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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의 전망 자랑하는 도심 속 무릉도원
서울 최고의 전망 자랑하는 도심 속 무릉도원
  • 글·김경선 기자ㅣ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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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서울성곽 ③ 인왕산

▲ 인왕산 정상 바위지대로 오르는 길에 뒤돌아본 풍경. 다부진 기차바위 너머로 북한산의 비봉능선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 인왕산의 산행 코스는 시민들을 위해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자하문~정상~옥인동 코스…약 3.5km 3시간 소요

인왕산은 서울에서 만나는 무릉도원이다. 도심에서 바라보면 작은 산에 불과하지만 막상 그 속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아기자기하지만 옹골찬 바위 능선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광은 인왕산이 서울 최고의 전망대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서울의 심장을 수호하는 산, 인왕산(仁王山, 338m)은 예로부터 북악산(342m)과 함께 서울을 지키는 진산으로 여겨졌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수도를 한양으로 정하고 북악산을 주산(主山), 남산을 안산(案山), 낙산을 좌청룡(左靑龍), 인왕산을 우백호(右白虎)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이 4개의 산줄기를 연결해 18.2km에 달하는 대규모 성곽을 축조했다.

인왕산은 조선의 정궐인 경복궁 서쪽에 자리해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작지만 단단한 암릉과 수려한 산세가 어우러진 인왕산은 산자락에서 나고 자란 겸재 정선이 일생동안 끊임없이 화폭에 담았을 정도다.
그리하여 겸재의 나이 75세에 그린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는 다부진 바위의 매력이 화폭 곳곳에 드러나 조선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힌다.

작지만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인왕산은 가깝고도 먼 산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서있지만 1968년 1·21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출입이 전면 금지됐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93년 개방된 이후 인왕산은 서울의 수호산으로 다시금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복원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깔끔한 성곽.

완만한 성벽 따르는 도심 속 산책로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앞. 빌딩 숲 사이에 우뚝 선 인왕산의 늠름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왔다. 종로구와 서대문구에 걸쳐 있는 인왕산은 서울 시민들의 훌륭한 쉼터가 되어주는 산이다. 인근 주민들에게는 편안한 산책 코스로, 시민들에게는 서울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인왕산은 평일·주말할 것 없이 늘 인파가 몰리는 산이기도 하다.

인왕산은 동서남북으로 산행코스가 나있지만 서울성곽을 따르는 자하문(창의문)~정상~사직동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성곽 복원공사로 정상~사직동 구간의 출입이 일부 금지되면서 자하문~정상~옥인동 코스만 이용할 수 있다.

▲ 정상으로 오르는 길,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와 중구 일대가 시원하게 조망됐다.

3번 출구 앞 버스 정류장에서 자하문으로 향하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사직동과 효자동을 차례로 지났다.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동네들이다. 오래된 이발소도 보이고, 수십 년은 됐음직한 허름한 구멍가게도 눈에 띄었다. 복잡하고 세련된 광화문 일대와 등을 마주하고 있지만 인왕산 밑자락 동네들은 여전히 80년대 정취가 가득했다.

버스가 청운동으로 들어서자 주택들이 빼곡하다. 이곳에 살기 위해서는 마을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겠지만, 골목길의 정겨움과 인간미가 느껴지는 멋스러운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하문 고개에 버스가 정차하자 등산복을 차려입은 무리들이 우르르 내렸다. 자하문 고개를 기점으로 인왕산과 북악산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왕산 등산로 표지판을 따라 잠시 계단을 오르면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다. ‘시인의 언덕’은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인왕산~북악산 능선을 걸으며 대표작인 ‘서시’와 ‘별 헤는 밤’ 등을 구상했다고 하여 그의 시심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언덕이다.

언덕 정상에 서자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새겨진 시비 너머로 서울시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특히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에 안락하게 자리한 부암동 일대가 선명하다. 부암동은 안견의 ‘몽유도원도’의 탄생 무대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1418~1453)은 복사꽃이 만발하는 무계동(현재 부암동 329-4번지 일대)에 ‘무계정사’라는 별장을 지었다. 이 별장에서 꿈을 꾼 안평대군은 꿈속에서 복사꽃 핀 무릉도원을 보고 당대 최고의 화원이었던 안견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는데, 이 그림이 바로 걸작 ‘몽유도원도’인 것이다.

▲ 가파른 성곽길을 따르다 보면 사방으로 서울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무계정사는 세조가 왕으로 등극한 이후 불타 없어지고 현재는 안평대군이 ‘武溪洞(무계동)’이라고 글을 새긴 바위와 한옥 한 채가 들어서 있는데, 몇 년째 사람이 살지 않아 방치돼 있는 상태라고 한다. 문화재로 지정만 하고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는 당국의 무관심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야트막한 언덕을 내려오자 인왕산길 도로가 산길을 가로막았다. 도로를 건너 왼쪽으로 5분 정도 길을 따르니 오른쪽에 인왕산 등산로 입구다. ‘말벌 주의’ 등산로 입구에 경고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날짜를 보니 바로 어제 설치된 경고판이다. 예상치도 못한 말벌의 등장에 당황한 취재진을 보고 길 건너편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수방사 경비병이 주의를 당부했다.

“성곽길 주변에 말벌이 자주 나타나고 있어요. 되도록 길을 벗어나지 마세요.”

등산로는 초입부터 제법 가파른 성곽길이다. 성곽 옆으로 난 계단길을 따라 고도를 계속 높여갈수록 서울의 풍광이 더욱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웃한 북악산과 그 너머 북한산의 장쾌한 산줄기까지 한 눈에 조망돼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인왕산은 작지만 알차다. 기차바위·선바위·부처바위·치마바위·범바위…. 아담하지만 옹골찬 바위들이 산행 내내 눈을 즐겁게 만든다. 가장 먼저 만나는 기차바위 역시 이마를 훤히 드러낸 채 거대한 암릉을 자랑하고 있었다. 인왕산 주능선에서 북쪽으로 뻗어나간 이 지릉은 기차바위를 지나 홍지문터널까지 이어져 부암동과 홍은동 주민들의 훌륭한 산책로가 되어준다.

▲ 널찍한 정상 한복판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삿갓바위 위에서 정상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등산객들.

널찍한 정상, 막힘없는 조망 일품
능선 갈림길에 도착하니 오른쪽으로는 기차바위가, 정면으로는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였다. 정상 방면으로 직진하자 잠시 내리막길을 지나 정상 바위지대로 접어들었다. 다부진 인왕산 정상 바위지대는 다소 험했지만 난간과 계단이 조성돼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철계단을 오르자 어느새 정상이다. 정상에 올라서니 동쪽 면의 우람한 바위가 눈에 띄었다. 거대하고 매끈한 것이 꼭 치마 모양 같다고 하여 치마바위라 불리는 곳이다.

널찍한 정상에는 등산객들이 북적거렸다. 서울의 전경을 여유롭게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너른 바위에 자리를 펴고 앉자 그제야 주변 풍광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북악산이 감싼 청와대와 경복궁을 비롯해 광화문 일대의 빽빽한 빌딩숲이 도심 속 장쾌한 풍광을 만들어냈다. 시선을 더 멀리 하니 문수봉~비봉~족두리봉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비봉능선이 하늘과 맞닿을 듯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고, 그 품에 평창동과 구기동이 다소곳이 자리를 틀고 앉아있었다. 남쪽으로는 빼곡한 빌딩 숲 한 가운데 남산이 봉긋이 솟아있고, 그 너머로는 넘실대는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아! 서울이 이토록 아름다웠구나….’

▲ 북한산이 감싼 구기동과 평창동.

정상에서 남쪽 능선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그렇게 정상을 내려선 지 10여 분, 안내판이 길을 가로막았다. 성곽 복원 공사 때문에 범바위~사직공원 구간이 통제된 것이다. 인왕산 주능선이 급격하게 휘어지는 범바위 지대까지 새하얀 성곽이 새롭게 축조됐지만 아직 산책로가 정비되지 않아 올해까지는 통제중이라고 했다. 하는 수없이 성곽을 벗어나 산길을 따랐다. 잠시 뒤 산길은 인왕천 약수터를 지나더니 곧 인왕산로를 만나 속세로 이어졌다.

도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인왕산으로 향하는 발길은 늘 쉽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몰랐던 것은 아닐까. 옥인동으로 들어선 취재진은 무릉도원을 벗어나 다시금 속세로 돌아가기 위해 마을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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