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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마지기에 찾아온 ‘봄의 여인’
육백마지기에 찾아온 ‘봄의 여인’
  • 글 사진·권혜경 기자
  • 승인 2011.05.11 16: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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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백마지기 초입에 차를 세워두고 청옥산 정상을 향하는 일행들. 청옥산은 ‘청옥’이라는 나물이 많이 자생해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따뜻한 남쪽 지방엔 벚꽃놀이가 한창이라지만, 이 산골에는 4월 하순인 지금도 봄은 감감무소식입니다. 그렇지만 발아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온갖 소박한 꽃들이 저 좀 보아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 ‘바람난 봄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얼레지꽃과 눈을 맞추는 수필가 이은희.
해마다 이맘때면 할 일은 천지인데, 저 역시 보드레한 봄바람에 취해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그럴 때면 카메라를 메고 차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육백마지기’로 향합니다. ‘육백마지기’는 정선과 평창군 미탄면에 걸쳐 있는 청옥산 정상 부근에 펼쳐진 너른 고랭지 채소밭입니다. 이곳은 ‘볍씨 600말을 뿌릴 만큼 너른 땅’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랍니다. 처음에는 화전민을 위한 정착 사업의 일환으로 30만평을 일구었는데, 지금은 12만평에 이르는 너른 밭이 형성돼 있습니다. 주로 배추농사를 짓기 때문에 한창일 때 가면 푸른 배추밭이 장관을 이룹니다.

4월 말 찾은 ‘육백마지기’는 여전히 싸늘한 겨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지만, 우리를 처음 맞이한 것은 ‘바람난 봄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얼레지꽃이었습니다. 얼핏 들으면 서양식 이름 같지만, 잎사귀가 얼룩덜룩 씻지 않은 아이 얼굴 같아서 ‘얼레리 꼴레리’ 놀리던 말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합니다. 얼레지는 꽃부터 잎사귀까지 나물로 먹습니다. 그러나 저는 봄이면 만나는 예쁜 꽃으로만 알고 있기로 결심한 지 오래입니다. 씨가 발아되고 5년이 돼야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하니, 차마 나물로 먹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청옥산(1255.7m)은 봄부터 가을까지 고산 야생화가 수두룩하게 피어나 계절마다 꽃구경을 다녀오는 산입니다. 밭을 등지고 산길로 접어들어 10여분 올라가면 산 정상입니다. 해발 1200m 고지에 위치한 ‘육백마지기’는 청옥산 정상과 500여m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힘들이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 꽃부터 잎사귀까지 나물로 먹는 얼레지꽃. 씨앗이 발아되면 5년이 돼야 꽃을 피우는 귀한 꽃이다

다시 산길을 내려서니 눈앞에 겹겹이 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발밑에는 얼레지·복수초·꿩의 바람꽃·중의무릇·노랑제비꽃 등 온갖 야생화가 피어 있습니다. 꽃들과 일일이 이름을 불러 주며 눈인사를 나눠 봅니다. “발밑에 꽃 있어! 조심해!” 함께 동행한 지인들도 서로에게 주의를 주며 꽃놀이에 빠집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온다더니, 이 산골에도 어느새 봄이 당도했습니다. 농사는 짓지 않지만, 지금은 한창 바쁠 때입니다. 이런저런 먹거리를 채취해 삶아서 말리거나 얼려 보관하고, 간장에 절여서 장아찌를 담그기도 합니다. 이렇게 바삐 움직여야 올 한 해도 건강한 먹을거리로 날 수 있습니다. 몸은 바쁘지만 땅이 주는 선물들을 눈으로, 입으로, 코끝으로 느끼며 손으로 만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풍요로운 계절 같습니다. 도심에 계신 독자 여러분도 땅이 주는 풍요를 느끼러 잠시 산으로 들로 나들이 한번 다녀오시기를 권해 봅니다.

권혜경. 정선 가리왕산 기슭으로 들어가 자리 잡은 서울내기 여인. 그곳서 만난 총각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산골 이야기가 홈페이지 수정헌(www.sujunghun.com)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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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 2021-06-19 15:58:04
육백마지기'는 육백(금성)을 맞이하는(바라보는) 장소란 뜻으로 "육백마지기"에서 "마지기"는 경작지의 단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기 좋은곳"의 "맞이하기"가 구개음화 현상으로 "마지기"로 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