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38경…암릉길 풍광·조망 뛰어나
▲ 금산 정상아래 바위군락에서 맞이한 남해의 일출. |
남해는 보물섬이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는 보물은 단연 금산(錦山·681m)이다. 바위와 숲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산에는 8경도, 10경도 아닌 무려 38경이 존재한다. 그만큼 남해 금산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전설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보리암 ▲ 쌍홍문 굴 안쪽에서 바라본 미조 앞바다.
“금산 갈라꼬?”
카운터 창문으로 등산복 차림의 기자를 훑어보던 여관주인이 대뜸 물었다. 무뚝뚝한 말투 속에 왠지 모를 반가움이 묻어났다.
“네. 내일 아침 일찍 올라가서 일출 보려고요.”
기자의 대답에 그는 창문 밖으로 방 열쇠를 툭 던지더니 지나가는 말처럼 내뱉었다. “거그 가면 속이 확 뚫릴끼다. 바닷바람도 얼마나 시원하다꼬.”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금산은 이름에서 바다 냄새가 느껴졌다. 산 이름 앞에 꼭 지명을 붙여 남해 금산이라 불리는 까닭이다. 여기에는 시 ‘남해 금산’의 유명세도 한몫했다.
동이 트기 전 읍내를 나선 취재팀은 정상까지 접근이 쉬운 보리암을 들머리로 택했다. 금산으로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보리암행 셔틀버스를 타고 8부 능선까지 오를 수 있는 복곡탐방지원센터 기점, 또 하나는 상주은모래비치쪽 금산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길이다. 전자는 몸은 편하지만 걷는 맛이 없고 문화재관람료 1000원을 내야 한다. 반면 열혈 산꾼들은 가파른 돌계단이 이어지는 후자를 택한다.
▲ 아침 해가 떠오르자 붉게 물든 보리암과 산 아래로 펼쳐진 상주은모래해수욕장. |
▲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으며 붉게 물든 보리암 건물. |
하지만 어떤 길을 택해도 금산의 산길은 보리암으로 이어진다. 이 사찰은 영험하기로 소문난 기도처로 동해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꼽힌다. 보리암의 기원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세운 보광사(普光寺)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생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보광궁에서 따온 이름이다.
▲ 화엄봉에서 내려다본 보리암과 대장암.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포토존이다. |
▲ 보리암과 20분 거리인 정상에서 내려다본 망망대해. |
▲ 금산산장 가는 길에 위치한 흔들바위. 힘껏 밀어보면 정말 흔들리는 것 같다. |
보리암 아래 200m쯤 떨어진 곳에는 그가 백일기도를 올렸다는 이씨기단(李氏祈壇)이 자리한다. 이곳에 이르면 절벽 위에 길쭉한 모양의 바위 세 개를 볼 수 있다. 본래 모두 누워 있었는데 이성계의 기도를 듣고 바위 두 개가 일어섰다고 전해지는 삼불암이다.
‘기도발’ 좋기로 이름난 명당이 또 있다. 미조 앞바다를 향해 미소 짓는 해수관음상이다. 바로 앞 삼층석탑은 나침반을 올려놓으면 바늘이 북쪽을 가리키지 못하고 빙글빙글 도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보리암종무소 백성만 사무장은 “예전에 방송사에서 찾아와 실험을 한 적도 있는데 그 이유를 밝히진 못했다”며 “탑 안에 진신사리가 있어 기가 흐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