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에 넣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
▲ 은빛 호수와 검푸른 숲에 둘러싸인 리즈 성의 아름다움은 세계에서 손꼽힌다. |
영국에서는 고속도로를 모터웨이(motorway) 라고 부른다. 런던 시내에서 모토웨이로 두 시간 정도 남동쪽으로 향하면 중소도시 메이드스톤(Maidstone)이 나오고, 거기서 다시 10분 정도 달리면 광활한 숲과 녹색의 목초지로 둘러싸인 켄트지방의 리즈 성에 도착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The Lovliest Castle in the World).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콘웨이 경이 했던 말을 재확인하듯 디스커버리 잡지도 리즈 성을 ‘세계에서 아름다운 성 베스트 10’에 뽑았다. 왜 리즈 성이라고 명명했을까? 성 안의 호수는 작은 하천이 되어 가까운 동쪽의 마을 리즈(Leeds)로 흐른다.
그래서 그 옛날부터 리즈 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신라시대였던 1300년 전, 이곳 켄트지방의 시골 영주가 나무로 지었던 것이 리즈 성의 시작이다. 400년 후 노르만족의 일부인 ‘부서진 심장(Creve Coeur)’족의 공격을 막기 위해 돌로 성을 증축하여 요새화하기 시작했다. 200년 후 영국의 에드워드 1세 통치시절, 리즈 성의 영주는 왕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이 성을 자진해서 왕실에 기증한다. 그때부터 영국의 왕들과 왕비들은 개축과 증축을 계속해 오늘날의 리즈 성을 만들었다.
▲ 첫 발견 당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흑조. 리즈 성을 지키는 기사마냥 정원을 배회한다. |
어느 시절에는 프랑스의 흉악한 죄인들을 압송해 감방으로도 사용하였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병원으로 사용됐고 몽고메리가 전략회의를 이곳에서 열면서 한때 리즈 성 안은 전운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그러다 1978년에는 중동평화를 위해 처음으로 이집트와 이스라엘 외무상이 회의를 했으며 2004년에는 토니 블레어 수상이 북아일랜드 평화선언을 하던 곳이라 정치적 장소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런 무거운 정치적 분위기를 반전이라도 하듯 유명가수 엘튼 존은 1999년에 이곳에서 멋진 신곡을 선보이는 라이브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에서 제일 사랑스런 성’이라는 명성을 세계에 다시 한 번 알려준다.
리즈 성의 한 많은 역사를 장식한 헨리 8세 여인들의 비극적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섬뜩하다 <천일의 앤>이라는 영화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 앤 블린(Anne Boleyn)은 바로 이 성안에서 시녀로 일했었기 때문이다.
▲ 영국 중세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었던 리즈 성. |
당시 영국은 로마 교황청의 관할이었는데 이혼을 법으로 금지하자 국교를 가톨릭에서 영국성공회로 바꾸고 이혼을 감행한 뒤 앤과 비밀결혼을 한다. 그러다 앤이 공주를 낳자 실망한 나머지 간통죄로 누명 씌워 런던탑에 수감시키고 끝내 참수형에 처한다. 앤이 헨리 8세와 비밀결혼 후 천일을 채 못 채우고 이승을 떠난 것이다.
첫 부인 캐서린의 거처가 그대로 남아있고 그 옆에서 시녀로 일했을 앤의 모습이 스쳐간다. 이들의 한 많은 영혼들이 지금도 삐거덕 거리는 목조바닥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을 맞이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리즈 성의 창밖으로는 광활한 목초지와 은빛 영롱한 호수, 그 뒤로 우거진 숲 속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한 무리 비둘기들이 평화스럽게 활공을 즐긴다. 호숫가 백조들은 깃털을 마음껏 올린 채 기지개 켜며 무료함을 달랜다. 그 많던 왕도, 왕비도, 시녀도, 기사들도 모두 사라진 이곳 리즈성에는 오직 역사의 초침만이 어제도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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