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자가 만난다 ㅣ MTB 다운힐 레이서
임기자가 만난다 ㅣ MTB 다운힐 레이서
  • 글 임규형 기자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2.12.0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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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라이딩은 겨울바람보다 매서웠다
다운힐 이창용·임상목 선수…파주 명봉산에서 연습 주행

▲ 뱅크’라 불리는 코너는 원통처럼 외곽 벽이 높이 솟아 있다. 레이서는 이 벽을 달려 감속 없이 코너를 통과한다.

산길을 달리는 마운틴 바이크 종목 중에서 다운힐(down hill)은 특별하다. MTB 경기 중에서 가장 빠르고 위험 요소가 많다. 최고 시속은 약 80km. 한 번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다운힐 레이서에겐 정신력, 기술, 체력의 삼위일체가 요구된다. <테바> 홍보대사이자 국가대표 마운틴 바이크 선수인 이창용, 임상목씨를 명봉산에서 만났다.

▲ 도저히 자전거가 달릴 수 없을 것 같은 좁은 바위 틈. 다운힐 레이서 이창용 선수가 재빠른 움직임으로 루트를 통과하고 있다.
폭 5cm의 베스트 루트를 찾아라
내년이면 이창용·임상목 선수의 다운힐 경력은 각각 12년과 10년차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크로스컨트리, BMX 등 여러 자전거 종목을 두루 거친 두 선수는 고등학생 때 처음 접한 다운힐의 짜릿한 재미에 반해버렸다. 첫 경험의 마법에 빠진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두 선수는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다운힐의 매력이요? 두말할 것도 없죠. 스릴!”

다운힐 경기 코스는 100% 내리막길이다. 선수 1명씩 1~2분 간격으로 출발해 완주 기록으로 순위를 경쟁한다.

“나무뿌리, 바위, 진흙으로 뒤덮인 다운힐 코스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주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길지 모릅니다. 그러나 실제론 무궁무진한 루트가 숨어 있어요. 자전거가 달리기 위해선 타이어 두께만큼의 폭이 좁은 길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면 됩니다.”

이창용씨는 좁은 산길에서 자신만의 루트를 찾아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는 묘미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 장애물을 넘으며 ‘웨이트백’을 시전하는 이창용 선수. 갑작스런 내리막에선 신체의 무게중심을 높은 곳에 두기 위해 레이서의 상체가 안장 뒤까지 이동한다.

정신력·기술·체력이 밑받침 돼야

경사면을 타고 달려온 이창용씨의 바이크가 바위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어? 조심해!” 생각보다 먼 거리를 날아간 그의 자전거는 S자 코너가 시작되는 은행나무와 충돌하기 직전에 멈춰섰다. 재빨리 브레이크로 앞 타이어를 고정한 다음 동시에 자전거 뒤쪽을 높이 들어 올리며 측면으로 이동한 뒤 착지했다. 갑자기 자전거를 정지할 때 생기는 반동을 줄이기 위한 반사적인 몸놀림이었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다면 자전거는 착지와 동시에 나무를 들이받고 바닥에 나동그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충돌 직전까지 갔던 이창용씨나 그를 지켜보던 임상목씨는 가볍게 웃으며 방금 시도한 점프기술에 대해 태연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명봉산 다운힐 코스를 처음 달려본 이창용씨는 “코스를 암기하지 않은 이상 종종 겪게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령 익숙한 코스라도 날씨나 앞서 달린 레이서들 때문에 낙엽, 돌 같은 작은 요인들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고속 주행에서 코스를 읽기 위한 강한 집중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고속 주행 코스는 시속 80km까지 속도가 올라갑니다. 레이서가 코너 하나, 바위 하나를 넘기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할 틈이 없어요. 상황에 필요한 테크닉은 본능적으로 몸이 작동하게끔 숙련시켜둬야 합니다. 머리로는 항상 다음 코스를 그리고 있어야 하고요. 다운힐 선수는 신체, 기술, 정신 모두 최상이어야 합니다.”

▲ 임상목 선수가 코스에 놓인 점프대를 뛰어오르고 있다. 다운힐 마운틴 바이크 경주는 묘기에 별도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지만 빠른 속도 때문에 자전거가 몇 미터씩 날아가는 대형점프가 많이 발생한다.
동호인·프로 서로 돕는 다운힐 문화
장거리 코스와 업힐 주행이 많은 크로스컨트리를 마라톤 육상경기에 비교한다면, 다운힐은 단거리 경주와 비슷하다.

임상목씨는 “다운힐은 높은 기술과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크로스컨트리, 올마운틴 종목을 거친 뒤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초보자는 다운힐 전문동호회에 가입해서 기초부터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항상 함께 연습하는 스포츠는 다운힐이 유일하다”며 “선수들은 아마추어들에게 코스 공략법과 테크닉을 알려주고, 인원이 많은 동호회는 운송 수단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운힐 자전거는 내리막을 달리기 위해 최적화된 형태라 언덕을 오르는 주행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아마추어 동호인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 자전거를 차량에 싣고 이동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여럿이 함께 여행하면서 다양한 코스를 달려보는 재미는 혼자선 절대 느낄 수 없다”고 강조했다.

TIP 파주 명봉산 다운힐 코스 소개

“파주에 위치한 명봉산 다운힐은 크게 A·B·C 3개 코스로 이뤄져 있습니다. 모든 코스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며, 수도권과 가까워 다운힐·올마운틴 라이더 동호회가 자주 방문합니다. 이곳 MTB 코스는 자전거 전용 임도가 아니고 인적이 드문 등산로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곳이라 주행할 때 등산객을 조심해야 합니다.”

▲ 다운힐 이창용(좌)·임상목 선수

A코스 경사가 심하고 나무뿌리와 바위들이 많다. 낙차가 큰 점프와 바위드롭이 많아 험로 주행 연습에 적합하다.

B코스 A보다 경사가 완만하고 나무뿌리와 바위가 적다. 그러나 코너가 많고 속도가 시속 70km까지 나오는 고속 코스라 빠른 코너링 연습에 좋다.

C코스 A·B와 다른 능선에 위치해 있다. 전체적으로 경사가 급하고 나무뿌리와 바위가 많다. 코스 후반부는 좁은 코너가 연이어져 전체적인 기술 연습에 적합하다.

가는길
내비게이션에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812-1번지를 찍으면 된다. 공원묘지 방면으로 좌회전한 후 주차장이 나타나면 경사가 급한 오른쪽 언덕길로 올라간다. 정상이 다운힐 코스의 출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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