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ing Cooking 새해 첫 캠핑과 김치 떡만둣국
▲ 캠핑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첫 음식으로 손색이 없는 김치떡만둣국. |
“…….”
사실 겨울 캠핑은 정말 해보지 않고는 그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봄부터 가을까지 북적이던 캠핑장도 한겨울 추위가 몰아닥치면 그야말로 내 집처럼 조용하고 사람 구경을 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해진다. 캠핑의 목적이 조용하게 사색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겨울캠핑을 해봐야 한다.
그 옛날 육남매 칠남매와 함께 한방에서 자도 아이가 잘도 생기는 것처럼 영하 일이십도를 넘나드는 추위 속에서도 아늑하고 포근한 캠핑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겐 보기만 해도 푸근해 보이는 우모 침낭과 뜨끈뜨끈한 화덕이 있지 않은가. 저 멀리 자리 잡은 이웃 캠퍼에게 찾아가 말도 걸어 보고, 간만에 가족의 체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게 겨울 캠핑이 아닌가 한다.
특히 1월에는 새 기분 새 마음으로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그만일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1월 1일 해맞이도 하고 연말에 술과 모임으로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늦잠을 자도 좋은 게 1월 캠핑이다.
그러면 캠핑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첫 음식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떡국은 예로부터 설날에 먹는 절식(節食)의 하나다. 설날은 천지만물이 새로 시작되는 날로,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원시종교 사상에서 깨끗한 흰떡으로 끓인 떡국을 먹게 되었다고 본다.
▲ 겨울 캠핑은 해보지 않고는 그 매력을 느낄 수 없다. |
산에서 해먹는 떡만둣국은 집에서 먹는 그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 이 요리는 밥과 국을 같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고, 특별한 반찬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코펠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 물과 시간과 연료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다.
간편성으로는 라면을 생각할 수 있으나 떡만둣국은 쌀과 고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므로 영양 면에서 라면과는 비교가 되지 않으며 든든한 포만감은 밥에 뒤지지 않는다. 걸쭉한 국물 덕에 식욕이 돋아 이른 아침에 먹어도 부담이 없다.
▲ 떡만둣국은 코펠 하나로 요리할 수 있어 물과 시간, 연료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다. |
지리산에 갈 때마다 구례구역 앞에서 이 요리를 해먹곤 했다. 밤새 달려온 야간열차에 시달려 역에 내리면 심한 피로에 등반 욕구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간편하고 맛난 이 요리는 한풀 꺾인 기분을 돋우는데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야영한 다음날 아침에도 이 요리는 위력을 발휘한다. 먼저 잠에서 깬 선배들의 아침식사 독촉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밤새 술에 전 위장을 달랠 수 있어 이 요리는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곤 한다.
10여 년 전인가, 당시 나는 겨울이면 빙벽등반에 미쳐 전국의 빙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겨울 얼어붙은 폭포 아래서 캠핑하는 맛은 아마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달빛에 비친 하얀 빙폭을 바라보면 매서운 겨울 추위도 낭만이 된다.
저녁을 먹고 나와 새로 산 랜턴을 켜고 내일 아침에 오를 코스를 보고, 선배들과 모닥불 아래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콧물을 훔쳐가며 먹던 음식도 추억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빙폭 아래서 캠핑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져서 가슴만 아플 뿐이다.
어느 겨울, 구곡폭포 아래서 야영할 때의 일이다. 전날 지나친 과음으로 시달리다가 이른 아침에 술이 덜 깨 부스스한 모습으로 텐트에서 기어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떡만둣국을 정성스럽게 끓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힐끗 보더니 그것이 수제비인 줄 알고 “나는 얼큰한 것이 먹고 싶다”며 중얼거렸다.
잠시 후 선배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 자기 배낭을 주섬주섬 뒤져 김치통을 가지고 왔다. 거의 다 된 떡만둣국에 김치를 통째로 집어넣으려는 선배에게 이것은 김치수제비가 아니라며 밀치다가 다 된 요리를 그만 코펠 통째로 몽땅 엎어버렸다.
선배는 다시 뭐라고 중얼대더니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요즘도 그 사건(?)을 생각하면 엎질러진 뜨끈한 국물이 아쉬워 입맛이 다져진다.
Tip 김치 떡만둣국 만들기 재료(3인분 기준) 만두소(돼지고기 안심 간 것 150g), 두부 1모, 숙주 200g, 배추김치 200g, 소금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조금, 즉석 사골국물 600cc, 만두피, 떡국용 떡 500g, 쇠고기 나박 썬 것 100g, 다진 파 1큰술, 김가루(선택) 전날 준비해 놓기 당일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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