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 ㅣ 완도군 소안도 ①여는 글
KOREA TRAVEL ㅣ 완도군 소안도 ①여는 글
  • 글 박성용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2.10.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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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도 달고 바다도 달고 웃음도 달다

▲ 신지면 명사십리해수욕장
완도는 웃음이다. 남녘 바다 한가운데서 피어난 그 웃음 한 번 보기 위해선 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장시간 여정에 길손은 때론 지치기도 하지만 완도대교를 건널 때쯤이면 눈은 즐거워진다. 육지와는 다른 투명한 풍경이 길손의 노독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그 풍경을 본 입가에는 미소가 돌고, 얼굴엔 싸리 빗질 같은 바람이 스쳐간다.

그래, 여기는 완도. 햇살도 달고 바다도 달고 사람들의 웃음도 달다. 하여 완도(莞島)의 ‘완’은 ‘빙그레 웃을 완’이지 않은가. 길을 가다가 무작정 내려선 해변에서 “완도”하고 중얼거리면 코끝에 싱싱한 해조류 냄새가 묻어난다. 그러나 저 달고 싱싱한 자연에는 인간의 눈물겨운 노동이 직조되어 있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완도의 해산물은 섬사람들이 흘린 고된 땀방울의 결실인 것이다.

웃음은 여유다. 사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편안하다는 방증이다. 허탈한 웃음, 체념이 담긴 웃음 등 웃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하지만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나오는 웃음이 가장 자연스럽다. 완도군청에서 서남방향으로 약 18km 떨어진 소안도(所安島)는 그런 웃음이 담긴 섬이다. 면적은 여의도의 세 배밖에 안 되지만 “100세까지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 완도 화흥포항에서 소안도로 가는 뱃전

▲ 소안항일운동기념탑과 소안사립학교

심만섭 소안면장은 “수심이 깊고 물이 맑은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김과 전복, 어패류는 전국 최고의 품질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섬”이라고 말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땀으로 이루어낸 여유와 불로소득으로 얻은 여유는 그 차원이 다르다. 소안도의 편안함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 청해진 유적지

여유는 힘이다.
그 힘은 시대 상황에 따라 저항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소안도는 전국의 면 단위에서 가장 많은 57명의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한 섬이다. 항일운동의 3대 성지로 꼽히는 소안도 사람들은 그래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육지에서 왔다고 거들먹이거나, 좀 배웠다고 유식을 떠는 사람들은 소안도에서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일찌감치 배움에 눈을 뜬 섬사람들은 자식들을 뭍으로 보내며 남다른 향학열을 지폈다. 그러니까 소안도 사람들의 저항 정신은 배움에서 싹튼 것이다. 저항하지 않는 삶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라는 그 기백과 지조가 이어져 내려오는 까닭일까. 태풍이 불어도 파도가 높아도 소안도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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