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놓쳐도 괜찮아”
도비도·왜목마을 관광
도비도·왜목마을 관광
▲ 도비도 앞바다. 한가득 채운 통을 함께 들고 걸어 나오는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
꽉막힌 서해안고속도로를 탈출하자마자 속력껏 달렸건만 대난지도로 가는 배를 놓치고야 말았다. 겨우 1분 차이로. 눈앞에서 멀어져 가는 배를 그저 배웅하고 나니 다음 배는 네 시간 뒤. 하지만 배를 놓쳤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선착장이 위치한 도비도 일대는 농어촌휴양지로 체험할 곳도, 구경할 곳도 넘쳐나기 때문.
▲ 썰물 때면 도비도 앞바다에는 저 멀리 보이는 섬까지 길이라도 낸 듯 ‘모세의 기적’이 펼쳐진다. |
우선 선착장 바로 앞에 각종 숙박시설과 함께 수산물직판장, 음식점 등이 늘어섰다. 대호암반해수탕도 있고, 언덕 위에는 카페전망대가 우뚝 섰다.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서해의 다도해’라 불리는 난지도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바다 속 밭에는 수확의 기쁨만 있어
전망대 앞에 서니 깜짝 놀랄만한 풍경이 펼쳐졌다. 썰물 때면 드넓은 갯벌을 자랑하는 서해바다의 모습이야 새로울 것도 없지만 도비도 앞바다는 사뭇 달랐던 것. 일단 바다가 양옆으로 길게 갈라져 저 멀리 보이는 섬까지 길이라도 낸 듯 ‘모세의 기적’이 펼쳐졌고, 갯벌도 입자가 검고 고운 진흙이 아니라 모래가 섞인 자갈밭이었기 때문. 그곳에는 개미처럼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갯일을 하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갯벌로 내려서니 이곳은 일대 주민들이 모두 나와 작업하는 거대한 밭이었다. 바다 속에 자리한. 다들 플라스틱 통이나 그물망을 하나씩 끼고서 모래밭에 쪼그리고 앉아 호미질에 열중이었다. 바다 속 밭은 앉은 자리마다 수확물이 달랐다. 어떤 아저씨는 바지락, 어떤 아주머니는 굴, 또 다른 이는 소라. 호미질을 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노동의 고됨보다 수확의 기쁨이 어려 있었다.
▲ 왜목마을에서는 칠월칠석이면 견우직녀 축제를 연다. |
▲ 왜목마을 앞바다 해변 데크. |
바다의 밭에서는 육지처럼 씨앗을 심고, 잡초를 뽑고, 퇴비를 주는 등의 노동이 필요치 않으니. 한가득 채운 통을 함께 들고 걸어 나오는 부부의 모습도, 빨래터 풍경처럼 일렬로 앉아 바닷물로 개흙을 씻어내는 아주머니들의 모습도 정겹다.
해돋이 해넘이 달맞이 한 곳에서 본다
▲ 난지도해수욕장 전경. 사진 당진시청 |
▲ 대난지도 선착장. 바닥에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
지명의 의미도 바다로 왜가리 목처럼 가늘고 길게 뻗어나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삽교호방조제가 이어지면서 간척지가 드넓게 생겨나 그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해돋이와 해넘이, 달맞이를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기도 하지만 왜목마을 앞바다에는 견우직녀가 만나는 사랑의 오작교가 놓여있다. 이곳에서 칠월칠석날 축제를 연다. 연인이라면 오작교에서 견우직녀의 만남을 연출해보는 것도 재밌다. 국화도가 수놓은 바다를 바라보며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수변데크를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다.
▲ 펜션처럼 아기자기한 삼봉초등학교 난지도 분교. |
▲ 갯벌에서 발견한 소라게와 굴. |
잠 못 드는 대난지도의 푸른 밤
▲ 바다와 솔숲과 풀밭과 하늘까지 온통 푸른 밤이다. |
소나무 숲까지 고운 모래밭이라 장비를 나르는 수고가 필요하다. 땅거미가 내려앉기 전 돔형 텐트 한 동 설치해놓고, 그 앞에 화로대와 테이블을 늘어놓았다. 사이트 주위에는 솔가지가 지천이었다.
화로에 놓고 불을 피우니 은은한 솔 향이 퍼졌다. 한 입 베어 물면 오드득 소리와 함께 입안에 고소한 육즙이 퍼지는 수제 소시지와 시원한 맥주, 그리고 짙푸른 밤바다. 대난지도의 밤이 깊어가도 쉬이 잠자리에 들 수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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