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자전거의 젊은 장인 김두범 ‘두부공’ 대표
수제 자전거의 젊은 장인 김두범 ‘두부공’ 대표
  • 글 임규형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2.11.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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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바퀴처럼 둥근 세상 만들고 싶어요”

▲ 김두범 ‘두부공’ 대표와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두부공 사무실.
“자전거는 세상을 보여주는 책과 같다”
자전거 열풍이 불면서 제품의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성능 로드 바이크나 MTB,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픽시드 바이크 모두 형태와 목적은 다르지만 속도를 중시한다. 그런 반면 자전거가 전해주는 소박한 감성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 합정동에서 자전거공방 ‘두부공’을 운영하는 김두범 대표도 그런 이다. 그는 수제 자전거를 만드는 전문 프레임 빌더다. 올해 나이 서른. 홍익대 국문과를 졸업한 그가 손에 기름칠을 하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김 대표는 “자전거는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책과 같았다”고 말했다.

▲ 1층 매장 중심엔 자전거 정비용 장비가 놓여있다.
“제가 대학 졸업을 앞둔 시기에 당뇨를 앓던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셔서 항상 집안에만 계셨어요. 그러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시면서 이전보다 쉽게 먼 곳을 다닐 수 있게 됐죠. 그때 웃으시면서 ‘마치 세상이 커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좋아하는 자전거의 매력이란 바로 그런 것이죠.”
▲ 정비 중인 BB와 자전거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들. ‘두부공’은 사용자의 신체에 맞는 자전거의 프레임과 휠을 제작해 완성차로 조립하여 판매한다.
열정이 끓어오르던 20대. 무엇인가 몰두할 것이 필요했다. 그것은 자전거였다. 그는 한국 바이크아카데미에 들어가 자전거 정비를 배웠고 국내 유명한 자전거 장인 밑으로 들어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미국 UBI(United Bicycle Institute)에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수료해 자전거를 만드는 프레임 빌더가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년 전 자신의 별명인 ‘두부’에 장인을 뜻하는 ‘공(工)’을 붙여 이름 지은 자전거 공방을 열었다.
▲ 김두범 대표가 재능기부 중인 민들레 대안학교 학생이 찾아와 간단한 자전거 조정을 바랬다.
자전거로 소통을 꿈꾸는 두부공
두부공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수제 자전거는 값비싸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두부공은 다르다. 제작에 들어간 가격에 10%의 마진만 얹어 받는다. 자신은 장사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입소문을 타고 야금야금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네 사람들의 오래된 자전거 수리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성격 덕이다.
▲ 김두범 대표가 손수 만들어 타고 다니는 빈티지 로드바이크(왼쪽)와 김 대표가 만든 마운틴 바이크(오른쪽).
“일본은 아직도 동네마다 작은 자전거포가 있어서 주민들의 자전거를 손봐주고 자신들의 수제품을 값싸게 판매합니다. 트렌드에 따라 픽시나 미니벨로를 만들기도 하죠. 제가 아주 어릴 때 볼 수 있었던 동네 자전거포의 모습과 흡사했어요.”
▲ 투 크로스 스포크 방식 휠(왼쪽)과 레디얼 스포크 방식 휠(오른쪽).
▲ 프레임 튜브를 용접한 곳에 사용되는 러그. 2층 프레임 빌딩 작업실에는 사용자의 신체 치수를 계산하며 설계 중인 자전거의 도면이 놓여있었다.
그가 꿈꾸는 두부공도 그런 모습이다. 김 대표는 대형 자전거 매장에 밀려 설 자리를 잃는 소형 자전거포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한 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람과 섞이는 그런 점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에서 현재 마포구 관내 사회적기업이 주관하는 ‘해결사들의 수리병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민들레 대안교육 공동체에서 진행하는 정비수업도 진행한다. 그는 “자전거의 영역은 반드시 생산자와 소비자. 판매와 정비만 존재하는 냉정한 관계만 있지 않다”며 “자전거에 대한 재능기부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서로 다른 분야를 다루는 자전거포들이 공생하며 살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것. 그의 기름때 뭍은 손이 유달리 빛나 보인다.
▲ “자전거 제작에 가장 중요한 부품은 프레임과 휠입니다. 두 부품은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제작할 수 있어요. 주문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무리한 설정을 한다면 제작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으니 지나친 요구는 피해주세요!”

TIP. 프레임·휠 제작의 특성

헤드튜브
곧게 세울수록 주행 중인 자전거의 방향을 빠르게 바꿀 수 있지만 앞으로 달려 나가는 직진성은 반감된다. 평지에서 속도를 중시하는 로드레이서 타입은 헤드의 각도를 낮춰서 제작된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고려해 ±4~5도 범위로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포크레이크
직선인 알포크의 휘어진 정도를 길이로 표현한 것. 포크레이크가 40~45mm가 되도록 휘어주는 것이 보통이다. 포크가 곡선에 가까울수록 직선으로 뻗어나가기 쉽다. 0에 가까울수록 방향제어가 쉽게 빠르다.

시트튜브
경사진 언덕을 자주 오르는 경우 튜브의 각도를 수직이 되는 방향으로 세워준다. 시트 튜브가 바로 설수록 페달을 돌릴 때 지면을 밟는 힘(토크)은 강해지지만 크랭크를 회전시키는 회전력(RPM)은 떨어진다. 속도를 중시한다면 시트튜브를 눕혀 제작한다. 빠른 회전이 가능하고 토크는 낮아진다.

탑튜브
산악용 자전거는 시트 튜브를 표준각도에 맞추고 탑 튜브의 각도를 조절하는 슬로핑 작업으로 세밀한 조절을 한다. 탑 튜브와 시트 튜브의 접점이 아래로 이동할수록 언덕을 오르기 쉽다.

다운튜브
프레임에 전달되는 무게와 힘을 버텨주기 위한 튜브다.

체인 스테이
비비와 뒷바퀴의 스프라켓까지의 길이를 말하며 라이더의 주행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 스포츠 사이클링에선 CS의 길이를 최대한 짧게 만들어 빠른 회전·낮은 토크를 활용한 주행을 모범으로 여긴다. 체력 소모는 크지만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다. 로드바이크의 경우 440~460mm를 추천한다. 투어링 자전거나 생활형 자전거일수록 CS의 길이를 늘려 낮은 회전·높은 토크로 주행하는 것이 적합하다. CS가 길어질수록 주행 시 안정감과 속도 유지력은 좋아지지만 가속력이 약하다.


스포크의 짜임에 따라 휠의 무게와 강도가 달라진다. 무게가 가벼운 순으로 레디얼·원 크로스·투 크로스·트리플 크로스 방식이 있다. 로드 바이크는 바퀴의 양측 스포크 짜임을 같은 방식으로 통일해야 하지만, 로드 바이크의 경우 뒷바퀴를 레디얼-투 크로스 방식도 제작할 수 있다. 가벼운 레디얼 방식을 기본으로 스프라켓이 달려 힘을 많이 받는 휠 오른쪽은 강도가 높은 투 크로스 방식을 적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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