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길 ㅣ 진도군 관매도 마실길
아름다운 우리 길 ㅣ 진도군 관매도 마실길
  • 글 사진 진우석 출판팀장
  • 승인 2012.09.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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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국립공원에 숨겨진 꽃섬 돌섬 솔섬
매화길 돌담길 봉선화길 등 …관매팔경 보는 재미 쏠쏠

▲ 돌담이 아름다운 관호마을의 벽화. 주홍색 지붕과 바다가 어울려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긴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 진도. 사람들은 진도가 큰 섬인 줄은 알지만 무려 23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것은 잘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섬은 거느린 군은 전남 신안군으로 829개, 가장 많은 섬을 거느린 면은 진도군 조도면으로 154개다. 관매도는 진도군 조도면에 속하며 가장 아름다운 섬 중의 하나로 꼽힌다.

▲ 관매도해변 해식동굴. 관매팔경 1경 관매도해변은 넓은 백사장과 변산 채석강보다 화려한 해식절벽을 자랑한다.
▲ 관매팔경 5경 하늘다리에서 본 해안절벽. 바위에 원추리가 가득 피었다.


관매도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년이 안 된다. 2010년 산림청과 생명의 숲에서 주최한 ‘아름다운 전국 숲 대회’에서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됐고, 2011년에 ‘국립공원 1호 명품마을’ 지정에 이어 KBS <1박2일>에 방영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 관호마을의 돌담에서 만난 리어카에서 은은한 정감이 느껴진다.

조도대교 아래 지나 관매도로 들어가는 뱃길
관매도의 아름다움은 ‘관매팔경’으로 요약할 수 있다. 1경 관매도해변(해수욕장), 2경 방아섬(남근바위), 3경 돌묘와 꽁돌, 4경 할미중드랭이굴, 5경 하늘다리, 6경 서들바굴폭포, 7경 다리여, 8경 하늘담(벼락바위) 등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섬 주변을 한 바퀴 돌아야 관매팔경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관매도 곳곳에 사통팔달로 개설된 마실길(매화길, 해당화길, 봉선화길 등)을 통해 일부를 육로로도 둘러볼 수 있다.

▲ 바위에 새겨진 손바닥 모양이 선명한 관매팔경 3경 꽁돌.

관매도에 가려면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팽목항은 한반도 최남단인 해남 ‘땅끝마을’보다 자동차로 20~30분 더 걸릴 만큼 먼 항구다. 그곳에서 다시 뱃길로 24km, 1시간쯤 가야 관매도에 닿는다. 배를 타고 상조도와 하조도를 연결한 조도대교 아래를 지나면서 다도해 풍경을 감상하는 맛이 각별하다.

▲ 관매도해변의 울창한 솔숲. 2010년 산림청이 선정한 ‘올해 가장 아름다운 숲’이다.

관매도 부두에 도착하면 아름드리 곰솔(해송)들이 가득한 해수욕장이 먼저 반긴다. 수령 50~100년 된 곰솔들은 약 2km 관매도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소나무는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사림으로 조성됐다. 400여 년 전 나주 사람 함재춘이 관매도에 들어와 곰솔 한 그루를 심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2010년 산림청이 선정한 ‘올해 가장 아름다운 숲’이다.

▲ 해변은 떡처럼 단단한 ‘떡모래밭’이라 촉감 좋고 놀기에 적당하다. 뒤로 멀리 관호마을과 큰산이 보인다.

우선 해수욕장 해송 숲에 텐트를 쳐 베이스캠프를 마련한다. 관매도는 캠핑의 낭만을 즐기면서 여유롭게 관매팔경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게다가 캠핑장과 해수욕장 입장료가 없다. 해송 숲 아무 곳에나 텐트를 칠 수 있고 식수대, 화장실, 샤워실 등이 잘 갖춰져 그야말로 캠핑의 천국이다. 바다가 잘 보이는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에 텐트를 치니, 관매도가 모두 내 것이 된 듯 뿌듯하다.

관매팔경을 둘러보는 요령은 선착장을 중심으로 오른쪽 관호마을~꽁돌~하늘다리 코스, 선착장 왼쪽으로 관매도해변~독립문바위~방아섬 코스로 나누면 된다. 우선 하늘다리 코스를 밟기 위해 관호마을로 이동한다. 선착장에서 모퉁이를 돌자 주홍색 지붕들이 인상적인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관호마을은 아담한 포구를 앞에 끼고, 뒤로 수려한 암봉이 펼쳐진 평화로운 마을이다. 주민들이 포구 앞에서 자연산 톳을 말리고 있다. 톳은 일본으로 수출되는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이다.

▲ 관호마을의 유쾌한 벽화.

관호마을 수놓은 돌담길과 벽화

마을에서 꽁돌로 가는 길은 두 가지인데, 빠른 길로 가지 말고 관호마을 돌담길을 거쳐 가는 것이 좋다. ‘관호 돌담길’ 이정표를 따라 고래가 그려진 골목길로 들어서면 돌담길이 나온다. 크고 작고 모나고 둥글고 울퉁불퉁 제각각인 돌들이 모여 이루어진 돌담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감싸고 있는 집주인의 내력을 도란도란 들려주는 것 같다.

“지붕은 언제 바꾸셨어요.”
“면에서 전부 바꿔줬당께.”

▲ 섬과 섬 사이에 3m쯤 떨어진 곳에 놓인 하늘다리.

팽나무 그늘 아래서 바람 쐬는 할머니와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홍색 지붕의 비밀을 풀었다. 본래는 슬레이트 지붕이었는데, 작년 ‘국립공원 1호 명품마을’로 지정되면서 바꾸었다고 한다. 마을 우물에서 시원한 물을 들이켜고 길을 나서면 바다를 만나는 지점에서 거대한 돌담을 만난다. 이 돌담을 우실이라고 한다. 우실은 드센 바닷바람으로부터 농작물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세운 것으로 마을로 들어오는 재액과 역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우실 돌담을 나오면 파도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후려친다. 왼쪽으로 관매도 최고봉 돈대산(230.8)이 우뚝하고, 오른쪽 해변으로는 꽁돌이 구슬처럼 작게 보인다. 설렁설렁 해변길을 내려가면 꽁돌 앞이다. 가까이 다가서자 꽁돌은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거대하다. 지름이 4~5m쯤 되는데, 신기하게도 표면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다. 꽁돌 왼쪽 옆에는 무덤이라 전하는 자그마한 돌묘가 있다.

꽁돌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내려온다. 꽁돌은 하늘나라 옥황상제가 애지중지하던 보물이었다. 두 왕자가 꽁돌을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지상으로 떨어뜨리자 옥황상제는 하늘장사에게 명하여 꽁돌을 가져오게 하였다. 하늘장사가 왕돌끼미에 도착해 왼손으로 꽁돌을 받쳐들려고 하던 차에 주위에 울려퍼지는 거문고 소리에 매혹되어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옥황상제는 두 명의 사자를 시켜 하늘장사를 데려오게 하였으나 두 명의 사자마저 거문고 소리에 매혹되어 움직일 줄을 모르니 옥황상제가 진노하여 그들이 있던 자리에 돌무덤을 만들어 묻어 버렸다는 전설이 그것이다.

▲ 톳칼국수.

꽁돌에서 해변과 산길을 30분쯤 더 가면 관매팔경 중 5경 하늘다리에 만난다. 다리 난관 아래로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천길 벼랑이 펼쳐진다. 섬이 거친 파도에 갈라져 틈이 생긴 것이다. 바다에서 보면 두부 자르듯 쩍 갈라진 틈을 볼 수 있다. 절벽에는 노란 원추리가 가득하다. 하늘다리에서 다시 베이스캠프인 관매도해변으로 돌아오자 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하다. 그날 일몰은 수평선 근처에 짙은 구름이 껴 밋밋했는데, 해가 지고 나서 강렬한 노을이 해변을 붉게 물들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강렬한 노을에 한동안 넋을 잃었다.

▲ 관매팔경 2경인 방아섬(남근바위).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인들이 기도하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독립문바위 해식절벽과 남근바위 우뚝한 방아섬
다음날 둘러볼 곳은 방아섬 코스. 우선 해변 오른쪽 모래사장이 끝나는 지점에는 변산 채석강을 닮은 해식절벽이 형성돼 있다. 수만 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듯한 절벽 아래에는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에 깎이고 씻긴 해식동굴도 여러 구멍 뚫려있다. 여기서 해변을 따르면 독립문바위까지 갈 수 있지만, 파도가 드세기에 매우 위험하다.

▲ 해식절벽과 그 앞의 거친 파도가 일품인 독립문바위.

관매해변 뒤쪽 솔숲을 지나면 장산편마을 사거리. 여기서 방아섬으로 가는 길을 따른다. 호젓한 숲길을 15분쯤 따르면 독립문바위와 방아섬 갈림길. 우선 독립문바위를 먼저 들러보는 것이 순서다. 10분쯤 가면 작은 데크가 보이고 길이 끊긴다. 독립문바위는 데크에서 동쪽 벼랑으로 조금 내려서야 보인다. 흰 포말을 일으키는 거대가 파도가 독립문바위 일대를 때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20분쯤 숲길을 따르면 방아섬 앞이다. 방아섬은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으며, 정상에는 남자의 상징처럼 생긴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정성껏 기도하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해변 솔숲에 텐트를 치고 해먹에 누우니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 관매도 최고봉 돈대산 앞 초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 관매도해변에서 운 좋게 화려한 노을을 만났다. 한 가족이 노을 속에서 잠겼다.

방아섬에서 왔던 길을 되짚지 말고, 섬 북쪽 숲길을 따른다. 주민들이 다니던 오솔길은 서정적 정취가 넘친다. 15분쯤 가면 넓은 해변 앞에 자리한 집 한 채를 만난다. 여기서 뒤돌아본 방아섬의 모습이 근사하다. 해변길이 갑자기 사라진다. 길은 집 위쪽 고개로 이어진다. 전봇대를 따라 이어진 길을 슬그머니 고도를 올리면서 은근슬쩍 고갯마루를 넘는다. 고개를 내려오면 장산편마을 사거리다. 해변으로 돌아와 텐트를 철수하고 돌아갈 준비를 한다. 멀리 진도로 가는 배가 들어오고 있다. 

TIP 관매도 마실길 정보

마실길은 매화길, 돌담길, 봉선화길, 가락타는길, 파도소리길, 해당화길 등 섬 구석구석에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워낙 많아 어디가 어딘지 헷갈린다. 그래서 관매도 걷기는 관매팔경을 둘러보는 길에 집중한다. 관매팔경을 둘러보는 요령은 선착장을 중심으로 오른쪽 하늘다리 코스(관호마을~돌담길~꽁돌~하늘다리), 선착장 왼쪽 방아섬 코스(관매도해변~독립문바위~방아섬)로 나누면 된다. 각 코스를 둘러보고 베이스캠프인 관매도해변으로 돌아오는데 각 3시간쯤 잡으면 된다.

교통
관매도 가는 여객선은 진도 팽목항에서 운행한다. ㈜에이치엘해운(061-544-0833)의 한림페리3호와 서진도농협 조도지점(061-542-5383)의 조도고속훼리호가 일일 4회(09:50, 12:00, 15:00, 15:40) 출항하지만 계절과 요일에 따라 운항 편수가 달라진다. 소요시간은 50분(직통), 2시간(경유). 관매도 안에는 택시나 정기 노선버스는 없다. 슬슬 걷거나 자전거를 빌리면 된다.

숙식
관매도해변에 텐트를 치고 베이스캠프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캠핑 장비가 없으면 민박을 이용한다. 관매도해변의 솔밭식당(061-544-9807), 송백정(061-544-4433)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음식은 민박집이 식당을 겸하고, 톳칼국수와 갑오징어볶음 등이 별미다. 관매도 명품마을(061-544-0400, www.gwanmaedo.co.kr)에서는 관매사랑민박(펜션형)과 팽나무골민박(한옥 독채, 010-5155-2829) 같은 명품 숙소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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