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스노우라인 대표
최진홍 스노우라인 대표
  • 글·박소라 기자 | 사진·김해진 객원기자
  • 승인 2012.01.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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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조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개성 강한 제품을 선보이는 스노우라인 최진홍 대표.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 한다.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해 소개하자면 스노우라인 최진홍 대표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창조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차별화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다. 겨울철 산에 가면 너도나도 신고 다녀서 흔히 볼 수 있는 ‘체인젠’은 그의 대표작품이다. 기존 네발·여섯발 아이젠과 달리 덧신처럼 신고 벗듯 탈착이 쉽고 걷기 편한 체인젠의 등장은 국내 아이젠 시장의 판도를 뒤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그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엔지니어 출신 산꾼 CEO
▲ “앞으로도 시장에 없는 상품을 개발해서 내놓고 싶다”는 최진홍 대표는 지금도 극비리에 개발 중인 제품들이 있다.
스노우라인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모두 그가 직접 개발에 나선 것이다. 최진홍 대표는 열렬한 산꾼이자 엔지니어다. 나이 서른셋에 프레스가공업체 진흥정공을 설립했고, 아침마다 배낭을 메고 도봉산을 오르내리며 구보를 뛴다는 한국등산학교도 나왔다. 그는 산을 다니면서 새로운 아이젠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 제품들은 열처리 가공은커녕 경도도 낮았어요. 설원이나 빙판에서 신고 다니는 건 강도가 클 필요는 없지만 바위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망가지기 쉬웠죠.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들어 쓰려고 체인젠을 개발하게 됐어요. 함께 산에 다니는 지인들한테 나눠 주니 호응이 좋더군요.”

그렇게 탄생한 체인젠은 <코베아>의 러브콜로 이어져 납품까지 하게 됐고, 이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이 서면서 진흥정공 레저사업부에서 <스노우라인>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게 됐다.

하지만 체인젠이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첫 출시한 제품은 체인과 밴드로만 구성돼 제동력이 약했다. 결국 2년에 걸쳐 전량을 회수했고 타격도 컸다. 하지만 그가 재차 심혈을 기울여 새롭게 선보인 체인젠은 말 그대로 대박을 났다. 이전 제품의 단점을 보완해 피크를 달아 제동력을 높인 것. 여기에 전체 피크 방식으로 오래 걸어도 발이 피로하지 않고, 피크가 짧아 어떤 지형에서도 편하게 신을 수 있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엔지니어는 소재의 특징이나 역학적인 것까지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들이 내 아이디어와 만난 것”이라며 “처음 만들 때부터 아이젠의 역사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체인젠을 보급시키고 기술적으로 인정받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승부

▲ 라이트 체인젠
체인젠의 성공으로 승승장구 하면서 스노우라인은 지난 2005년 별개의 사업체로 분리됐다. 현재 직원 50여 명 중 절반이 그처럼 산에 다니는 이들로 구성돼 있다. 최 대표는 체인젠에 이어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한 ‘체인젠 프로’, 그보다 40% 가벼운 ‘라이트 체인젠’ 등도 잇달아 선보였다.

제품의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아 미국과 유럽 등에도 수출길이 열렸다. 그 수요는 해마다 곱절 이상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도심에서도 신을 수 있는 아이젠 개발에 나서 올 시즌 ‘체인젠 시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노우라인은 캠핑용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디언 부족의 텐트에서 모티브를 얻은 헥사 돔, 워킹용 스틱이나 주변의 나무로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인디탑텐트, 캠핑장에서도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든 860g짜리 압력밥솥 등 하나같이 기존에 볼 수 없던 개성 강한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현재 스노우라인은 전신인 전흥정공보다 매출이 앞선다고 한다.

▲ 체인젠
▲ 체인젠프로

“앞으로도 시장에 없는 상품을 개발해서 내놓고 싶습니다. 여기에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매주 산에 다니며 제품을 직접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품 개발과 연구보다 복제, 스타마케팅으로 매출 올리기에 급급한 여타 업체들과 달리 뒤늦게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든 스노우라인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지금도 극비리에 개발 중인 제품들이 있다. 최 대표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앞으로 또 어떤 제품을 탄생시킬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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