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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스틱하고 바꾼 싱싱하고 달달한 봄맛
등산 스틱하고 바꾼 싱싱하고 달달한 봄맛
  • 글 사진 한형석 기자
  • 승인 2012.03.28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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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 된장국

3월은 봄의 시작이다. 그렇다고 서둘러 봄 채비를 하고 캠핑에 나서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나 다름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근무하는 후배의 말을 빌면 3월의 자연은 ‘봄옷을 입은 겨울’이란다.

▲ 입 안 가득 달달한 ‘봄맛’이 퍼지는 봄동 된장국.
근무를 하면서 옷과 장비가 부실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신의 옷이라도 벗어주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라니, 사람들이 얼마나 3월의 자연을 무시하는지 알 것 같다.

이맘때면 뉴스에서 봄맞이 산행이나 캠핑을 떠났다가 조난당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도 이러한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싶다. 대부분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섰다가 예상치 못한 기후를 만나 낭패를 본 사례다.

봄을 먼저 느껴보고 싶다면 야영장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있는 봄철 요리를 해먹어보자. 입 안 가득 봄맛이 퍼질 것이다.

어느 봄날의 따뜻했던 추억
5~6년 전 어느 봄날, 전라북도 완주와 진안에 걸쳐 있는 운장산을 찾은 적이 있다. 봄 내음을 만끽하고 싶어 산 남쪽인 진안군 정천면에 자리를 잡았다. 운장산 입구에 있는 그림같이 멋진 곳이었다.

날씨는 아직 서늘했지만 군데군데 푸른빛이 돋아나고, 밥 먹고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있으면 졸음이 실실 오는 따듯하고 아늑한 자리였다. 우리는 잠자리를 마련해놓고 오랜만에 산행이나 해볼 요량으로 운장산을 향했다.

그러다가 산 아랫마을을 지나는 길에 발길이 멈췄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봄동이 어느 집 텃밭에 자라고 있었다. 마침 밭주인 같아 보이는 할머니가 툇마루에 앉아 볕을 쪼이고 계시기에 좀 살 수 없겠냐고 물었더니 “그딴 것을 어떻게 파느냐”며 “먹을 만큼만 뽑아 가라”고 하셨다. 오히려 서울로 공부하러 올라간 손자를 닮았다며 연신 흐뭇한 표정이셨다.

정말 먹을 만큼 배추를 뽑아 담고 떠나려는데 할머니가 등산용 스틱을 가리키며 “얼마 정도면 살 수 있는 것이냐”고 물어왔다. 한참 생각한 끝에 내 보물단지였던 스틱을 드리고 돌아섰다.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생각나서였다. 허구한 날 산만 다니면서 자기 장비 챙길 줄만 알았지, 살아생전 할머니께 지팡이 하나 챙겨드리지 못한 이 불효 손자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우리 일행은 그 싱싱하고 달큰한 봄동으로 이틀 내내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비록 하산길에 스틱이 하나뿐이라 진흙길에 미끄러져 다리를 다쳤지만 할머니께 드린 스틱이 아깝지 않았다. 그저 불효에 대한 벌이라 생각했다.

길가에 눈이 슬슬 녹으면서 뉴스에서는 벌써 봄소식을 전하느라 난리다. 점심시간에 따뜻한 볕을 쪼이니 그날 느꼈던 할머니의 흐뭇한 미소와 구수한 봄동 된장국이 생각났다. 다음 주에는 모처럼 시외버스터미널로 달려가 운장산에나 다녀와야겠다.

일자로 곧은 스틱보다 기역자로 굽은 것을 사서 그 할머니를 한 번 더 찾아뵐 생각이다. 그리고 할머니의 미소와 먹음직스런 봄동을 한아름 안고 올 것이다.

봄동은 3월 이른 봄이 제철

▲ 3. 봄동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 넣는다. 뚜껑을 덮은 채 5분 정도 약한 불에서 끓인 후 배추가 익으면 간을 하고 불을 끈다. 먹기 직전에는 다시마를 건져낸다.

봄동은 이른 봄에 밭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배추다. 냉이나 달래와 함께 봄이 오는 신호를 가져다주는 재료 중 하나로, 3월에는 어느 장터나 슈퍼마켓에 가도 저렴한 값으로 판매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

봄동을 조리할 때에는 코펠에 쌀뜨물을 반쯤 붓고 국물용 멸치와 건새우, 그리고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해 넣어야 한다. 15분 정도 있으면 구수한 향을 풍기는 국물이 우러날 것이다. 이때 불을 줄이고 된장을 풀어 끓이다가 봄동을 먹기 좋은 크기로 떼어 넣는다.

좀 많다 싶을 정도로 넣어도 국이 끓으면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문제없다. 배추가 숨이 죽고 푸른 색깔이 없어지면 바로 먹어도 되지만, 시간이 있다면 가능한 푹 끓여 먹는 게 더 맛이 좋다.

국을 끓이고 남은 봄동은 뚝뚝 떼어내어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거나 쌈으로 먹는다. 이 시기에 먹는 봄동은 다른 계절보다 단맛이 나고 고소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국이나 무침, 쌈 등 어떤 요리를 해도 맛나다. 부디 이 맛에 푹 빠져 산행 도중 남의 밭에 피어오른 봄동에 손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바지락 솥밥과 봄동 된장국으로 부족하다면 이면수를 구어 곁들어 먹어보라. 이면수 역시 3월이 제철로 밥반찬에 그만이다. 시중에서는 밀폐포장된 것을 팔기 때문에 구하기도 쉽고, 별다른 준비 없이 약간의 식용유나 버터, 그리고 소금만 있으면 맛있는 생선구이를 즐길 수 있다. 뜨끈하고 향긋한 밥 한 술에 이면수를 올려 먹고, 달디 단 봄동 된장국으로 마무리하는 식단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Tip
봄동 된장국(3인분 기준)
봄동 배추 1포기, 된장 1큰술,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국물용 멸치 5마리, 중간크기 건새우 10마리, 담뱃갑 크기의 다시마 1장, 소금 약간, 쌀뜨물.

▲  5~6인용 코펠에 1/3 정도 쌀뜨물을 붓고 다시마, 멸치, 새우를 넣고 끓인다.
▲ 10분 정도 끓여 국물이 우러나면 된장을 푼다.

▲ 봄동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 넣는다. 뚜껑을 덮은 채 5분 정도 약한 불에서 끓인 후 배추가 익으면 간을 하고 불을 끈다. 먹기 직전에는 다시마를 건져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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