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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건 김치수제비가 아니거든요”
“형, 이건 김치수제비가 아니거든요”
  • 글·사진 한형석 기자
  • 승인 2012.01.3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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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 Cooking 새해 첫 캠핑과 김치 떡만둣국

▲ 캠핑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첫 음식으로 손색이 없는 김치떡만둣국.
“아니, 이 추운 엄동설한에도 캠핑 가나요?”

“…….”
사실 겨울 캠핑은 정말 해보지 않고는 그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봄부터 가을까지 북적이던 캠핑장도 한겨울 추위가 몰아닥치면 그야말로 내 집처럼 조용하고 사람 구경을 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해진다. 캠핑의 목적이 조용하게 사색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겨울캠핑을 해봐야 한다.

그 옛날 육남매 칠남매와 함께 한방에서 자도 아이가 잘도 생기는 것처럼 영하 일이십도를 넘나드는 추위 속에서도 아늑하고 포근한 캠핑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겐 보기만 해도 푸근해 보이는 우모 침낭과 뜨끈뜨끈한 화덕이 있지 않은가. 저 멀리 자리 잡은 이웃 캠퍼에게 찾아가 말도 걸어 보고, 간만에 가족의 체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게 겨울 캠핑이 아닌가 한다.

특히 1월에는 새 기분 새 마음으로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그만일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1월 1일 해맞이도 하고 연말에 술과 모임으로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늦잠을 자도 좋은 게 1월 캠핑이다.

그러면 캠핑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첫 음식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떡국은 예로부터 설날에 먹는 절식(節食)의 하나다. 설날은 천지만물이 새로 시작되는 날로,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원시종교 사상에서 깨끗한 흰떡으로 끓인 떡국을 먹게 되었다고 본다.

▲ 겨울 캠핑은 해보지 않고는 그 매력을 느낄 수 없다.
거기다 제대로 맛이 든 김장김치를 넣어 빚은 김치만두를 함께 끓여 먹는다면 새해를 맞이하는 첫 음식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산에서 해먹는 떡만둣국은 집에서 먹는 그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 이 요리는 밥과 국을 같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고, 특별한 반찬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코펠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 물과 시간과 연료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다.

간편성으로는 라면을 생각할 수 있으나 떡만둣국은 쌀과 고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므로 영양 면에서 라면과는 비교가 되지 않으며 든든한 포만감은 밥에 뒤지지 않는다. 걸쭉한 국물 덕에 식욕이 돋아 이른 아침에 먹어도 부담이 없다.

▲ 떡만둣국은 코펠 하나로 요리할 수 있어 물과 시간, 연료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다.
코펠 주위에 둘러앉아 먹으면 동료들과 정도 돈독히 할 수 있어 좋다. 설거지가 다소 불편하지만 물티슈와 휴지를 준비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지리산에 갈 때마다 구례구역 앞에서 이 요리를 해먹곤 했다. 밤새 달려온 야간열차에 시달려 역에 내리면 심한 피로에 등반 욕구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간편하고 맛난 이 요리는 한풀 꺾인 기분을 돋우는데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야영한 다음날 아침에도 이 요리는 위력을 발휘한다. 먼저 잠에서 깬 선배들의 아침식사 독촉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밤새 술에 전 위장을 달랠 수 있어 이 요리는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곤 한다.

10여 년 전인가, 당시 나는 겨울이면 빙벽등반에 미쳐 전국의 빙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겨울 얼어붙은 폭포 아래서 캠핑하는 맛은 아마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달빛에 비친 하얀 빙폭을 바라보면 매서운 겨울 추위도 낭만이 된다.

저녁을 먹고 나와 새로 산 랜턴을 켜고 내일 아침에 오를 코스를 보고, 선배들과 모닥불 아래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콧물을 훔쳐가며 먹던 음식도 추억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빙폭 아래서 캠핑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져서 가슴만 아플 뿐이다.

어느 겨울, 구곡폭포 아래서 야영할 때의 일이다. 전날 지나친 과음으로 시달리다가 이른 아침에 술이 덜 깨 부스스한 모습으로 텐트에서 기어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떡만둣국을 정성스럽게 끓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힐끗 보더니 그것이 수제비인 줄 알고 “나는 얼큰한 것이 먹고 싶다”며 중얼거렸다.

잠시 후 선배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면서 자기 배낭을 주섬주섬 뒤져 김치통을 가지고 왔다. 거의 다 된 떡만둣국에 김치를 통째로 집어넣으려는 선배에게 이것은 김치수제비가 아니라며 밀치다가 다 된 요리를 그만 코펠 통째로 몽땅 엎어버렸다.

선배는 다시 뭐라고 중얼대더니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요즘도 그 사건(?)을 생각하면 엎질러진 뜨끈한 국물이 아쉬워 입맛이 다져진다.

Tip
김치 떡만둣국 만들기
재료(3인분 기준)
만두소(돼지고기 안심 간 것 150g), 두부 1모, 숙주 200g, 배추김치 200g, 소금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조금, 즉석 사골국물 600cc, 만두피, 떡국용 떡 500g, 쇠고기 나박 썬 것 100g, 다진 파 1큰술, 김가루(선택)

전날 준비해 놓기
1. 두부는 칼 옆면으로 으깨어 면보자기로 물기를 짠다.
2. 숙주는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 데쳐서 물기를 짠 후 송송 썬다.
3. 배추김치는 잘게 썰어서 국물을 짜놓는다.
4. 넓은 그릇에 돼지고기, 두부, 숙주, 배추김치와 만두소 양념을 넣고 잘 버무린다.
5. 만두피에 소를 넣고 반을 접은 후 양 귀를 오므려 만두를 빚는다.
6. 완성한 만두는 넓은 쟁반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얼린다.
7. 언 만두 2~3개를 비닐 랩에 일렬로 놓고 한 번 말아 싼다. 이 과정을 되풀이해 냉동이 가능한 용기에 랩 채로 담아 냉동실에 보관한다. 이때 다진 파도 랩에 싼 후 만두 용기 한 켠에 담아 함께 얼린다.

당일 만들기
1. 코펠에 참기름을 두르고 쇠고기를 달달 볶아 반쯤 익힌다.
2. 코펠에 육수를 붓고 팔팔 끓인다.
3. 떡과 만두를 넣는다.
4. 떡과 만두가 떠오르면 익은 것이니 파와 후추로 맛을 낸다.
5. 기호에 따라 김가루를 얹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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