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방구 섬 기행 ㅣ 인천시 옹진군 신도~시도~모도
오도방구 섬 기행 ㅣ 인천시 옹진군 신도~시도~모도
  • 글 사진 그림 김종한|협찬 KTM코리아
  • 승인 2012.10.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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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인데 하나인 섬이무니다 섬인데 섬이 아니무니다”

▲ 시도연도교 근처 갯벌과 물골에서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다.

인천 월미도에서 영종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인다. 월미도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카페리에 오르자 고작 10여분 만에 영종도(구읍)선착장에 닿는다. 엄청 가깝다. 하기야 지금은 영종대교나 최근에 개통한 인천대교를 이용하면 손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니까. 사람들에게 영종도는 섬이라는 느낌이 덜한 거 같다. 그러나 오토바이라이더는 섬으로 이어진 대교를 이용할 수 없어 배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영종도는 여전히 완벽한 섬이다.

▲ 섬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 갈매기들은 가장 익숙한 동행자다.

영종도에서 목적지인 신도에 가기 위해서는 북쪽 삼목선착장에서 다시 카페리를 갈아타야 한다. 운항시간은 역시나 10여분 남짓. 카페리에 함께 탄 수많은 자전거라이더들은 신도선착장이 다가와도 움직일 기미가 없다. 몇 사람 말고는 모두 다음 기착지인 장봉도에 들어갈 모양이다.

▲ 모래밭이 깨끗한 수기해변은 독살체험을 즐길 수 있다.

연도교로 이어진 삼형제섬
나란히 붙은 신도와 시도, 모도는 서로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더 서쪽으로 가면 장봉도가 위치한다. 신도선착장에 내리자마자 곧 고남마을이 나타나고 T자형 삼거리를 만난다. 어디로 갈까? 오른쪽? 왼쪽? 섬에 오면 습관처럼 반시계방향으로 달리곤 하는데, 왠지 그러면 시야가 좀 더 좋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함께 상륙한 자전거라이더 둘은 반대편 길을 선택해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사라져간다.

신도 일주도로는 아담하게 솟은 구봉산을 가운데 두고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다. 남쪽 해안도로는 영종도를 마주 보며 이어지는데 바닷가에 알록달록 치장한 펜션이 들어서느라 공사가 한창이다.

동쪽 해안의 제법 너른 들판과 저수지를 지나자 신도리 염촌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이름을 보아하니 근처에 염전이 있을 법한데, 들판을 지날 때 보았던 무논이 염전이었던 듯싶다. 염촌마을 동편으로 난 샛길은 바다를 만나서 끝난다. 영화 <연인>의 촬영지라고 하는데, 바닷가에 작은 둑방과 나락이 영그는 논이 있을 뿐 특별한 안내판은 보이지 않는다. 신도 이름이 섬 주민들의 인정과 믿음이 넘쳐 ‘믿을 신(信)’자를 쓰는 거라니 그냥 믿기로 한다.

▲ 영종도와 마주보는 신도선착장 부근 들판.

다시 염촌마을로 돌아와 서편으로 난 고갯길을 넘어 연도교를 건넌다. 시도에 들어서자 근사하게 지은 종합운동장에 이어 시도염전이 보인다. 지나온 신도와 달리 여긴 여전히 소금을 생산하느라 분주하다. 염수지에 물을 대느라 펌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고 염부들이 일하는 모습도 보인다. 염전에 정신이 팔린 내 뒤편으로 관광객들이 탄 차들이 엉뚱한 곳으로 몰려간다. 그리 크지 않은 섬을 저렇게 찾아올 정도면 뭔가 있겠지 싶어 재빨리 뒤따라 가보니 갈림길 이정표에 ‘슬픈연가 세트장’과 ‘풀하우스 세트장’이 씌어져 있다.

솔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서니 시도 끝자락에 슬픈연가 세트장이 자리 잡고 있다. 관리인이 없고 입구에는 폐쇄를 알리는 안내판만 내걸렸다. 앞서 자동차를 타고 온 중년 부인이 못내 아쉬운 듯 기웃거리다 돌아선다.

풀하우스 세트장은 조금 떨어진 수기해변에 위치한다. 이곳은 그나마 최근에 종영된 드라마 세트장이라 그런지 찾는 이들이 꽤 보인다. 어쩌면 해변의 넓은 모래밭과 갯바위가 어울린 경치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바다 건너편 강화도의 마니산도 손에 잡힐 듯 또렷하게 보인다. 섬 이름인 시(矢)는 강화도 마니산 활터에서 이 섬을 향해 활을 쏘곤 했다는 설에서 유래하는데, 그만큼 강화도와 가깝게 느껴진다.

모래밭 뒤편 솔숲에는 가족단위 야영객들이 텐트를 설치해 놨다. 야영을 한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워낙 섬이 작으니 모도까지 다 돌아보고도 시간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다시 배를 타고 나갈 계획이다.                                              

Tip 신도·시도·모도 안내
▲ 모도연도교에서 바라본 강화도.

삼형제처럼 나란히 붙은 신도·시도·모도는 장봉도와 함께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에 속한다.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했다고 하는데, 고려시대에는 몽골군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정착한 이후 한국전쟁 때 피란민이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영종도삼목선착장에서 신도와 장봉도를 오가는 카페리는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구봉산을 가운데 두고 신도 일주도로가 나 있고 시도와 모도는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한 조각가 이일호의 전시공간 모도 배미꾸미조각공원.
볼거리 많은 모도 배미꾸미조각공원
섬 면적은 신도, 시도, 모도 순으로 점점 작아진다. 모도(茅島) 주변에는 수초가 많은가 보다. 어느 어부가 그물을 쳐 물고기를 잡는데 띠(茅)가 함께 걸려나오곤 해서 붙은 이름이라니까 하는 말이다.

연도교를 건너 왼쪽으로 휘어진 길을 쭉 따르면 조그만 언덕 너머가 배미꾸미조각공원이다. 조각가 이일호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바닷가에 만든 공간이다. 배미꾸미는 배 밑구멍처럼 생긴 지형을 일컫는다. 전시된 작품들은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몽환적으로 표현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잔디밭에 누워 자고 있는 여인상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도 있지만, 만화 <베르세르크>에 나오는 괴수처럼 초현실적인 감각이 흠씬 묻어나는 작품들이 주변에 널려있다. 국내에서 조각공원으로는 바다와 가장 가깝다고 하는데 작품과 별개로 해변 자체의 경관도 괜찮다.

다시 신도선착장에서 영종도로 나가는 카페리에 오른다. 갑판에 차량이 가득하고 한쪽에 자전거가 줄지어 서 있다. 오전에 장봉도에 들어갔던 자전거 동호인들이 돌아오는 터라 승객실도 초만원이다. “아저씨, 이 오도방구 비싸죠?” 한 라이더가 내 오토바이에 관심을 보인다. “비싼 자전거보단 싸요.” 농담 반 진담 반 대답에 서로 마주보며 웃는다. 그도 나처럼 배를 이용해서 월미도와 영종도를 거쳐서 장봉도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에게도 영종도는 여전히 섬이었다. 물론 자전거를 차량에 싣고 오가는 사람들은 별개다. 월미도선착장에 도착해 서로 눈짓으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길을 재촉한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는 지긋지긋한 비가 안 내렸다. 드디어 비와 작별한 걸까? 

▲ 시도와 모도를 잇는 연도교 근처 갯바위에 설치된 조각작품들.

Tip 오토바이 주행에 필요한 안전장비
신체가 외부에 노출되는 오토바이 주행의 특성상 여러 안전장비가 필요하다. 몸을 보호해주는 기능을 갖춘 제품은 가죽 소재의 재킷이나 팬츠, 글러브, 부츠가 있다. 이밖에 케블러나 카본 재질의 소재를 혼용한 제품도 출시돼 있다. 에어재킷은 에어백을 접목해서 전도한 라이더를 보호한다. 무엇보다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은 꼭 착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안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라이딩 스킬을 향상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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