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면 모두 예술가가 된다
이곳에 오면 모두 예술가가 된다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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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살 톺아보기 | ⑨ 서울 홍대둘레길

▲ 태양이 사라진 시간, 홍대는 열기를 가득 품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평일 밤시간대임에도 어울마당길에서 공영주차장으로 향한 길에는 이곳을 찾은 이들이 가득하다.

서교로를 중심으로 뻗은 양 날개 양화로와 상수역까지…오감만족 걷기여행

홍대 하면, “홍대는 23세기,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같다”던 어느 뮤지션의 인터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는 “그래서 이곳에 오면 편안해진다”고 덧붙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말만큼 홍대를 적합하게 표현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클럽데이, 인디밴드들의 공연,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젊음이 넘치는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꺼리’가 되는 홍대를 찾았다. 홍대 앞 동네뿐 아니라, 좌우 양 날개를 지칭하는 옆 동네까지 포함해서.


▲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만나는 <케이에프씨>. 홍대의 랜드마크로 ‘만남의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은 아마 미술학도를 꿈꾸는 전국의 십대들에게 일정량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인데, 어쩌면 그건 대학교 내의 교육을 제외하고서라도 홍대만이 지닌 ‘아우라’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신촌과 붙어있고, 인근에 유수의 대학들이 자리했다는, 대학가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분명 홍대라는 공간은 그들과 다른 ‘그 무언가’가 있다. 이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홍대 방향으로 길을 따라 걸어보기를 권한다. 홍대로 이어진 오르막에 들어서는 순간 ‘찌릿’하고 느낌이 올 테니 말이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자유’라고 했고, 또 어떤 이들은 그것을 ‘예술’이라 했으며, 또 다른 어떤 이들은 그것을 ‘방종’이라 했다. 무엇이 ‘그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 그것은 한 가지 성질로 정의 되는 것은 아니리라. 홍대앞을 한번이라도 가봤다면 어떤 의미인지 고개를 끄덕일 거라 믿는다.

아무튼, 이번엔 홍대를 찾았다. 홍대에 있던 든든한 카페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서교로로부터 멀리 떨어진 홍대 외곽 상수역이나 합정역 근처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상수역 인근의 골목을 소개할까도 했지만 그래도 일단 홍대에서 시작되어 확장된 것이니 이곳을 먼저 알리기로 했다.

홍대앞이 아니라 홍대옆이라구요!

▲ ‘걷고싶은 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아기자기하게 조성해 둔 거리.
우선 홍대여행을 시작할 때에는 지도를 좌측으로 120도 정도 돌려서 홍대정문이 북쪽을 향하게 보는 것이 좋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홍대정문으로 곧게 뻗은 길을 ‘서교로’라고 하는데, 이 길을 곧추 세워 좌측 동교동과 우측 서교동으로 나눠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같은 방식으로 소개하려 한다.

홍대는 더 이상 홍대 앞 동네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몸짓이 커지기도 했거니와, 몰려드는 사람들을 잡으려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상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껏 홍대를 ‘홍대스럽게’ 만들어 놓은 크고 작은 카페, 클럽 등은 저 멀리 상수역과 합정역 근처로 둥지를 옮기게 되었다. 어찌되었거나 이 역시, 홍대 동네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다양성과 개성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걷고 싶은 거리에는 주점 뿐 아니라 감각적인 옷가게들도 자리하고 있다.
서교로를 중심으로 홍대정문 앞 주변을 흔히들 홍대앞이라고 부르며, 그 좌측으로 창천동 삼거리까지, 우측으로는 상수역과 합정역 사이까지를 홍대옆이라고 부른다. 이는 ‘홍대’라는 공간이 단순히 홍대입구역과 홍대정문을 이르는 게 아니라,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 합정역에서 상수역, 상수역에서 홍대정문을 지나 창천동 삼거리까지를 둘러싼 좀 더 넓은 동네임을 뜻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아기자기한, 예전의 홍대스러움을 담뿍 품은 카페들이 둥지를 튼 상수역과 합정역 근처를 ‘홍대옆’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물론 처음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은 카페들도 있다. 특히 음악공연을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많은데, 이들은 자유로움으로 무장한 ‘문화특구’인 홍대의 주류와도 거리를 둔 독특하면서 나이브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 ‘어울마당길’에서 공영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 자리한 독특한 옷가게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클럽, 공연, 카페…어떤 ‘자유’를 원하나요?
홍대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문화가 아닐까. 정해진 공연과 축제뿐 아니라 수시로 열리는 게릴라식 공연도 적지 않다. 주류건 비주류건 무엇에도 ‘열려있는’ 덕분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고, 덕분에 문화를 선도한다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열려있고, 자유롭다는 분위기는 이태원과도 통하지만, 예술적인 부분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네 정서로 만들어졌기 때문일까. 그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 주말이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공영주차장 길에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홍대의 자유로운 문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클럽이다. 공영주차장을 조금 못가 상상마당에서 좌측으로 뻗은 ‘피카소 거리’ 근처에 <엔비> <엠투> <디디> 등이 몰려 있어 클럽골목이라고 부른다.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은 ‘클럽데이’라고 해 이 지역의 20여개의 클럽에 2만원만 내면 어디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데, 덕분에 클럽데이면 홍대입구역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 클럽데이 하루에 7000명에서 1만명이 홍대를 찾는단다. 클럽에서 밤새 신나게 놀다가 첫차를 기다리며 찾는 마지막 코스가 바로 홍대입구역 5번 출구 앞의 <케이에프씨>란다. 24시간 영업을 하니 알아두면 요긴하지 않을까.

다음은 공연이다. 홍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디밴드인데, 이것은 밴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비주류 문화를 아우르는 분위기다. 인디(Indie)란 ‘독립한’, ‘독립심이 강한’이란 의미를 가진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줄임말로, 인디문화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직접 만들어내고 즐기는 독립적인 문화’를 의미한다.

▲ 상수역에서 합정역으로 이어진 독막길에는 홍대 중앙에서 벗어난, 개성있는 가게들이 가득하다.
21세기 젊음을 대변하는 인디문화는 예전의 비주류 문화들과는 다르다. 젊음의 치기어린 전유물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대중과 소통을 시도하며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디문화의 발상지이자 근원지인 홍대에는 인디음악을 비롯해 각종 축제, 전시, 프리마켓 등 다채로운 문화활동이 이루어지면서 인디문화를 찾는 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인디문화에 대해 궁금하다면 인디 커뮤니티인 인디팬(indifan.com)이나 인디 웹진(cafe.daum.net/indiestory)을 살펴보면 좋겠다.

클럽골목인 ‘피카소 거리’에서 다시 상상마당으로 내려와 상수역 방향으로 직진하면 드디어 공영주차장이다. 흔히들 ‘홍대 주차장’이라고 하는데, 사실 거리상으로는 상수역과 훨씬 가깝다. 떠들썩한 주차장길에서도 각종 공연이 게릴라식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메인 주차장 길을 벗어나 가지 골목으로 접어들면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느낌의 길이 시작된다. 아기자기하면서 개성있는 카페들이 몰려 있어 주말이면 이곳을 찾아드는 이들로 북적거린다.

아예 상수역 근처로 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좋다. 상수역 1번 출구 근처의 <무대륙>이며, 상수역 4번 출구 화력발전소 근처의 <이리카페> <앤트라싸이트> 등 독특한 카페들이 기다리고 있다. 커피 한잔, 혹은 맥주 한잔 홀짝이며 그 동네의 자유는 어떤 맛인지 음미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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