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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비빔밥과 진달래 샐러드
진달래 비빔밥과 진달래 샐러드
  • 글 사진 한형석 기자
  • 승인 2012.05.18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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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프러포즈를 거절했던 긴 생머리 후배

▲ 철쭉이 만개한 캠핑장. 진달래와 닮은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운좋게도 제대하자마자 긴 생머리 후배를 여자 친구로 맞이한 떠꺼머리 복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1학년 때부터 산과 들을 다니며 캠핑을 즐긴 터라 남들 다 하는 데이트 코스 대신 후배를 꼬드겨 캠핑을 가곤 했다. 이마에 부는 바람이 더 이상 차갑지 않고 시원하다는 기분이 들면 흐르는 물소리가 왜 그렇게 크게 들리는지 마냥 좋기만 했다. 신나는 놀이공원이나 북적대는 야구장, 좀 사치스런 드라이브 보다 남들은 지고 다니지 않는 큰 배낭을 메고 예쁜 후배 손을 잡고 기차를 기다리는 기분은 아마도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으리라.

돈이 없어 지금처럼 맛있는 스테이크와 와인을 테이블에 세팅해 놓고 음악과 함께 만찬을 곁들일 수는 없었지만,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선배가 밥 하는 모습을 쳐다보는 그 얼굴을 잊을 수 없다. 변변치 못한 밥상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지천에 널려 있는 진달래꽃을 따와 비빔밥과 샐러드를 만들어 우리만의 멋진 만찬을 만들었다. 해지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모닥불 옆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 후배는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곤 했다.

우리는 경치 좋은 곳에서 캠핑하며 연애를 했다. 그리고 난 프러포즈를 했다. 미래를 약속 하자고. 그러나 그녀는 처음 보는 이상한 눈빛으로 거절하며 그럴 수 없다 말했다. 그리고 떠나갔다. 주말에 야구장도 가고, 튤립 축제도 가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먹으며 영화도 보고 싶은데, 매번 밖으로만 나다니기 힘들었다고 했다. 가슴이 아팠지만 후배를 보내줬다.

15년 후 그 선배는 캠핑전문가가 되어 가정을 꾸렸다. 어엿한 회사원이 되어 퇴근할 때 맛있는 것을 사 와서 오순도순 아내와 즐기고 있다. 물론 주말엔 캠핑을 간다. 아내와 갈 때도 있고 혼자 갈 때도 있다. 하지만 부족하다. 가슴이 설레지 않는다. 지금은 멋진 차와 번쩍이는 장비, 일등급 한우스테이크와 비싼 와인을 곁들일 수 있지만 그때 그 기분이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얼까. 가슴이 설레지 않는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물론 아이가 있으니까, 캠핑이 유행이니까 주말에 캠핑을 즐기리라. 그러면서 내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내가 버너에 불붙이는 법, 랜턴 심지 갈아 끼우는 것을 으스대며 알려 줬는데 그것을 기억해 헤매지 않고 잘 하는지 궁금하다. 그녀도 지금 캠핑장 주변에 핀 진달래를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꽃잎 몇 장 따서 아이들과 남편의 밥에 올려줄지 모르겠다.

이번 주말에는 캠핑장에 가서 한껏 분위기를 잡을 생각이다. 흙냄새, 온화한 봄바람 냄새가 코끝을 간질일 것이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던 그 향기도 날지 모르겠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봄의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진달래를 이용해 꽃전을 만들어 먹거나 진달래술(두견주)을 담그기도 했다.

지금도 한방에서는 말린 진달래꽃을 영산홍(迎山紅)이라는 약재로 쓰는데, 해수·기관지염·감기로 인한 두통과 이뇨 작용에 효과가 있다. 따라서 입맛이 없고 식욕을 잃기 쉬운 봄에 적합하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과 몸에 이로운 약의 기능을 모두 하기 때문이다. 진달래는 영양도 좋고 옛 추억도 생각나게 하는 꽃이다. 여러모로 쓸모 있는 꽃이다.

진달래 비빔밥(1인분 기준)
진달래 한 두 줌, 밥 1공기, 계란 프라이 1개, 나물이나 오징어채 무침, 다진 김치 등 남은 반찬 약간, 고추장 1작은 술, 참기름 약간, 형광봉투 1장.

1. 밥과 반찬 등은 따로따로 가져간다.
2. 진달래꽃은 수술을 떼어낸 후 물에 씻어 준비한다.
3. 계란 프라이는 간을 좀 세게 해서 별도로 준비한다.
4. 고추장은 수저와 함께 포장한다. 참기름은 필름통 등 작은 용기에 먹을 만큼 담아 간다.
5. 준비된 모든 재료를 형광봉투에 담아 비빈다. 봉투째 먹으면 설거지가 필요 없다.


진달래 샐러드(3인분 기준)

어느 계절이든 1박 이상 캠핑을 하다보면 진이 빠지고 지치기 마련이지만 봄에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특히 더 하다. 따라서 점심에 샐러드를 곁들이면 기분도 좋아지고, 열량도 많이 보충되어 원기회복에 좋다. 특히 분홍빛이 아름다운 진달래 샐러드라면 그 기분을 배가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과일이나 채소에 진달래를 곁들여 봄 캠핑의 마지막을 장식해 보자.

진달래 한 두 줌, 사과 1개, 껍질을 깐 땅콩 한 줌, 삶은 계란 2개, 각종 채소류 약간, 마요네즈 약간.

1. 사과, 삶은 계란, 각종 채소들은 같은 크기로 썰어 형광봉투에 담는다.
2. 진달래와 땅콩을 넣고 마요네즈로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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