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 ㅣ 서천 ①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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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박소라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2.12.03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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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꽃이 피면 이골 난다

▲ 영화 촬영 장소로 알려진 신성리 갈대밭.

▲ 전통베틀로 모시를 짜는 모습.
이골이 났다.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로부터 대대로 전해진 한산모시가 그랬다. 서천의 딸들은 너나없이 어릴 때부터 모시짜기를 배웠다. 모시 껍질을 벗겨 만든 태모시를 이와 입술로 쪼개다 보면 피가 나고 치아에 골이 패였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이골 난다’였다.

그렇게 뽑아낸 실은 한 올 한 올 침을 발라 맨 무릎에 비벼 이어서 실타래를 만들었다. 피와 땀과 침과 눈물 없인 모시가 나올 수 없었다. 잠자리 날개처럼 올이 가늘수록 최상품으로 치는 한산모시는 기계로는 똑같은 질감을 얻을 수 없어 지금도 사람 손을 탄다.

“그래도 요즘은 가습기가 있어 수월하지. 예전엔 습도 유지하려고 토굴 같은데서 짰지유.” 한평생 모시짜기로 세월을 보낸 늙은 아낙이 배시시 웃는다. 그 웃음이 모시처럼 곱고 희다. 서천에 모시꽃 피었다.



▲ 모시풀의 부드러운 속껍질로 만든 태모시

▲ 모시째기

▲ 매기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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