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OUTDOOR 홍대앞①
STREET OUTDOOR 홍대앞①
  • 글 이재위 기자|사진 김해진·이재위 기자
  • 승인 2012.04.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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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튀는 패션으로 나만의 개성 연출”

어떤 사람들은 히말라야급 고산장비를 가지고 2000m도 채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산을 오르는 게 사치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기능성만 놓고 아웃도어 상품이 너무 비싸다는 야유도 보냈다. 브랜드 가치나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웃도어는 야외 활동 중에만 입는다는 사고방식이 여기에 일조를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홍대·동대문·명동·강남 등지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스페이스>는 물론이고 <코오롱스포츠>와 <네파> 같은 브랜드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는 아웃도어가 효용성을 넘어서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픽스드 기어 바이크(이하 픽시)를 타는 라이더가 메신저백을 유행시키고 서퍼·스케이트보더가 보드룩을 만들어낸 조류를 파악해 보면 ‘스트리트 아웃도어’라는 신조어가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바이크나 서핑 등이 모두 넓은 의미에서 아웃도어 범주 안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웃도어 의류 제품은 깔끔한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으로 일상생활에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왔다. 최근에는 스트리트 패션 주류인 20~30대 연령층 사이에서 이 같은 스타일이 유행이다. 이제 업계는 기능성보다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전문 산악인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던 고기능성 재킷과 배낭이 패션 중심가를 활보하고 있다.

▲ 이태원은 힙합. 홍대는 인디. 남대문은 군복을 팔던 시절이 있었다. 이태원 다코너의 김권영 대표는 대기업의 등장과 함께 획일화 되어가는 길거리 패션을 걱정했다.
우리나라 스트리트 패션의 성지로 불리며 20년 간 한 자리를 지켜온 이태원 다코너의 김권영 대표는 “퀵실버나 빌라봉이 서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브랜드지만 꼭 바닷가에서만 입지는 않는다”며 “몸은 도시에 있지만 마음은 자연을 향한 라이프스타일을 겉으로 드러내려는 욕구가 스트리트 패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수심 100m 아래서도 탄탄한 무브먼트를 자랑하는 태그호이어 시계가 물 밖으로 나와 증권가 사람들의 셔츠 속에 숨어 있는 상황과 같은 이치다.

이어서 김 대표는 오래된 브랜드를 존중하고 몇 십 년 된 아웃도어 제품을 입는 일본 사람들처럼 우리나라도 흘러가는 트렌드가 아니라 나름대로의 고집을 가지고 문화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브랜드가 어떻게 생성됐는지에 대한 히스토리에 대해 젊은이들은 열광해요. 그건 돈 주고 살 수 없는 거잖아요. 힙합패션의 한 갈래로 유행했던 보드룩은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보드를 타던 친구들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입던 옷이에요. 티셔츠에 새겨진 그래픽은 일종의 상징이었어요. 지금은 획일화된 느낌이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옷차림만 보면 무얼 하는지 또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됐죠.”

취재팀이 산에서 내려와 홍대 길거리를 찾게 된 이유도, 등산 장비점이 아니라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을 수소문하게 된 사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른바 ‘아웃도어룩’이라는 새로운 패션 코드가 어떤 방식으로 거리에 녹아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또한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픽시 등을 토대로 서브컬쳐를 이끌어 가는 편집숍과 트렌드를 정리해 길거리 아웃도어 문화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약 20년 간 한 자리를 지킨 이태원 다코너는 영화와 음악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다. www. dakorn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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