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인보] 데몬스트레이터 윤이나
[청춘만인보] 데몬스트레이터 윤이나
  • 글 이재위 기자|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2.02.17 17: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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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지도자의 꽃 ‘데몬’을 아시나요?”

▲ 윤이나씨는 11살에 스키에 입문에 현재 데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윤이나씨를 만나기 위해 하이원 리조트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주말 나들이 행렬로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고속도로를 벗어나서도 강원도 정선의 해발 500여 미터 고개를 몇 개나 넘어가야 했다. 거듭거듭 이어진 능선을 보자 “여기서 뭘 하고 지내나”하는 푸념이 밀려왔다

. 미처 눈이 녹지 않은 설산은 이방인에게나 아름다운 풍경이고 첩첩산중에 파묻혀 꼬박 한 계절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겹겹이 둘러싼 산줄기를 보며 서러움을 달랠지도 모른다.

스키 기술과 문화 알리는 전도사

▲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는 비인기종목이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진력하는 청춘들이 있어 미래는 밝다. 사진 / 젬스포.
하이원 데몬 클리닉의 유리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윤이나씨는 첫인상부터 발랄한 20대 청춘이었다. 눈사람 같이 두툼한 스키복에 털모자를 쓰고 슬로프를 질주할 그를 떠올리니 처음엔 상상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국내 몇 안 되는 여성 데몬스트레이터라는 자부심과 스키인으로서 깊은 고민이 묻어났다.

데몬스트레이터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지만 동계스포츠 강국인 캐나다에서는 최정상급 스키어이자 스키 지도자로서 존경받고 있다. 선발 과정이 매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스키를 가르치는 지도자를 넘어서 다른 지도자의 모범이 되고 스키 기술과 문화를 알리는 역할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이나씨는 “데몬은 스키 지도자의 꽃이자 국가를 대표해 스키문화를 보급하는 전도사”라고 설명했다.

현재 젬스포에서 장비를 후원 받고 하이원 데몬 클리닉 소속으로 활동하는 윤이나씨는 11살 때 스키에 입문했다. 스키 리조트에서 장비 대여점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방학이면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했단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도 대회에 출전한 것이 계기가 되어 용평 레이싱 팀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스키 지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전국 대회에 나섰던 첫해엔 꼴찌를 면치 못했지만 두 번째 해에 1위를 기록하고 그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될 정도로 유망주였다. 체육학을 전공하면서 지도자의 매력을 알게 됐고 지금은 중앙대 체육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평소에는 학업에 열중하고 겨울 시즌만 되면 스키장에서 지내다 보니 흔한 연애조차 제대로 해 본 적 없다고 한다. 윤이나씨는 “입대하는 군인처럼 리조트에 들어와 3개월도 넘게 타지 생활을 한다”며 “스키어로서 생활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창 유혹이 많을 시기에도 불구하고 스키에 대한 열정은 그의 젊음이 빛나는 또 다른 이유다.

우리만의 축제되지 않아야 해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사회적 시선을 견디며 그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기술적으로 즐기는 건 아니잖아요.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도 싫증나게 마련인데 어떻게 하면 질리지 않고 더 타고 싶게 할지 늘 고민해요. 이제 쉬라고 권해도 계속 타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국내 스키인이 자신의 분야에서 진력하고 있더라도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 점점 얇아지는 선수층을 바라보면 윤이나씨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특히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선수들은 지금의 열악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고 한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우리나라 동계스포츠 발전의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서 윤이나씨는 “그들만의 축제가 돼선 안된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스키를 알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세미나를 열고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며 “그러한 과정을 되돌아보면 가슴이 뭉클하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적인 뒷받침과 기업의 후원이 이루어진다면 선수들이 실력을 쌓는데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원 데몬 클리닉에서 제2의 스키인생을 살고 있다는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올해는 앞으로 열릴 시합에서도 스스로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제 인생의 스케줄은 항상 스키를 중심으로 돌아갔어요. 본인에게 의지만 있다면 30대에도 충분히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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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E 2012-06-08 00:06:48
스키 위에서 행복한 삶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