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꽃벼루길|Act⑥ Epilogue
정선 꽃벼루길|Act⑥ Epilogue
  • 글 이형로 기사ㅣ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2.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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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불빛 아래 다시 만나랴

산골의 밤은 일찍 찾아왔다. 산과 산, 그리고 다시 산으로 둘러싸인 적막강산. 수직으로 뻗어 올라간 높이에 가려 해가 어디쯤 넘어가는지도 알 수 없다. 곧 어스름이 깔리는 듯하더니, 이내 검은 그림자가 온 산을 덮어버렸다. 완벽한 어둠이 이런 것일까. 텐트 앞 조용히 타고 있는 랜턴 빛이 유난히 환하다.

오랜만에 각자의 삶으로부터 떨어져 이곳에 모였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부터, 일상의 누더기로부터, 시시콜콜한 잡념으로부터 멀어져 이 불빛 앞에 앉았다. 빛이 모두의 얼굴을 은은히 적신다. 차디찬 밤공기 사이로 멀리 물소리만 들려온다. 이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이다. 밤은 어둡고 겨울 산은 여전히 적막하다. 이제 우리는 언제 어느 불빛 아래 다시 모여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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