가면 된다. 온천 요금은 1일권이 25프랑, 3시간권이 18프랑이다. 캠핑장에서 주는 할인쿠폰은 1일권만 해당된다. 우리가 구입한 3시간권도 휴식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주유소는 오후 6시경이 되면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수도 그리 많지 않으니 자동차로 여행할 경우 요일과 시간을 감안하여 미리 오일 체크를 해야 한다. 주유는 100% 셀프다. 스위스에 가기 전 도로표지판이나 교통표지판도 눈에 익혀둘 것. 우리나라는 진입금지 표시로 빨간색 동그라미에 사선을 긋지만 스위스는 빨간 동그라미만 있는 식이다. 그래서 헛갈리기 쉽다.
도로를 만들 수 없는 바위산에는 철로를 뚫어서 기차에 수십 대의 자동차를 싣고 가는 카 트레인 운반시스템을 만들어 두었다. 30분 정도 터널 속을 달려 옆 마을에 도착한다. 산길을 자동차로 돌아가는 것보다 시간이 단축된다. 산악지방이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다.


로이커바트 스포츠아레나 캠핑장
로이커바트의 유일한 캠핑장이다. 예약하지 않고 갔는데도 사이트는 여유가 있었다. 캠핑장 이용료는 1박에 4만 6천 원.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사이트는 계단식으로 되어 있다. 편의시설은 모두 아래쪽에 위치해 있지만 중간에 수도꼭지가 있어 물은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온수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세탁기가 비치되어 있으며 세탁실 옆 휴게실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편의시설과 멀어져서 불편한 대신 최상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캠핑장은 다른 곳에 비해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포츠 센터와 같이 있으며 깨끗하고 관리도 잘 되어 있다. 캠핑과 하이킹, 온천을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캠핑장이다.

캠핑장 바로 앞쪽에 예쁜 마을이 있다. 30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부르거바트라는 유명한 온천이 있어서 피로한 몸을 풀어주기에 아주 좋다. 캠핑장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산은 젬미고개다. 근처 승강장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서 하이킹으로 내려오면 좋다.
www.sportarenaleukerbad.ch/en/page.cfm/camping_sportaren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