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가 만난다 ㅣ 프리러닝&파쿠르연맹
박기자가 만난다 ㅣ 프리러닝&파쿠르연맹
  • 글 박소라 기자|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2.09.1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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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놀이가 아니라 심신수련 중이라고요”
프랑스 군사훈련에서 탄생…빠르고 자유로운 움직임 추구

▲ 제각기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한국프리러닝&파쿠르연맹 회원들.

거침없이 내딛는 빠른 발놀림. 맨몸으로 외벽을 기어오르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나드는 고공점프. 영화 <13구역>에서 담대하고 화려한 동작들을 선보인 배우 데이비드 벨의 액션은 파쿠르(Parkour)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파쿠르의 또 다른 이름은 프리러닝(Freerunning)이다. 파쿠르? 프리러닝?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에게 ‘야마카시’라고 말하면 그제야 “아하!”라는 반응이 돌아올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야마카시로 잘못 알려진 파쿠르와 프리러닝은 뿌리는 같지만 서로 다른 줄기를 갖고 있다. 전국 각지의 팀과 단체가 모여 결성한 한국프리러닝&파쿠르연맹(대표 김지호·이하 KFPF)을 만나 그 차이와 각각의 매력을 들어보았다.

▲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오른 회원들. 좀 더 자유롭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추구하는 프리러닝은 창의적인 기술을 중시한다.

사상 차이로 서로 다른 의미 지녀
KFPF 김지호 대표(25)는 컴퓨터 중독에 빠져있던 고등학생 시절 영화를 통해 처음 파쿠르를 만났다. 순간 ‘필’이라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처럼 연맹회원 대부분이 10대에 TV나 영화를 통해 파쿠르를 접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위험한 익스트림 스포츠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파쿠르는 하나의 훈련이자 무술로,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라 할 수 없다”며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닌 적으로부터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이동기술”이라고 설명했다.

▲ 건물 외벽을 짚고 월 스핀 기술을 선보이는 유현근 코치.
▲ 네발걷기 훈련 중인 회원들. 안전한 기술 구사를 위해선 체력단련과 함께 단계적인 훈련을 거쳐야 한다.

파쿠르의 역사는 18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장교였던 조지 에베르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민첩한 몸놀림과 타고난 신체능력을 관찰해 군사훈련프로그램(Parcours du combattant)을 개발하게 되는데, 여기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것이 바로 파쿠르다. 창시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벨은 영화 <13구역> <바빌론 A.D.>를 비롯해 CF 등에서 다양한 액션을 선보이며 전 세계에 파쿠르를 알렸다.

▲ 파쿠르의 기술은 크게 장애물을 뛰어넘는 볼트와 클라이밍, 점핑, 착지로 나뉜다.

그와 함께 파쿠르를 즐겼던 친구들이 모여 만든 팀이 ‘야마카시(Yamakasi)’다. 그들이 출연한 영화 <야마카시>는 국내에 소개되며 파쿠르의 잘못된 명칭으로 굳어진 계기가 됐다. 야마카시는 언뜻 일본어와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아프리카 링갈라어로 강한 육체나 영혼, 인간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 파쿠르와 프리러닝 기술을 동시에 선보이는 회원들. 파쿠르는 빠르고 효율적인 이동기술을, 프리러닝은 보다 자유로운 기술을 추구한다.

데이비드 벨은 “파쿠르는 시작지점을 A, 목표지점을 B라 했을 때 A에서 B까지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가는 이동기술”이라고 정의했다. 반면 그와 함께 야마카시 팀원으로 활동했던 세바스찬 푸칸은 영국 다큐멘터리 <점프 런던> 제작에 참여하며 프리러닝이라는 신조어를 쓰기 시작했다. 좀 더 자유롭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추구하는 프리러닝은 창의적인 기술을 중시하는 차이가 있다.

▲ 분수대를 배경으로 물구나무선 회원들. 물구나무 서기는 기초 훈련에 속한다.

“파쿠르 통해 살아있음을 느껴요”
외국과 달리 국내는 아직 파쿠르와 프리러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김지호 대표는 “일반인들에게 퍼포먼스만 보여주다 보니 훈련 내용이 공개된 적이 없어 위험하다는 인식이 큰 것 같다”며 “훈련이 부족한 기술은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에 엄청난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프 볼트 기술로 난간을 뛰어넘는 김지호 대표.
▲ 가로등을 이용해 플래그 기술을 동시에 보여준 유현근 코치(왼쪽)와 김지호 대표.

한편으론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부산의 한 동호회에 가입해 기술을 연마한 뒤 빈집털이에 나선 10대 청소년들이 검거된 적이 있다. KFPF는 이 같은 인식에 맞서 파쿠르와 프리러닝의 올바른 인식 제고와 보급 등에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오히려 현재 활동하는 회원들을 보면 다른 10대들에 비해 더 밝고 명랑하며 의욕도 많고 개성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고 했다.

▲ 프리러닝 기술의 하나로 몸을 깃발처럼 표현하는 플래그 기술을 연습 중인 이련구군.

▲ 숭실대학교에 모인 프리러닝&파쿠르연맹 회원들. 현재 카페 회원 수는 1만8000여명에 이른다.

▲ 다이빙 콩 기술로 나무 테이블을 뛰어넘는 유현근 코치.

이제 4년차에 접어들었다는 이련구(18)군은 “처음에는 화려한 액션에 반해 시작하게 됐지만 1년쯤 배우고 보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닌 신체나 정신을 단련하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예전에는 게임 중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운동을 좋아하게 되면서 반대하시던 부모님의 시선도 많이 바뀌셨다”고 말했다. 현재 이군은 “먼저 우리나라부터, 나아가 전 세계에 파쿠르를 알리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는 중이다.

▲ 잔디밭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회원들. 빠르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추구하는 파쿠르와 프리러닝은 편한 옷과 신발만 착용하면 된다.

그와 비슷한 10대를 보내고 성인이 된 회원들은 보다 구체적이다. 김지호 대표의 경우 파쿠르를 통해 일찌감치 목표를 세웠다. 숭실대학교 학생이자 고용노동부 창조캠퍼스에서 활동하는 그는 그동안 파쿠르 아카데미 사업을 구상해왔고, 8월 26일 첫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오는 9월 25일 전 세계에 동시 론칭하는 미국 파쿠르 전문신발 브랜드 <올로(OLLO>의 한국 총판 책임자로도 나선다. 더 나아가 한국 파쿠르의 선구자가 되는 것이 꿈이자 목표다. 유현근 코치(21)는 프리러닝 프로듀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신이 촬영 편집한 동영상을 통해 파쿠르를 널리 알리고 싶은 이유에서다. 현재 KFPF 카페 회원 수는 1만8000여명. 그들의 귀추가 자못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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