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 ㅣ 푸른 물의 도시 미국 시애틀
Andrew’s Travel Note ㅣ 푸른 물의 도시 미국 시애틀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2.09.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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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에머럴드 시티

▲ 시애틀은 눈에 보이는 바다도 육지도 에머럴드 빛깔이라 ‘에머럴드 시티’라는 닉네임이 생겼다.

조그만 수상 비행기가 솜털처럼 가뿐하게 이륙하자마자 푸른 시애틀이 한눈에 들어왔다. 미 서부 북쪽의 워싱턴 주에 있는 시애틀은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도 유명하다. 문득 셀린 디온이 부른 ‘When I fail in love'가 귓전을 맴돌았다. “내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사랑은 영원할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나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예요….” 이 영화 한 편으로 시애틀은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낭만의 도시로 기억되었다. 두 주연 배우와 가수를 좋아해서 시애틀은 늘 가고 싶었던 도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애틀은 푸른 물에 둘러싸인 도시였다. 푸른 물줄기는 전설 속의 용처럼 태평양에서 나와 시애틀 육지로 상륙해 이리저리 누비는 형상이다. 항구와 다리를 넘고 요트 체류장과 마을, 교회를 지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넘어서 거대한 워싱턴 호수에 도달해서야 가쁜 숨을 멈췄다.

▲ 수상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애틀은 보석처럼 빛났다.
시애틀은 ‘에머럴드 시티’로 불리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바다도 육지도 에머럴드 빛깔이라 이런 닉네임이 생겨났으리라. 닉네임 그대로 보석처럼 빛났다. 세상의 모든 보석을 가져다 놓은 듯한 시애틀은 그야말로 ‘주얼리 시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파스텔 칼라로 치장한 깜찍한 수상 가옥에서 음악과 함께 하룻밤 머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또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명상에 잠겨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방인이 이런 매력적인 도시에서 잠들 수 있을 리 없다. 영화 제목처럼 말이다.

하늘을 날며 지상에 펼쳐진 물과 육지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지다 보니 이젠 그만 육지로 내려가고 싶어졌다. 보석같이 탐스런 매력의 물줄기가 굽이굽이 펼쳐진 아름다운 시애틀을 직접 걷고 싶다.

시애틀에는 유명인과 유명기업이 많다. IBM과 구글, 아마존 본사가 이곳에 있다. 항공기의 메카 보잉사도 있다. 또 세계 커피시장을 장악한 스타벅스는 시애틀에 첫 매장을 열었다. 본사도 이곳에 있다. 제2의 실리콘 벨리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IT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해 첨단기술로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영화배우 이소룡도 한눈에 항구가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다. 게다가 음악과 공예품 등 미국 예술의 중심 도시로 그 이름값을 한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동상에서 예술 도시를 지향하는 시애틀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우아한 도시에 살며 비즈니스와 예술뿐만 아니라 자연을 보호하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환경과 여유가 부럽기만 하다.

1971년 하워드 슐츠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이라는 꼬리 달린 인어를 지금의 초록색이 아닌 갈색 원형 로고 안에 집어넣고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이라는 첫 매장을 시애틀의 작은 어시장 앞에 오픈했다. 이것이 스타벅스의 탄생 일화다.

슐츠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다가 현지 사람들이 두 세 시간의 저녁식사가 끝나면 마지막에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일어나는 커피 문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는 미국에 돌아오자마자 용량이 큰 머그에 에스프레소 커피와 우유를 넣고, 거품을 얹은 뒤 그 위에 계피가루를 뿌려 달달한 미국식 에스프레소 커피를 개발한 것이다.

새벽일로 피곤한 어부들의 입맛을 슐츠가 개발한 에스프레소가 사로잡았다. 스타벅스 1호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애틀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숍이 되었다. 스타벅스는 이후 40년 만에 전 세계 1만7000여 개에 달하는 대형 커피숍 체인으로 성장했다.

▲ 시애틀에 문을 연 스타벅스 1호점은 커피 성지로 통한다.
▲ 시애틀에 잠든 영화배우 이소룡 묘지.

그러나 에스프레소 커피는 생두 안에 고형물질조차도 새까맣게 태워야 하는 강배전인 관계로 굳이 좋은 원두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스타벅스는 공정거래무역을 통한 원두수입이 미국 그린마운틴 커피나 캐나다 자비다 커피에 비해 품질이 낮아 안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맥도날드가 고급 원두커피에 대해 저가격 커피로 응수하자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꽤 많은 스타벅스 커피숍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점은 커피 성지가 되어 누구나 한번쯤 들르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물은 인간에게 없어선 안 되는 소중한 생명원이다. 하늘은 시애틀에게 물을 선물로 내려준 것이 틀림없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시애틀처럼 용의 물갈퀴가 여기저기 파놓은 것 같은 물줄기들이 흐르는 예쁜 도시는 찾기 힘들다.

스타벅스가 전 세계의 커피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물의 도시 시애틀이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푸른 하늘이나 푸른 물이나 모두 하나가 된 듯한 아름다운 시애틀은 이방인들에게 ‘잠 못 이루는 낮과 밤의 시애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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