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완도군 소안도 ②가학산 트레킹 part2
KOREA TRAVEL|완도군 소안도 ②가학산 트레킹 part2
  • 글 박성용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2.10.05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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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터지는 정상 조망이 일품

▲ 가학산 정상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터지는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다.

정상 못 미쳐 있는 학운정에서 땀을 식혔다. 조망 하나는 으뜸이다. 여기서 소안도의 잘록한 허리가 잘 들어온다. 유영인씨는 “남쪽 섬과 북쪽 섬은 원래 떨어져 있었는데 오랜 세월 동안 모래가 쌓여 하나의 섬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홍창욱 PD가 배낭에서 간식들을 꺼냈다. 방송가에서 산꾼으로 소문난 그는 짐을 무겁게 지고 등산하는 스타일이다. 취재팀이 “산행이 아니라 학대 수준”이라고 농을 건넸다. 그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야 직성이 풀린다”며 “그럴 때 흘리는 땀은 내 육신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응수했다.

▲ 소안도의 잘록한 허리. 남쪽 섬과 북쪽 섬은 원래 떨어져 있었는데 오랜 세월 동안 모래가 쌓여 하나의 섬으로 이어졌다.

▲ 정상을 조금 지나면 나오는 봉수대.

학운정에서 조금만 가면 가학산 정상이다. 일망무제, 동서남북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이 일품이다. 인근 보길도의 격자봉보다 풍광이 뛰어나다는 말이 실감났다. 발아래 다도해는 장판을 깐 것처럼 고요하다. 그 위에 양식장 시설물들이 장판 무늬처럼 박혀 있다. 유영인씨가 알려준 방향으로 눈을 돌리자 수평선 너머 제주 한라산이 희미하게 보였다. 손현주씨는 “소안도에 이렇게 멋진 산이 있는 줄 몰랐다”며 “자연이 살아있는 때 묻지 않은 산”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산길에는 풀들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어 오랜만에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돌로 쌓은 봉수대를 거쳐 해도정으로 향했다. 하산길이다. 가학산은 물치기미 쉼터로 내려가는 하산 코스가 그다지 험하지 않다. 악명 높은 여느 섬산의 하산길과는 사뭇 다르다. 섬산의 능선은 다 고만고만한 풍경을 안고 있지만, 가학산은 굽이를 지나칠 때마다 색다른 경치가 나타나 지루할 틈이 없다. 남녘의 산답게 등산로 좌우에는 동백나무숲이 터널을 이루고,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산길에는 풀들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어 오랜만에 걷는 재미를 느꼈다. 흙먼지만 풀풀 나는 수도권의 명산과는 품질이 다르다. 산길에도 명품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손현주씨가 홍창욱PD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빤스고개’를 아시나요?
점심식사 장소는 해도정. 메뉴는 농어회 초밥과 전복. 유영인씨가 미리 만들면 밥이 물러져서 맛이 없다며 농어회와 초밥을 따로 싸온 것이다. 전복은 소안도에서 싱싱한 놈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도마와 칼을 꺼내고 손에 고추냉이를 발라가며 익숙하게 초밥을 만드는 유영인씨를 보고 취재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산에서 누가 즉석 초밥을 만들 줄 상상이나 했을까.

▲ 서중마을과 맹선리 사이에 있는 고개는 홀딱 벗고 빤스만 입고 올랐다는 ‘빤쓰고개’다.

홍PD는 “가학산 정상에서 먹은 도톰한 자연산 농어회 초밥”이라고 연신 감탄을 하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여기에 곰삭은 갓김치와 전복회까지 곁들였으니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간간이 터지는 웃음소리가 다도해 수평선을 잡아끌었다가 놓곤 했다.
다시 하산이다. 여기서부터 산의 안부로 접어든다. 다도해 조망은 사라지고 대신 숲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울까지 걸어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은 융단 같은 산길이 이어진다. 이 길에서 독사와 사슴벌레를 만났다. 그만큼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 가학산은 섬산치고 하산길이 완만해 주변 풍광을 충분히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하산길 막바지에 나오는 맹선재. 서중마을과 맹선리 사이에 있는 고개로 일명 ‘빤쓰고개’다. 최광윤씨는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오를 때 땀에 옷이 젖을까봐 홀딱 벗고 빤스만 입고 다녔다고 해서 빤스고개”라고 설명했다.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이름이지만 이 고개를 넘나들었던 사람들의 애환은 마음이 짠하다.

▲ 유영인씨(가운데)가 취재팀에게 가학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늘 트레킹의 종착지 물치기미 쉼터로 내려오자 오전에 헤어졌던 심만섭 면장이 취재팀을 기다리고 있다. 산에서 내려와도 다도해 풍경은 취재팀 어깨에 매달려 떨어질 줄 몰랐다. 

완도명예군민 탤런트 손현주
“때 묻지 않은 소안도에 반했어요”
박소라 기자

최근 드라마 <추적자>로 큰 호평을 받은 탤런트 손현주씨는 완도명예군민이다. 지난 2010년 SBS 홍창욱PD와 함께 완도를 찾았다가 인연을 맺게 된 것. 그는 홍보CF 출연료 기부 등을 비롯해 태풍 소식에 직접 안부전화를 돌릴 만큼 완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번에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어민들을 돕기 위해 완도특산품 구매홍보에도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처음으로 소안도를 방문한 손씨는 “그동안 청산도와 보길도·노화도·금일도 등 완도의 섬은 남들보다 많이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숨겨져 있는지 미처 몰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보길도·노화도에 가려져 알려지지 않은 소안도는 때가 덜 묻었다는 느낌이 든다”며 “특히 자연이 살아있는 가학산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꼽았다.

“완도는 한번 찾게 되면 또 찾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 매력을 한 번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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