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길 ㅣ 대청호 둘레길
아름다운 우리 길 ㅣ 대청호 둘레길
  • 글 사진 진우석 기자
  • 승인 2012.08.24 09: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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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정취 가득한 ‘내륙의 한려해상국립공원’
120km 12개 구간…조망 뛰어난 둔주봉·구룡산 코스

▲ 둔주봉 전망대에서 본 금강과 한반도 지형. 한반도는 좌우가 바뀐 모습이다.

대청호 둘레길은 청정 지역인 대청호 주변의 산과 들녘,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충북 청원·보은·옥천 3개 군을 아우르며 거리는 약 120km에 12개 구간으로 나뉜다. 대청댐 북쪽 청원군 문의면 현암사 입구에서 출발해 산과 들, 마을을 이으며 대청호를 한 바퀴 돈 다음 대전광역시와 경계인 보은군 회남면 남대문리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둘레길 중에서 조망 좋고 풍광 빼어난 6구간과 1구간을 소개한다.

▲ 둔주봉 정상에서는 마치 동강처럼 구절양장 흘러가는 금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금강이 빚은 한반도 지형, 6구간 둔주봉
한반도 지형이 펼쳐지는 둔주봉과 금강걷기는 1구간과 더불어 대청호 둘레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힌다. 6구간 출발점은 안내면 인공습지공원이지만, 교통이 편리한 안남면을 들머리로 하는 것이 좋다. 코스는 안남면 연주리 안남초등학교를 들머리로 전망대와 정상을 거친 후에 피실로 내려와 금강을 따라 독락정에서 마무리된다. 본래 둔주봉이 알려진 것은 사진동호인이 올린 한반도 지형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이에 발맞춰 안남면사무소에서도 등산로를 내고 정자를 세웠다. 둔주봉이 대청호 둘레길에 들어가면서 더욱 많은 걷기꾼이 찾고 있다.

▲ 6구간 걷기가 마무리 되는 독락정.

남면 버스 종점에 내리면 안남초등학교 앞이다. 그곳 둔주봉 등산안내판 앞에서 걷기가 시작된다. 학교에서 “까르르”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학교 건물 뒤로 둔주봉이 봉긋 솟았다. 학교 담벼락에 걸린 ‘안남면 둔주봉 등산을 환영합니다-안남면사무소 직원 일동’ 플래카드를 바라보며 길을 나서면, 옥수수·고추 등이 자라는 편안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 둔주봉은 나비들의 천국이다. 희롱하며 하늘을 나는 여러 종류의 나비를 볼 수 있다.

안남교회를 지나면 갈림길. 이정표를 따라 왼쪽 길로 접어드니 날개에 점이 박힌 부전나비가 길 안내를 한다. 다가서면 포르릉 날아가고,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면 팔랑팔랑 도망간다. 그렇게 15분쯤 숨바꼭질하며 기분 좋게 점촌고개에 닿는다.

▲ 은은한 녹음을 담고 흐르는 금강길. 피실과 금정골 일대는 금강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구간이다.

점촌고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다. 여기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시멘트 도로는 둔주봉을 들르지 않고 곧장 피실로 이어지는 길이다. 나무계단을 오르면 울창한 리기다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길이 순하고 황토가 깔린 부분이 많아 맨발로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다. 은은한 솔향기를 맡으며 20분쯤 가면 시야가 넓게 열리면서 전망대가 나타난다. 정자에 오르니 사진에서 보았던 한반도 지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비단결처럼 고운 금강은 S자를 그리면서 한반도 지형인 갈마골을 부드럽게 품고 있다. 갈마골에는 두 가구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맞으며 조망을 즐기니 신선이 부럽지 않다.

▲ 한반도 전망이 펼쳐지는 둔주봉 정자.

다시 길을 나서면 소나무가 참나무로 바뀌면서 둔주봉의 깊은 품으로 들어간다. 갈림길이 나오는 안부에서 가파른 비탈을 100m쯤 오르면 둔주봉 정상. 산호랑나비 한 쌍이 화려한 구애 비행을 펼치고 있다. 가끔 산제비나비도 등장해 허공을 한 바퀴 돌고 간다. 둔주봉을 걷는 내내 다양한 나비들을 만났다. 그만큼 둔주봉 일대가 청정한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상 조망은 서쪽으로 열리는데, 구절양장 흘러가는 금강 줄기가 마치 동강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 둔주봉 정상에서 바라본 피실 마을이 고향처럼 정겹다.

▲ 대청호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구룡산 정상.

금강 따라 이어진 호젓한 숲길
정상에서 피실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면 급경사가 펼쳐진다. 로프가 없기에 천천히 주의해서 내려가야 한다. 20분쯤 내려서면 길이 순해지고 10분쯤 더 가면 금강을 만난다. 급경사를 내려서면서 ‘강 따라 쉬운 길이 펼쳐지겠지?’하는 추측은 보기 좋게 틀렸다. 길은 강변에 바투 붙은 산비탈로 이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강물을 보면서 걷는 맛이 기막히다. 강으로 내려가고 싶지만, 나무들이 가리고 길이 험해 쉽지 않다. 조금 가면 아름드리 아그배나무들이 펼쳐진 그윽한 숲을 만난다. 이런 강변을 걸어본 적이 있었던가.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 현암사 위쪽 탑에서 탑돌이 하는 신자들.

▲ 구룡산에서 바라본 문의면 방향.

피실은 강 건너편의 옛 마을이다. 배가 없어 건너갈 방법이 없고 겨울철에 강물이 꽁꽁 얼었을 때는 건널 갈 수 있다. 피실마을에는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이 없고 토박이 한 명이 찾아와 농사를 짓고 있다. 이곳에 해방 다음 해인 병술년에 큰 홍수가 났다고 한다. 마을 대부분이 홍수에 휩쓸려갔다고 전한다. 토박이 한 명이 고향을 지키며 농사짓는 모습이 애잔하다.

강변길은 금정골 입구에서 절정을 이룬다. 계곡과 강물이 만나는 지점에 수초가 가득해 강물이 연한 초록빛이다. 인적을 느꼈는지 숨어 있던 오리 가족이 놀라 날아간다. 철새들도 이 부근에 제일 많다. 강변 숲길은 금정골을 지나면 비포장도로로 바뀐다. 호젓한 숲길은 여기까지다. 40분쯤 더 강변을 따르면 독락정에 닿으면서 걷기는 끝이 난다.

강물을 바라보는 언덕에 자리한 독락정은 조선 선조 40년(1607) 절충 장군 중추부사의 벼슬을 지낸 주몽득이 세운 정자다. 주변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많은 선비들이 모여 지내던 정자의 구실을 하다가 후대에 와서는 유생들의 학문 연구 장소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건물 규모는 앞면 2칸·옆면 2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이다. 독락정 마당에서 바라보는 금강 줄기가 제법 그럴듯하다. 독락정을 나와 15분쯤 더 가면 안남초등학교 앞이다.

▲ 1구간 출발점 앞의 전망대에서 본 대청댐.

대청호 특급 전망대, 1구간 구룡산
대개 장거리 둘레길의 1구간은 책으로 치면 서문 격이다. 둘레길 전체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대표 코스가 많다. 대청호 둘레길 역시 마찬가지로 1구간은 대청호 조망이 뛰어나 전체 구간을 가늠할 수 있다. 1구간의 하이라이트는 대청호 특급 전망대인 구룡산이다. 출발점은 현암사 입구 주차장. 출발하기 전에 길 건너편 전망대를 구경하자. 대청댐 수문과 고요한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 밑에서 본 한반도 모양의 섬. 휘둘아 나가는 금강이 부드럽다.

절 입구에서 급경사 철계단을 지나 현암사까지 숨이 깔딱거리는 비알길이다. 등에 송송 땀이 맺힐 무렵이면 현암사 경내로 들어선다. 바위 끝에 까치집처럼 매달려 있는 현암사(懸岩寺)는 태생적으로 조망이 좋을 수밖에 없는 자리인데, 특히 대웅전 앞에서 본 대청호 풍광은 넓고 깊다. 시원한 약수를 들이켜고 길을 재촉하면 오층석탑 앞이다. 최근에 지은 탑이지만, 탑신에 새겨놓은 부처와 팔부신중의 조각이 제법 정교하다. 탑을 지나면 가파른 소나무 숲길. 몸통이 구불구불한 전형적인 조선솔의 풍치가 제법 운치 있다.

▲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안남초등학교에서 올려다본 둔주봉.

솔숲을 지나 돌탑지대를 통과하면 호젓한 숲길 능선이 시작된다. 휘파람을 불며 느긋하게 걷노라면 갑자기 하늘이 열리면서 구룡산 삿갓봉 정상에 올라붙는다. 정상에는 여의주를 문 황룡 한 마리와 장승 3기가 반긴다. 장승 뒤로 보이는 대청호 조망은 그야말로 감동적이다. 산과 물이 한바탕 어우러져 만들어낸 절경은 ‘내륙의 한려해상국립공원’이란 극찬이 아깝지 않다. 하산은 천정골 이정표를 따르면 장승공원, 능선을 계속 따르면 문의대교로 내려오게 된다. 차를 현암사 주차장에 세웠으면 되돌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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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때기 2012-11-12 16:34:48
안녕하세요 기사 잘봤습니다
헌데 기사 내용중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 댓글 남기고 갑니다
대청호 둘레길은 12구간이 아니라 16구간이고요
초창기 160km 로 설정했다가 2011년 겨울에 대청호둘레길 책이 나오면서 192.9km로 늘어났습니다

대청호 둘레길 총 16구간 192.9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