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치가 타도 왼손으로 구워도 맛은 ‘킹왕짱’
꼬치가 타도 왼손으로 구워도 맛은 ‘킹왕짱’
  • 글·사진 이재건 기자
  • 승인 2012.02.0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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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쿠네 꼬치

▲ 다양한 재료를 입맛에 맞게 넣을 수 있고, 소스를 발라 구워도 되고, 그냥 구워도 되는, 캠핑장에서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는 요리 츠쿠네.
처음으로 야외 그릴을 이용한 캠핑 요리를 하게 되었다. 그간 많은 요리를 해왔지만 실내에서 조리를 하던 터라 숯을 이용한 그릴 요리는 나에게 생소한 분야였다. 물론 여행을 가거나 하면 삼겹살이나 쇠고기, 소시지, 감자 등을 구워 먹긴 했었다.

“간단하면서도 손쉬운 캠핑요리 레시피를 알려주세요”란 요청이 들어오면 “숯에 불을 피우고 있는 재료 그대로 적당히 구워 드세요”란 한 줄짜리 성의 없는 레시피를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서두에 나오는 요리 레시피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어떤 요리가 간단하면서도 심미적으로 그리고 미각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수많은 책자와 인터넷 레시피를 보며 ‘어떻게 만들까’하는 고민의 밤이 여러 날 지났다. 처음으로 하는 캠핑요리니 거창하거나 조금이라도 귀찮은 공정이 있는 건 제외했다. 정말 말 그대로 캠핑요리를 아니, 요리 자체를 처음 해보는 사람도 큰 무리 없이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찾고 싶었다.

고민을 하던 중 점심으로 만두를 먹게 됐는데, 한 입 베어 문 만두 속을 보고 얼마 전 이자카야에서 먹었던 요리가 뇌리를 스쳤다. 바로 츠쿠네!

츠쿠네(つくね)는 다진 어육이나 닭고기 등을 적당한 크기로 손으로 빚어서 구운 음식으로 완자(일명 동그랑땡)와 비슷하고 햄버그스테이크와도 유사한 일본 요리다. 먹고 싶은 재료를 반죽한 후 모양을 잡아 빚으면 되는 간단한 요리였다.

간단하면서 맛도 있고 그리고 모양도 예쁜 츠쿠네. 꼬치에 꿰어 구워 먹는 어묵처럼 만들면 먹기도 편하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생각이 들자마자 레시피를 짜고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일본 츠쿠네 장인의 마음으로 쇠고기와 채소를 다져 잘 섞어 예쁘게 모양을 빚어 꼬치에 꿰었다. 그리고 숯에 불을 피우고 불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앞뒤로 겉을 익힌 후 혹시 속이 익지 않았을까봐 뚜껑을 덮고 잠시 기다렸다.

뚜껑을 열어 보니 아뿔싸! 꼬치 중앙이 타서 숯이 되어 버린 것이다. 조심스레 들어 올리니 타버린 꼬치가 톡! 하고 중간에서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나무 꼬치가 얇았는지 화력이 셌는지 원래 그렇게 구우면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츠쿠네 꼬치구이는 짧은 꼬치 츠쿠네가 되었다.

물론 꼬치가 타서 부러지긴 했지만 맛은 감탄할 정도로 좋았다. 다양한 재료를 입맛에 맞게 넣을 수 있고, 소스를 발라 구워도 되고, 그냥 구워도 되는, 자유로우면서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게 만들어지는 요리다.

츠쿠네 꼬치구이는 전날 재료를 간단히 반죽을 해두었다 캠핑을 가서 굽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요리로 매번 캠핑마다 삼겹살이나 소시지만 구워 먹었던 초보 캠퍼에게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캠핑 요리로 추천하는 바이다. 단, 나무꼬치가 탈 수 있으니 츠쿠네를 구운 뒤에 나무꼬치를 꽂는 걸 추천한다.
 
츠쿠네 꼬치
재료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 츠쿠네로 만들고 싶은 육고기 한줌, 대파 1/3뿌리, 마늘 3쪽, 생강 손톱만한 것 1쪽, 간장 2큰술, 청주 1큰술, 미림 1큰술(없으면 청주로 대체), 소금, 후추 약간, 참기름 1큰술.

①먹고 싶은 고기는 잘 갈아 액체류를 먼저 넣고 고기에 흡수 될 수 있도록 잘 섞어준다. 고기에 지방이 많이 없다면 올리브유나 육수(혹은 물)를 적절히 넣어 고기가 흡수 하게끔 섞어줘도 된다. 섞는 방법은 주걱으로 한 방향으로 계속 돌려주면 되는데 나중에 베어 물었을 때 육즙처럼 느껴진다.

②나머지 재료도 다져서 넣고 찰기가 생기도록 잘 치댄다. 다진 양파, 다진 버섯, 계란 노른자, 전분, 빵가루 등을 넣어도 좋다. 뭘 넣든 적당히 찰지게만 반죽하면 된다. 비지나 해산물을 다져 넣어도 좋다.

③동그랗게 혹은 길쭉하게 빚는다.
④기름 살짝 바른 그릴 위에서 잘 구운 후 꼬치에 꿴다. 앞 뒤 각각 3분 정도씩, 뚜껑 덮고 3분 정도 익힌다. 만약 그릴이 없다면 앞뒤 노릇하게 팬에서 구운 후 180도 오븐에 10분가량 속까지 익혀준다.

오븐도 없다면 겉만 익힌 후 약불에서 속까지 잘 구워주면 된다. 다 만든 츠쿠네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간장, 계란 노른자, 미림 약간, 설탕 약간 섞어 만든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다.

Tip.
캠핑장에서 만들 때는 캠핑 전날 재료를 모두 섞어 뭉쳐 두거나 한번 구울 양으로 빚어 놓는다. 캠핑 가서 불을 피우고 준비해 둔 츠쿠네를 구워 꼬치에 꿴 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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