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를 던지면 부자가 되어 돌아오리”
“반지를 던지면 부자가 되어 돌아오리”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2.02.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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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13개국 2000km를 흐르는 다뉴브강

사랑과 행복을 가득 실은 하얀 유람선들은 다뉴브강의 경쾌한 왈츠 선율에 맞춰 푸른 강물 유려하게 흐른다. 하얀 첨탑이 돋보이는 고풍스런 의사당은 하얀 뭉게구름을 머리에 얹은 듯 빛나고, 겔레르트 언덕 위에 앉은 매서운 전설의 독수리 툴루는 다뉴브강에 무슨 일이 있으면 순식간에 기선 제압이라도 할 듯 한시도 다뉴브강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세체니 다리 위 혀 없는 네 마리 사자들은 다뉴브강의 매혹적 자태를 애써 외면하며 언덕 위의 독수리 툴루만 올려다본다.

▲ 아름다운 도시 부다페스트를 관통하는 다뉴브강.

다뉴브강은 독일 남부에서 시작해 오스트리아·체코·슬로베니아·헝가리 등 동유럽 13개국을 돌고 돌아 마지막 우크라이나를 거쳐 흑해로 빠져 나가는 장장 2000km의 긴 강이다. 어쩌면 구석기 시대를 거쳐 신성로마제국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역사와 예술, 문화의 숨결이 고스란히 젖어 흐르는 동유럽 역사의 산증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다뉴브(Danebu)는 영어 이름이다. 독일어로는 도나우(Donau), 헝가리어로는 두나(Duna), 루마니어로는 두너레아(Dunarea)라고 불린다. 이렇게 나라마다 발음이 다 틀리 듯 다뉴브강은 역사와 애환도 각기 다르다. 1800년 전에는 성을 중심으로 한 부다 지역만 수도였지만 140년 전부터 국회의사당과 상업 지역, 주택 지역이었던 페스트 지역이 합병돼 오늘날의 수도 부다페스트가 됐다.

다채로운 역사만큼이나 다뉴브강에는 많은 전설들이 흘러 내려간다. 부다 왕국의 거대한 철제 정문 위에는 새까만 까마귀가 커다란 반지를 입에 물고 마치 반지의 제왕처럼 오고 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 헝가리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새 툴루.
우리가 불길하다고 생각하는 까마귀가 헝가리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국조다. 이 뒤에는 숨겨진 전설이 있다. 먼 옛날 이곳에 있던 조그만 왕국은 많은 적들의 침공으로 재정이 바닥나 존폐 위기에 몰렸다. 왕도 중병에 걸려 공주를 이웃나라의 왕자에게 시집보내기로 하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반지를 딸에게 물려주며 “앞으로 살면서 제일 어려울 때 이 반지를 소원과 함께 하늘에 던지라”고 유언했다.

아버지를 여의고 달랑 반지 하나만 가지고 이웃나라로 떠나던 공주는 마지막으로 푸른 다뉴브강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언젠가 꼭 부자 되어 다뉴브강으로 돌아오게 해달라” 는 소원과 함께 반지를 하늘에 미련 없이 던진 것이다.
 
그 순간 까마귀가 반지를 물고 날아가 버렸고 공주는 그 까마귀를 쫓기 시작한다. 한참을 따라가니 까마귀가 반지를 떨어뜨린 곳에 거대한 소금광산이 있었다. 결국 공주는 왕자를 만나 결혼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자왕국을 만들었다. 이 전설의 배경이 부다왕국이다.

이 외에도 태초에 헝가리 하늘에 있던 거대한 독수리 툴루 이야기도 있다. 먼 옛날 툴루는 세상을 지배했고 미래에 땅을 지배하는 자가 진정한 영웅이 될 것이라 믿었다. 땅을 지배할 인간을 낳기 위해 천일 동안 육식을 금하고 하늘로 올라간 툴루는 인간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헝가리를 건국한 아르바트였다.

도시의 중후함을 대변하는 체르니 다리에 서서 전설과 역사가 뒤섞인 다뉴브강을 내려다보니 요한 스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 왈츠’가 경쾌한 선율이 되어 강바람을 타고 입맞춤하며 달아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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